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칼럼] 시기하지 않고 강요하지 말지어다…KCTV 논란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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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전문 매체인 <미디어오늘>이 지난 달 23일 <KCTV제주방송 “회사 상품 안 쓰면 인사평가” 논란>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출고하며 언론사 사주의 강압 행태와 왜곡된 조직문화가 도를 넘었다고 문제 제기했다. (기사 링크 : https://n.news.naver.com/article/006/0000102730) KCTV제주방송은 제주도 지역을 서비스 권역으로 유료방송과 인터넷을 공급하는 통신사업자이면서 뉴스와 프로그램 등을 제작하며 자체 채널을 운영하는 방송사업자이기도 하다. 당연히 기자도 있고 PD도 있다.

공성용 회장이 지난 4월 20일 진행된 사내 조회 시간에 전 사원의 비상경영체제 동참을 호소(?)하며 자사 상품 이용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전했다는 것인데, 일부 대목에서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직원들을 ‘잠재적 이직자’ 또는 ‘속물’로 취급하며 화풀이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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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대강당에서 매월 둘째 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사내 예배 사실도 공개됐다. 명목은 자율이지만 사실상 거의 전 직원이 강제로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서별로 돌아가며 찬송가 공연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전직 직원의 내부 고발도 함께 소개했다. 아들인 공대인 KCTV 사장은 자사 상품 강요 논란은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성과급 반영은 자사 상품을 사용하는 직원들에 대한 예의라고 강변했다. 사내 예배 강제 참석 논란 역시 “오랜 사풍으로 유지해왔지만 현재 개선하고 있다.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에 조금 못 미친 게 있다”고 <미디어오늘>에 유감을 전했다고 한다. 궁색한 답변이다.

법적인 부분은 따져봐야겠지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임직원에게 부당하게 자사 상품이나 용역을 구입·판매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인 ‘사원판매’로 규정,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처분을 내리고 있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20조 1항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위법 논란 때문 만은 아니다. 상식을 지키고 인권을 수호해야 할 언론이라는 조직 내부에서 벌어진 반민주적·반인권적 논란이기에 더욱 심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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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 직후 빠르게 기사가 공유됐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냉소도 있었고 아직도 저러고 있냐는 조롱도 섞였다. 논란의 소지가 명백한 사안임에도 관련 보도가 지역에서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개별 언론사는 말할 것도 없고 기자 회원의 권익 향상을 도모한다는 기자협회나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을 위한 결사체라는 언론 노동자 협의회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내가 이미 10년 전 경험한 오너의 천박한 언론관과 경영관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미디어오늘> 기사로 접하며 나는 몸서리쳤다. 기사가 나간 이후 회사의 경영진은 열심히 내부자 색출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 허접한 이 글은 ‘키 크고 센’ 것들이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작고 약한’ 내가 던지는 짱돌이다. 시기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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