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 기자간담회에 묻어난 원희룡의 고민

※ 7월 20일 제주CBS 시사매거진 제주 뉴스톡 방송 내용입니다.

[류도성] 월요일마다 돌아오는 뉴스톡 코너입니다. <제주팟닷컴> 고재일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재일] 뉴스톡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단골이 될수 밖에 없는 운명의 인물, 바로 원희룡 제주지사죠. 지난 주에는 특히 극적인 외모 변화로 도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는데요. 기자간담회 내용을 중심으로 원 지사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류도성] 그동안 지역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마다하다 모처럼 만든 간담회 자리라고 들었습니다.

[고재일] 오랜 기간 하계 휴가를 다녀온 원희룡 제주지사가 시간을 쪼개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사실상 의무방어전을 치른 것이겠죠. 대권 행보와 행정시장 임명 강행 논란을 비롯해 여러 지역 현안에 대한 문답이 이뤄졌는데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뭐 하나 속시원하게 정리된 것이 없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중앙언론을 통해 공식화한 대권도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는데요.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약속은 유효하지만 대선 도전은 구상하는 단계다. 기초적인 준비를 하는 것은 사실이며 적당한 시기에 도민들에게 상세히 밝히고 준비하고 고민한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류도성] 중앙언론 인터뷰와 다소 온도차가 있어 보이는데요?

[고재일] 기억을 좀 더듬어 보시면 2017년 새누리당을 탈당할 당시에도 국회에서 먼저 기자회견을 열고 이후 제주도청에서 같은 내용으로 두 번째 기자회견을 가진 일이 있었는데요. 사실 원 지사가 그동안 미디어의 전파 대상에 따라 메시지를 조금씩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왔거든요. 이번 기자 간담회 역시 중앙언론과의 인터뷰를 비교하면 표현의 차이가 두드러지는데요. ‘가장 치열한 2년을 살겠다’, ‘대권 도전은 내가 적격자’ 처럼 이른바 화끈한 워딩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죠. 중앙언론에서는 휘발성이 강한 이슈를 던지는 반면 지역언론을 각각 상대할 때는 빙빙 둘러서 말을 하는 선문답처럼 이슈를 철저히 구분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류도성]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도 그 부분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고재일] 물론입니다. 답변이 모호하다고 느낀 기자들이 원 지사의 잦은 서울출장과 SNS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도 물었습니다.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원 지사의 발언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상반된 행보가 아니겠느냐는 것이겠죠. 이에 대해 원 지사 도지사는 행정가이면서 정치가이기 때문에 현안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전국 도지사들이 도정만 하고 있었느냐고 반문했다고 합니다.

[류도성] 도지사는 절반이 정치인이니 그 정도 행보는 이해해달라는 취지겠죠?

[고재일] 지자체장들이 정치에 끼어들고 싶을 때 갖다붙이는 대표적인 표현이 아닐까 싶은데요. 개인적으로는 좀 어색함을 느끼는 답변이거든요.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교과서 추진이 논란이 된 적이 있잖습니까? 원 지사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답을 했거든요. 이에 대해 도의회에서 원 지사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역사교과서 문제는 지방자치단체 사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로서 저의 소관업무가 아니다. 정치세력과 정부 간 찬반 여론이 첨예한 정치 쟁점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안에 대해 지자체장이 입장을 직접 거론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이죠. 이 당시에는 원 지사 스스로를 행정가로 한정해 판단을 내렸다는 결론인 셈인데요. 결론적으로 원 지사의 기자간담회 답변, 본인의 과거 발언으로 반박이 가능한 상황이 됐습니다.

[류도성] 아이러니하네요. 그런가 하면 도지사직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발언도 나왔는데, 여차하면 3선 도지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로 읽어야 하나요?

[고재일] 대선 경선 과정에서 도지사직을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5월 초 발언을 다시 확인시키는 내용이었는데요. 일단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 원 지사의 3선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지역 정가 안팎에서도 전망이 엇갈리는 이슈였습니다. 설마 3선까지 하겠느냐는 시각부터 그래도 국회의원보다 운신과 재량의 폭이 넓지 않느냐처럼 말이죠.

[류도성] 음주운전 전력 등으로 논란이 된 김태엽 서귀포시장에 대한 언급도 있었죠?

[고재일] 지난 1일 아침에 행정시장 임명장을 주자마자 바로 휴가를 떠나지 않았습니까? 당시 김태엽 서귀포시장 인사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도망치듯 청사를 빠져나오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요. 이번 간담회에서 거침 없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의회가 적격이나 부적격 판정을 내리는 것이 청문회 취지와 맞는지 의문이다. 청문회는 제도적 뒷받침도 없는 것을 협조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고 말이죠.

[류도성] 그 내용이 전해지고 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냈죠?

[고재일] 지사 스스로 도지사 취임 초기 협치 차원에서 제안한 행정시장 인사청문회를 부정하는 발언이 됐는데요. 2014년 10월에 고 이기승 전 제주시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과 부적격 의견이 제시돼 결국 자진사퇴하지 않았습니까? 당시 원 지사는 인사청문 결과를 겸허히 받아 들인다며 엄격한 잣대를 넘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의회는 할 일을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스스로의 발언을 반박하는 또 다른 사례인 셈이겠죠.

[류도성] 전체적으로 한번 정리해보죠. 원 지사의 이번 기자 간담회 어떤 고민이 묻어 보였습니까?

[고재일] 대권 행보에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행정가이자 정치인인 본인의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당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본인의 정치적 항로에 대해 도민 사회의 충분한 양해와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정치적으로 지지해달라고 속 시원하게 말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KBS제주방송총국이 최근 민선 7기 출범 2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 지사의 중앙정치 참여 확대에 대해 53.7%가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약속을 어겼고 도정에 소홀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반면, ‘대권 도전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2.6%에 불과해 꽤 큰 격차를 보였거든요. 알맹이 없는 기자간담회가 노출한 원 지사의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류도성]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뉴스톡> 고재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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