그렇고 그런 사이…올해도 반복된 예산의 역진화 ‘먹다 처먹다 해처먹다’?

공기관 대행 사업비 줄인 대신 언론사 예산 ‘펑펑’

아직 승인받지 않은 단체 예산도 뚝딱 만들어 내는 놀라운(?) 능력

어느덧 12월입니다. 누구나 그렇듯 연말은 올 한해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혹시나 잘못된 일은 없었는가 반성도 하고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처 인사드리지 못했던 고마웠던 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시간이죠. 손글씨를 꾹꾹 눌러 적은 예쁜 성탄절 카드 하나에 즐거웠던 기억 아마 다들 하나씩은 있을겁니다.

올 한해 선거를 치르느라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의 신세를 진 정치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마음 속의 무거움이 저같은 보통사람과는 아마 비교가 불가능하겠죠. 그래서일까요? 우리의 법과 제도는 카드나 전화 한통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우리와는 달리 정치인들에게는 ‘돈’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선물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3일 새해 예산안 계수조정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계수조정은 제주도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사해 줄일 것은 줄이고, 더할 것은 더하는 일종의 ‘교정작업’인데요.

문광위가 작업을 벌인 예산은 모두 65억원. 올 한해 재밋섬 논란으로 미운털이 박힌 제주문화예술재단 출연금 30억원 가운데 10억원을 뭉텅 잘랐고요, 거리공연사업비와 소상공인 마케팅 지원금, 탐라문화유산 발굴 사업비 등을 손봤습니다. 삭감된 예산의 상당 부분이 ‘공기관에 대한 경상적 위탁사업비’라는 항목인데요. 문화예술재단이나 영상위원회 등이 행정기관을 대신해서 도민들을 대상으로 집행해야 하는 예산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문광위 위원들은 이들 예산을 어느 쪽으로 갖다 붙였을까요? 50개 항목을 잘라서 100개 항목을 증액을 했으니 문광위 의원들 역시 예수와 같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룬 분들인지는 한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증액했다는 100개 항목 가운데 60개 이상이 ‘민간행사사업보조금’과 ‘민간경상사업보조금’으로 집계가 됐습니다. 간단히 말해 행사사업보조금이란 축제나 스포츠 대회 등 특정한 행사에 대한 지원금을 말하고 경상사업보조금은 민간의 사업을 자치단체가 권장하기 위해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더욱 간단히 말해서 ‘퍼주는 예산’ 정도로 퉁치죠.

즉, 증액예산 상당수가 문광위 차원의 이른바 관리나 보은 대상 기관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겁니다. 제가 전부는 알 수 없고 몇 개만 들여다보죠. 내년 예산으로 5천만원이 편성된 노형꿈틀작은도서관 운영비는 2천만원이 증액되면서 모두 7천만이 됐습니다. 생각해보니 이곳 도서관 대표가 장동훈씨라고 예전에 도의원했던 양반인데,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허위사실 유포해 대법원에서 징역 1년4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0만원, 사회봉사 200시간의 형을 확정받은 인물입니다. 현재 제주매일이라는 신문사의 소유주이기도 하죠. 도서관 운영비가 왜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 모를 일입니다.

2019 제주평화기 전국태권도 대회의 보조금은 당초 2억6100만원이었는데요. 문광위가 2900만원을 더 붙여줬습니다. 이 태권도 대회는 KCTV제주방송의 사업입니다. 제주매일과 KCTV제주방송…공교롭게도 제가 다녔던 회사들이네요.

제주MBC 아니면 KCTV, 그것도 아니면 제주CBS 같은데…제주어교육프로그램 공모사업과 제주어홍보지 발간, 제주어뉴스 제작 운영과 제주어말하기 대회 역시 예산이 늘었고요. KBS제주 역시 시청자음악회 예산 1억원이 증액됐습니다.

제민일보의 백록기 축구대회 예산도 2억3천만원에서 2천만원이 올라갔고요, 아마 한라일보로 추정이 되는데요, 세계자연유산 선각자 부종휴 선생 기념행사 예산이 한푼도 없었다가 1억원으로 늘었습니다. 기념행사가 예산액이 1억원이라니 엄청나네요. 단체에서 500만원 1천만원 예산 하나 반영시키려면 눈물 겨운 고생을 해야하는데, 역시 언론사라 그런지 예산 몇천, 아니 억단위로 올리는건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사업명세서 파일을 구할 수 있었다면 그걸 보면서 세부적으로 전해드릴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쉽다는 생각이고요. 어쨌든 지난 9월 행정사무조사 부결 사태로 뭇매를 맞았던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이렇게 도내 언론사들에게 한해 동안의 고마움을 표시하나 봅니다.


그러던 와중에 제 눈에 뭔가 이상한 예산이 눈에 띄었습니다. 문광위 계수조정 결과 신규 예산이 2개가 생겼는데요. 예산 편성은 집행부가 하고 심의와 의결을 의회가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난 항목입니다. 그래서 뭔가 봤더니 ‘제1회 서귀포시장컵 전국 유도대회’ 행사보조금 3천만원과 ‘서귀포실버가요제’ 행사운영비 2천200만원입니다. 딱히 시급한 예산이라고 볼 수 없는 사항인 것은 모두 동의하실 겁니다.

누가 이 예산을 만들었을까요? 의외로 문광위원 6명을 들여다보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서귀포시 서홍동과 대륜동이 지역구인 이경용 위원장을 비롯해, ‘ㅅㅂㄴ’ 혹은 ‘sbn’으로 유명한 제주시 연동갑의 양영식 부위원장, 제주시 일도1동의 문종태, 제주시 일도2동 박호형, 제주시 아라동의 이승아, 그리고 비례대표인 강민숙 의원 등입니다.

아이큐 두 자릿수인 제가 봐도 이건 이경용 위원장과 연관된 예산이라는게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어이 없는게 또 있습니다. 서귀포시장컵 전국 유도대회 사업을 하게 될 기관이 바로 ‘서귀포시유도협회’라는 곳인데요. 최근에 창립을 했다지만 아직 정식으로 인준을 받지 않은 단체입니다. 여기 회장으로 선출된 인물이 바로 김미자 서귀포수협조합장입니다. 김 조합장이 유도와 어떤 인연인지는 좀 흥미롭습니다만, 제가 오늘 다루려는 내용은 아니니 넘어가죠. 참고로 문광위 말고 농수축위 계수조정 내역도 잠깐 살펴봤는데요. 올해 처음 열린 은갈치 축제 역시 1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증액이 됐습니다. 민방인 JIBS가 후원하고 서귀포수협이 주최하는 행사죠. 뭔지 모르겠습니다만..김미자 조합장님 능력자시네요.

계속해서 실버가요제 얘기를 해보죠. 행사운영비라는 항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행사운영비는 말 그대로 행정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소요되는 경비를 책정한 예산인데요. 하지만 서귀포시 관계자는 행정에서 실버가요제를 개최할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지난해 서귀포문화원에서 이 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다고 부연설명했는데요. 공무원분 말씀이 “행사운영비일지라도 때에 따라 위탁도 가능하다”고 하시네요. 이변이 없는한 이 예산이 확정된다면 서귀포문화원으로 가겠구나 누구라도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이 시점에서 궁금한 것은 이겁니다. 이경용 위원장과 김미자 조합장, 그리고 서귀포문화원 이들의 관계인데요. 아주 어렵지 않게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4월 28일자 서귀포신문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이경용 별명이 ‘사서 고생’인 이유?>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의원의 개소식과 출마기자회견 풍경을 담은 것인데요.

기사 끝부분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김태환 전 제주지사와 도의원과 교육의원, 그리고 도의원 예비후보, 현영택 서귀포농협조합장, 김미자 서귀포수협조합장…강명원 서귀포문화원장, 윤봉택 서귀포예총 회장 등을 비롯해 수많은 시민들이 개소식에 참석해 이 예비후보의 승리를 기원했다”고 말이죠.

물론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벌이는 예산안 심사와 계수조정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상임위를 통과한 이들 예산이 확정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만..중이 제 머리를 깎는 전례를 아직 확인해보지 못한 저는 솔직히 회의감이 큽니다.

역시 연말은 그동안 도움을 받은 분들께 감사를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고칼의 뇌피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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