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도성] <뉴스톡> 코넙니다. 시사 팟캐스트 <고칼의 제주팟> 고재일 시사칼럼니스트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습니까?
[고재일] 정치인에게 매주 중요한 승부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탈당인데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류도성] 지금 시점에서 ‘탈당’ 얘기를 하니 좀 의외의 느낌입니다만…혹시 제주 국회의원 누군가가 탈당을 준비하고 있는건 아니겠죠?
[고재일] 당연히 그건 아니고요. <뉴스톡>의 단골 등장인물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무소속 신분이잖습니까?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4월 10일 원 지사가 지금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바른정당을 나오면서 20년 정치 인생 가운데 처음으로 무소속을 선택했죠. 무소속 정치인 원희룡 1년 동안의 손익계산서를 오늘 따져보고자 합니다.
사실 원 지사의 탈당은 지난해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앞선 2017년 1월에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나왔으니까 자신의 정치인생 가운데 두 번째 탈당이었는데요.
[류도성] 탈당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2017년과 2018년 잇따라 던진 셈이네요?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지난해 4월 10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개혁정치의 뜻을 현재의 정당구조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정 정당에 매이지 않고 당파와 진영의 울타리도 뛰어넘겠다”고 말이죠.
사실 구호는 거창합니다만, 당시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일 아니었겠습니까? 지난해 지방선거 분위기가 보수 정당 또는 야권의 타이틀을 달고 나오면 좀 힘든 상황이었죠. 사실상 재선 가도를 위한 정치적인 선택이었다고 봐야할 겁니다.
[류도성] 당선이라는 목적이 탈당의 이유라면 원 지사 입장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겠군요?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어쨌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수성한 것을 제외하고는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광역단체장을 싹쓸이 하지 않았습니까? 무소속으로는 원희룡 도지사가 유일하죠. 일단 결과론적으로만 놓고 보자면 무소속이라는 원 지사의 승부수는 옳았던 것이죠.
[류도성] 거기다가 덤으로 차기 야권의 주자로 주목까지 받았어요?
[고재일] 야권 단체장으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있습니다만, 냉철하게 놓고 보자면 이 분들이 전국구 정치인은 아니거든요. 거기다가 최근 정계 은퇴를 선언했죠. 보수의 차세대 주자로 함께 손꼽히던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까지 낙마하면서 희소성을 톡톡히 발휘한 것 같습니다.
[류도성] 일단 원 지사의 1년 전 탈당카드가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성공적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은데요. 이게 좋기만 한건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마이너스 요인도 있을까요?
[고재일] 제주도의 특성도 있겠습니다만, 지방선거는 간혹 무소속 정치인이 당선이 될 경우도 많이 눈에 띄기는 한데요. 대통령 선거로 확대해보자면 정당정치의 영향력이 막강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무소속이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간단히 말해,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 보자면 원 지사는 당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 자기 혼자 살기 위해 당을 깨고 나간 대표적 인물로 보일 수 있거든요. 물론 바른정당으로 떠났던 국회의원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습니다만, 일부에서는 당시의 앙금이 지금도 여전한 분위깁니다.
탄핵 정국 이후에 분명 지도부 공백 사태가 이어졌습니다만,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고 최근 재보궐선거까지 이어지면서 자유한국당이 예전처럼 몸을 추르스는 모습이 보이고 있거든요. 최근 보니까 예전에는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습니다만, 최근 30%를 회복했다고 하더라고요. 통상 집권 3년차부터 무너진다는 정가의 징크스를 깨고 여전히 50%에 육박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감안하면 자유한국당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이대로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게 된다면, 현재 황교안 대표 체제로 바로 대선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고요, 그렇게 된다면 원 지사의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류도성] 그러니까 원 지사 입장에서는 탈당이라는 카드로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의 상황까지는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군요?
[고재일] 그렇게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원 지사에게 가장 좋은 그림은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참패한 후에 대대적인 야권 정계개편이 일어나고, 보수 위기론에 편승한 자연스러운 대통합의 물결 합류, 그리고 다음 대선 준비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B’, 일종의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류도성] 어떤 출구전략 말씀이신가요?
[고재일] 요즘 가만히 보고 있으면요. 원희룡 지사가 한동안 감추고 있었던 보수정치인의 색깔을 다시 밝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많이 세우고 있습니다. 영리병원 문제를 비롯해서 엊그제 도정질문에서는 제2공항 하지 않으려면 문재인 정부가 결정하라고 작심 발언을 해 민주당 도의원들의 반발을 사지 않았습니까?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도정질문 때에는 ‘정부와 협력할 사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도지사를 정치쟁점에 끌여들이지 말라’고 답변을 피해갔던 원 지사의 입장이 180도 확 바뀐 셈이죠.
[류도성] 그 도정질문이 어떤 내용이었나요?
[고재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국정교과서 폐기’인데요. 4.3을 왜곡 기술한 부분이 문제가 된 국정교과서 추진으로 도민사회의 반발이 일었죠. 관련해서 지난 2015년 11월 더불어민주당 김용범 의원이 도지사의 입장을 물었는데요. 원 지사가 ‘답할 수 없다’ ‘노코멘트하겠다’ 이렇게 했던 겁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원 지사가 공을 들이는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튜브 채널 관리인데요. 시도지사협의회 전체에 대해 각을 세운 것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었다고 위로의 메시지를 던지는 등 보수정치인의 색을 다시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다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류도성] 뉴스톡 지금까지 고재일 시사 칼럼니스트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