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 박원순 서울시장과 제주 4·3

※ 2020년 7월 13일 제주CBS 시사매거진 제주 방송 내용입니다.

[류도성] 월요일마다 돌아오는 뉴스톡 시간입니다. <제주팟닷컴> 고재일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재일] 지난 주 국내 정치권에 워낙 큰 비보가 날아들었죠. 박원순 서울시장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셨는데요. 저희가 예전 방송에서도 노회찬 국회의원 서거 직후에 제주와의 여러 인연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여러가지 고인의 공과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주에 남긴 발자취를 오늘 방송을 통해 한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류도성] 오전에 방송을 보니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이 엄수된 것 같은데요. 그러고 보니 제주에도 분향소가 마련됐죠?

[고재일 ] 네, 그렇습니다. 4·3희생자유족회와 평화재단 등 도내 4·3 단체 네 곳이 그제부터 어제까지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분향소를 마련해 시민들의 조문을 받았는데요. 고인이 생전에 4·3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 노력한 발자취를 기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류도성] 4·3유족회 등이 제주 분향소를 주도적으로 마련한 것만 보더라도, 역시 고인과 제주의 가장 큰 인연은 4·3이라고 봐야겠군요?

[고재일] 정부가 지난해 11월 8500여명을 추가하면서 공식 등록된 제주 4·3 희생자와 유족이 모두 8만7천명에 이릅니다. 전체 도민의 10%가 넘는 규모인데요. 그만큼 4·3하면 제주도민과는 불가분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죠.

지금도 특별법 개정안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이 모든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 2000년 1월 12일 제정된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특별법에 따라 5명의 전문위원과 15명의 조사요원 등 모두 20명으로 편성된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기획단이 꾸려지는데, 당시 기획단의 책임자가 바로 고 박 시장이었습니다. 자료 수집과 증언 채록, 분석작업을 거쳐 2003년 3월 29일 진상조사보고서가 최종 심의·의결되기까지 2년 6개월간의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 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류도성] 진상조사 보고서하면 사건을 규정한 정부의 최초이자 유일한 문서 아니겠습니까? 사실 보고서가 4·3에 대한 많은 것을 바꿔놨어요?

[고재일] 제주의 21세기는 비로소 4·3 진상조사보고서의 출간으로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것 같은데요. 기본적으로 사건의 정의를 바꿨다고 보시면 됩니다. 종전에는 ‘남로당 지령에 의한 공산 반란이나 폭동’ 정도로 단편적인 면으로 사건의 전체를 규정했지만, 진상조사보고서가 4·3 사건을 ‘3.1절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시작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와 무력충돌,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 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수정하며 역사의 괘도를 바꿨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고 박 시장은 4·3 진상보고서 작성책임자라는 이유로 선거 때마다 일부 정치집단의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류도성] 보고서 자체도 워낙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만, 이후 많은 것들이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의 공식 사과도 있었고요.

[고재일] 그렇습니다. 사실 대통령의 개인적 정치적 성향만으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있잖습니까? 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된 직후 대통령의 공식 사과 등을 담은 대정부 건의문이 채택됐습니다. 바로 다음주가 4·3 위령제가 예정되어 있다 보니 당시는 시간이 촉박해서 오지는 못했고요. 대신 2003년 10월 31일 평화포럼 참석차 제주를 찾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식사과를 하고 2006년 위령제에 공식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후부터 4·3평화공원 조성과 피해자 생계비 지원, 추념일 지정, 유해발굴 사업 등이 진행되는데요. 그 모든 출발점이 바로 진상조사보고서입니다. 제주도는 진상보고서가 나온 2003년 말에 고 박 시장을 명예제주도민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류도성] 이후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면서도 4·3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였던 기억이 있어요?

[고재일] 이후에도 고 박 전 시장은 줄곧 제주 4·3 관련한 관심을 이어왔습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70주년 4·3 추념식에도 참석했고요, 지난해에는 자신의 SNS에 4·3 사건의 진상규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아쉽게 됐습니다만, 아마 21대 국회에서 4·3 특별법 개정안이 완성되는 과정도 지켜봤다면 누구보다 기뻐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류도성] 제주에도 고 박 전 시장과 각별한 인연을 가진 인사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어떤 반응들인가요?

[고재일] 비보에 비통해 하는 모습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강창일 전 국회의원은 SNS에 장문의 글을 남겼는데요. “많은 인연을 뒤로 하고 가시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안타까워 했고요. 오영훈 국회의원과 문대림 JDC 이사장, 많은 지역 정치권 인사들도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습니다. 혹시나 원희룡 지사가 어떤 반응 보일까 찾아봤는데 아직까지는 별다른 언급이 없더라고요.

[류도성] 원 지사 말씀해주셨으니 말인데요. 두 사람이 나름 여야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며 정책적으로 손을 잡거나 대립하는 경우도 있지 않았습니까?

[고재일] 지금도 코로나19로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만,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제주 관광이 큰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까? 당시 명동에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관광 홍보 활동을 펼쳤고요, 두 지자체 사이의 다양한 업무협약 등이 진행되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2018년에는 양배추 하차경매 유예를 두고 두 기관이 서로 다른 합의 내용을 발표하는 등 엇박자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앞서 얘기한 4·3 문제 해결의 단초를 위해 노력한 점과 평소 제주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던 점 등은 많은 도민들에게 각별한 기억으로 남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류도성] 뉴스톡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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