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산지물 물놀이장 만든 16억…원래는 ‘재해예방’ 예산

2016년에 감사원 ‘목적 외 예산’ 적발 환수 요구…첫 삽부터 위법 확인

마을 자생단체의 부실운영과 행정의 노골적인 봐주기로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서귀포시 동홍동 산지물 물놀이장’이 조성 과정부터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물놀이장 조성에 투입된 16억원의 국고보조금이 위법하게 사용됐다며 감사원이 반납 처분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7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행정은 지난 2014년까지 호근천과 원제천, 색달천, 동홍천 등 서귀포시 관내 12개 하천을 대상으로 국비와 지방비 등을 투입해 재해예방사업을 추진했다. 하천 재해예방사업은 장마나 집중호우로 침수나 범람 피해를 입는 하천을 중심으로 호안을 정비하거나 제방을 축조하는 예방조치다.

‘산지물 물놀이장’이 조성된 서귀포시 동홍천 역시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개년에 걸쳐 재해예방사업 대상에 포함됐다. 이 사업으로 1.5km 구간에 걸친 하천을 정비한 것은 물론 5개의 교량과 1개의 인도교를 새롭게 조성했다. 국고보조금 등 모두 75억32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조성 과정에서 사업계획이 대폭 수정됐다. 당시 서귀포시는 어린이집이 있던 서귀포시 동홍동 1288번지 약 4000제곱미터 부지를 8억2300만원에 사들여 공원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공원이 아닌 물놀이장으로 조성됐고, 2013년부터 서귀포시 동홍동 연합청년회가 위탁운영을 맡아왔다. 추가 시설 조성비 등 모두 16억원의 예산이 물놀이장 하나를 만드는데 집중 투입됐다. 동홍천 전체 재해예방사업비 75억원 가운데 20% 이상을 물놀이장 조성에 쏟아부은 셈이다.

지역주민들이 공원 대신 물놀이장을 조성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사업계획 변경의 이유다. <제주팟닷컴>은 주민들이 시설 계획 변경을 요청했다는 근거를 확인해보려 했으나 서귀포시는 아무런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2013년 조성 당시 동홍동장 등 관계공무원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감사원이 지난 2016년 3월 발표한 <건설환경 국고보조금 관리 및 집행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동홍천 재해예방사업을 위해 투입된 국고보조금 69억원 가운데, 16억5천만원이 ‘당초 사업 목적대로 집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귀포시장에게는 주의 처분을 국토부에는 국고보조금 회수 조치를 요구했다. ‘산지물 물놀이장’ 조성 사업이 엄밀히 재해예방사업의 목적에서 벗어난 위법한 예산이라고 못 박은 셈이다.

감사원은 서귀포시가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으로 국고보조금을 반납할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분 이후 제주도는 재심의를 청구했지만 기각당했고, 이후 감사원에 대해 제기한 행정소송도 패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감사 결과가 강제력이 있는 행정처분이 아닌 만큼 현재 국토부와 국고보조금 반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만약 처분요구를 통해 회수를 명령하면 또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서귀포시 동홍동에 조성된 ‘산지물 물놀이장’은 공개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마을 자생단체에 특혜를 준 것은 물론, 시설 운영에 따른 정산 부실과 계약이행 관리 허술 등이 드러나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지난 4월 관계 공무원에 대한 처분을 요구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위탁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물놀이장 안전요원 인건비 수천만원을 몇년에 걸쳐 지원한 사실도 <제주팟닷컴> 취재 결과 추가로 확인된 바 있다. 관련 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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