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 제2공항 찬성 당론 국민의힘..이면에 깔린 계산은?

※ 2월 8일 제주CBS 뉴스톡 방송 내용입니다.

[류도성] 뉴스톡 시간입니다. <제주팟닷컴>의 고재일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재일] 제주도 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6년 동안 이어진 갈등 문제가 일단락되는 수순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본격적인 여론조사를 앞두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선거철도 아닌데 난데 없이 정치권 이슈로 비화되면서 과열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논란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면에 깔린 정치권의 계산을 짚어보겠습니다.

[류도성]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제2공항 찬성을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시작됐죠?

[고재일] 그렇습니다. ‘무리 당’ 그리고 ‘논할 논’을 합쳐서 당론이라고 부르죠. 정치적 결사체인 정당의 통일된 입장이라는 뜻인데요.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제2공항 여론조사 추진 발표 직후인 지난 3일 긴급 확대 당직자 회의를 거쳐 제2공항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4일에는 소속 도의원 5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에서 찬성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도민숙원사업으로 여야 공동 목표로 시작된 제2공항 사업인 만큼 이대로 좌초해서는 안된다고 했는데요. 좌초할 경우 민주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류도성] 그러면 이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나왔습니까?

[고재일] 제2공항에 대해 어느편인지 밝히라는 국민의힘의 요구를 민주당은 정치적 공세로 치부했습니다.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의 행태는 또 다른 정치적 갈등을 야기하는 개탄스러운 행태라고 꼬집었는데요. 정치권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여론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류도성] 그런데 제2공항 찬반이 당론으로 정하는 사안이 맞나요?

[고재일] 물론 특정 사안을 당론으로 정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대결이나 이해관계가 워낙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표결을 위해 소속 의원들의 공식적인 입장을 하나로 통일하는데요. 제주도의회에서도 본회의 주요 표결을 앞두고 당론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제2공항 갈등해소 특위 구성을 당론으로 추진했고요. 시설공단조례 역시 당론으로 부결시키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국책사업인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당론으로 결정할 수 있겠느냐겠죠.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비판하고는 있습니다만, 최근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보면 좀 고민을 해봐야 할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해신공항 폐기 발표 이후 국민의힘이 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선거용 정책이라고 거세게 비난했거든요. 그런데 TK와 PK의 온도차가 감지되면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은 입장이 뭐냐고 공세의 고삐를 당겼죠. 결국 국민의힘 역시 가덕도 신공항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류도성] 부산의 경우에는 민주당이 먼저 나서 국민의힘 당론이 뭐냐고 압박한 것이네요. 그런데 궁금한 점은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왜 이 시점에서 제2공항 찬성을 당론으로 정했을까요?

[고재일] 더불어민주당은 제2공항 추진과 관련한 스펙트럼이 넓은편입니다.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고 찬성하는 의견도 있는데요. 사실상 당론이 나올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죠. 그에 비하면 국민의힘 제주도당의 경우 의원수도 5명으로 비교적 적은데다 도의원 개개인을 살펴봐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가 없습니다. 때문에 당론처럼 찬성이 높게 나오면 민주당의 어정쩡한 포지션 속에 대규모 국책사업을 지켜내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테고요. 반대로 반대가 높게 나오더라도 제2공항 사업 좌초를 민주당과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포석으로 봐야한다는 생각인데요. 아시는 것처럼 제주는 보궐선거가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갈 이슈나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당초 4·3특별법 개정안으로 승부수를 띄워보려고 했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올해 안에 통과시키기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이것만 가지고는 지방선거까지의 동력이 부족한게 사실이예요. 그러면 4·3특별법 개정안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이슈가 필요했겠죠. 그게 바로 여론조사로 시작된 제2공항 이슈고요. 그런면에서 보자면 국민의힘 쪽에서 선점하면서 좀 더 길게 제2공항 논란을 끌고 가려는 게 아닌가 합니다. 무엇보다 선거가 없는 시기에 진행되는 이번 여론조사를 지지층 결집의 적기로 판단한 듯 합니다.

[류도성] 그나마 여론조사로 갈등 해소의 전기가 마련되나 싶었는데 오히려 정치권을 중심으로 더욱 가열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고재일] 제2공항 여론조사가 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좀 험한 말들을 주고 받고 있죠. 정계를 떠나라, 은퇴해라, 사과해라 처럼 말이죠. 선거때에 흔하게 보이는 마타도어가 시작될 조짐 아닐까 하는데요. 급기야 종교계가 나서 정치권의 자제를 촉구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제2공항 여론조사가 일방적인 정치적 권위에 의해 찬성이나 반대로 강제돼서는 안된다며 정치권의 절제를 요구했습니다. 어쨌든 정치권이 도민 의견 수렴의 장을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국민의힘 찬성 당론이 제2공항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아니면 도민 갈등을 더욱 확산시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류도성] 제2공항 찬성을 당론으로 내건 만큼 국민의힘이 거리 홍보전에 돌입했습니다. 민주당은 어떤 대책을 갖고 있을까요?

[고재일] 국민의힘이 찬성 홍보를 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반대 홍보를 할 수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반대 홍보 활동은 비상도민회의를 중심으로 한 반대단체에서 이뤄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여론조사 이후의 정치적 상황을 대비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류도성]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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