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 국토부도 모른다는 ADPi 보고서는 어디로?

[류도성] 매주 목요일 돌아오는 코너입니다. <뉴스톡> 오늘 이 시간도 시사 팟캐스트 <고칼의 제주팟> 고재일 시사칼럼니스트와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습니까?

[고재일] 현재 제주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표적인 이슈가 바로 제2공항 건설 문제 아니겠습니까? 다들 아시겠습니다만, 논란의 발단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15년 11월에 발표된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용역이 등장하는데요. 국토부가 사전 타당성 용역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하위 용역보고서를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의혹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류도성] 고의 누락? 타이틀이 센데요. 좋습니다. 국토부가 어떤 내용을 어떻게 누락하고 있다는 겁니까?

[고재일] 2015년 11월에 발표된 사전 타당성 용역의 내용을 굉장히 단순화 시키자면 이렇습니다. 현재 제주공항이 2025년이면 완전 포화가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대안으로 지금 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좋겠냐, 아니면 새로 공항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좋겠냐, 이것도 아니면 제주공항을 없애고 아예 크게 새로운 공항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낫겠느냐를 따진 것인데요. 당시 용역진은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가장 부담이 적고,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가 최적의 입지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작성된 하부 연구보고서의 내용이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언론사의 정보공개 청구나 국회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여전히 공개되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는 상탭니다.

[류도성] 도대체 어떤 보고서이길래 언론사나 정치권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겁니까?

[고재일] ADPi라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 말로 풀자면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쯤으로 해석될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공항공사에 해당하는 파리공항공단의 자회사인데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국제공항이라든가 러시아 모스크마 국제공항의 설계와 건축에 참여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와 건축, 감리 기술을 보유한 곳이라고 합니다.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용역진인 한국항공대 컨소시엄에 들어간 업체 가운데, 유신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 1억2700만원의 용역비를 줘서 하도급 형태로 제주공항 확장 방안에 대한 연구를 맡겼다고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토부의 승인도 받았고요.

[류도성] 일단 설명하신 내용 들어보면 ADPi라는 곳이 그래도 나름대로 국제적으로 권위가 있는 기관으로 보입니다만. 당시 제주공항 확장방안은 아예 경제성이 없다고 발표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고재일] 네, 정확히 기억하고 계시는 겁니다. 발표 당시 연구용역 책임자인 한국항공대 김병종 박사가 이렇게 말했는데요. “기존 공항 확장의 경우 운영 효율성이 좋고, 기존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 50m 가량 해상매립이 필요해 환경 훼손이 심각해진다는 점을 주목했다”며 “공사비도 약 9조40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말입니다.

반면, 제2공항 건설에 대해서는 사업비가 제주공항 확장안의 절반 수준인 4조원이고, 환경 훼손이 최소화되는 것은 물론 산남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최종안으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류도성] 그렇다면 지금 고의 누락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ADPi 보고서에는 방금 정리해주신 용역진의 설명이 담겨 있는것 아닌가요?

[고재일] 물론 용역진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자면 그렇게 유추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예를 들어 하도급을 받은 ADPi 측이 해상 매립을 통한 활주로 확장 방안에 대한 연구 말고 다양한 제주공항 활용의 대안을 고민했고 이를 보고서에 담았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올해 초 KBS제주방송총국이 제2공항 입지선정 재조사 용역 중간 보고서 내용 가운데 일부를 보도했는데요. 기존 제주공항 동서 활주로에서 약 2백~4백미터 간격을 두고 추가로 활주로를 세우는 방안과, 지금 보조 활주로로 사용되고 있는 남북 방향 활주로를 바다 쪽으로 연장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세부 대안들에 대해서도 각각 소요되는 예산이나 건설에 따른 장단점 역시 ADPi 용역보고서에 담겼을 가능성이 보이는데요, 이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류도성] 그러니까 제주공항 확장안은 그런 방식을 거쳐 의도적으로 배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군요? 국토부의 설명은 어떻습니까?

[고재일] 네, 국토부가 지난달 14일 기본계획 주민설명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ADPi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답변 내용이 ‘원래 ADPi 용역의 목적은 단기 확충방안에 한정된 것이었고 국토부는 이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라고 말이죠.

그런데 ADPi가 단기 확충방안에 한정해 연구를 진행했다는 국토부의 발표와는 달리 ‘정부와 지자체, 공항공사와 학계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통해 논의가 이뤄진 것이다’는 용역진의 상반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류도성] 그렇다면 단기 과제만 연구했다 아니다, ADPi가 독자적으로 했다 아니다라고 우왕좌왕 할 것 없이…그냥 보고서를 공개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고재일] 지금 정답을 말씀해주셨는데요. 맞습니다. ADPi가 현 제주공항 확장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보고서만 공개하면 어찌보면 큰 논란이 되지 않을 일인데요. 정보공개 청구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보고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묵묵부답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ADPi에 하도급으로 준 용역비가 1억2700만원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2015년 11월에 발표된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용역의 사업비가 대략 8억원 정도인데요. 전체 용역비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보고서임에도 공개가 되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류도성] 그렇다면 용역진이 ADPi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됩니까?

[고재일] 글쎄요. 일단 국토부는 보고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고, 2015년 당시 용역진은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공항을 활용한 장단기 확충방안을 이미 세워 놓고도 제2공항 추진이라는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고서를 누락시킨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류도성] 상황이 이 정도라면 용역을 실제로 했는지 안했는지도 한번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고재일] 설마 그럴리야 있겠습니까만, 용역을 하지 않았다면 형사처벌의 문제가 되거든요.

어쨌든 도의회도 지난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최근 도민 여론조사에서도 나온 것처럼 제2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도민들의 의견은 찬반의 문제를 떠나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추진 과정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 해소를 위한 충분한 정보공개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아마 정부나 제주도정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류도성] 네,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뉴스톡> 고재일 시사칼럼니스트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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