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없는 정부보다는 차라리 정부 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
미국의 헌법을 기초하고 3번째 대통령을 역임한 토머스 제퍼슨이 남긴 말이라 합니다. 해석은 제각각일 수 있으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표현이겠죠. 개인미디어가 전성기인 시대라고 합니다만, 아직도 기성 언론은 세상을 바라보는 중요한 ‘도구(tool)’ 임이 분명합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분기점이 된 세월호 참사와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시민들은 언론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있어서는 안되는 오보가 나왔고,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됐습니다. 권력의 언론 장악이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언론의 보도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지, 보도내용이 누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는 것인지 시민들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마 이후 활발해진 언론시민운동이 맥락을 같이하고 있을 겁니다.
저는 제주도와 제주도민의 삶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인구 68만명인 이 아름다운 섬에는 (믿을 수 없겠지만) 방송과 일간지, 인터넷신문, 정기간행물 등 100여개 이상의 언론사가 등록한 상태입니다. 언론이 많다는 것은 나쁘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환경이라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체별로 내세운 ‘공정한 보도’, ‘깊이있는 뉴스’, ‘다른 목소리’는 미사여구에 불과합니다. 보도자료 베껴쓰기와 남의 기사 베껴쓰기, 지나친 속보경쟁으로 정작 필요한 뉴스보다는 ‘쓰레기 정보’가 가득합니다. ‘개발이냐 보전이냐’, ‘누가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가’라는 중요한 긴 호흡의 담론, 시간을 들인 사실관계 확인보다는, 몇 시간 뒤면 의미가 없어질 쪼가리 기사 생산에 모든 언론이 전력질주하고 있습니다.
권력과 사주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몇몇 언론이 ‘가짜뉴스’라는 바이러스의 숙주로 변한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한때 이를 부끄러워하던 기자들도 이제 더이상 가슴 아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야생동물처럼 많은 언론인이 스스로 사주와 권력에게 길들여지는 길을 택했습니다. 기성 언론에 종사했던 지난 십수년 동안 이런 상황을 목도하며 안타까웠고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저 역시 사주의 이해관계를 위해 부당하게 취재원을 압박한 일도 많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기레기(기자+쓰레기)였음을 부정할 수 없는 흑역사군요.
<제주팟닷컴>은 이 같은 전직 기레기가 팟빵과 아이튠즈, 유튜브에 업로드해온 시사 팟캐스트 ‘고칼의 제주팟’을 아카이빙(archaiving) 하기 위한 사이트로 출발했습니다. 신문법 개정으로 ‘1인 미디어’도 인터넷신문으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에 일단은 언론으로서 공식적인 길을 택한 것입니다. 사실 언론감시 시민단체를 출범하려고 하였으나 아직 상황이 여의치 않아(발기인 모집이 장난 아니더군요) 당분간은 인터넷언론의 형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런만큼 매체로서 <제주팟닷컴>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쉬운 길은 아닐겁니다. 과거 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기자들과는 얼굴을 붉힐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주의 언론이 ‘정부보다 가치 있는 신문’이 되는 세상을 위해 <제주팟닷컴>이 페이스메이커로서 함께 하겠습니다. 많은 응원과 관심, 아울러 제보(언론 관련)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