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녹색당 “도민 70% 찬성한 조례안 도의회가 저버려”
재석의원 40명 가운데 찬성 19명, 반대 14명, 기권 7명으로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이 도의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주녹색당은 “도민 70% 이상이 찬성한 조례안을 부결시키며 도의회가 결국 제주도민들의 뜻을 저버렸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11일 오후 2시 속개된 제37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홍명환 도의원(이도2동 갑)이 대표 발의한 보전지역 관리 조례 일부 개정안이 상정됐다. 조례안은 보전지역 1등급 지역에서 공항과 항만 등의 대규모 시설을 추진할 경우 도의회의 지정해제 동의 절차를 밟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의 직후부터 조례안에 대해 제주도는 제2공항의 정상 추진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며,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팽팽히 맞서왔다. 상임위를 가까스로 통과한 조례안은 지난 5월 본회의에 상정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전체 도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이유로 김태석 의장이 한 차례 상정을 보류하기도 했다.
본회의를 앞둔 시점에서는 조례안 통과가 무난할 것이라는 시각이 다소 우세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조례안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77%가 나온데다, 실제 보전지구 해제 절차는 이번 조례안 통과와는 별개 사안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표결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도민 다수의 뜻을 거스르는 선택을 하겠느냐는 낙관론도 한 몫 했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뜻밖의 상황이 전개됐다. 본회의장에 참석한 재석의원 40명 가운데(병원 진료 등으로 불참한 2명 제외)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19명에 불과했다. ‘단 2표’가 부족해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대표 발의자인 홍명환 의원을 비롯해 강민숙, 강성의, 강철남, 고은실, 김경미, 김용범, 김창식, 김태석, 문경운, 문종태, 박원철, 송창권, 양영식, 이상봉, 이승아, 정민구, 좌남수, 현길호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정의당 고은실 의원과 김창식 교육의원을 제외하면 민주당은 17표에 불과하다.
본회의장에 불참한 2명을 제외한 민주당 27명 가운데 10명은 반대 또는 기권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김황국, 오영희(이상 자유한국당), 강충룡, 한영진(이상 바른미래당), 강연호, 안창남, 이경용(이상 무소속), 강시백, 오대익(이상 교육의원) 외에도 민주당인 강성민, 박호형, 송영훈, 임상필, 조훈배 의원이 반대표에 합류했다. 민주당 강성균, 고용호, 고태순, 김경학, 김희현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지만 사실상 ‘반대’에 손을 들어준 결과를 낳았다.
조례안 부결에 대해 제주녹색당은 긴급논평을 내고 “조례 개정안은 제주도의 난개발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었지만 부결로 인해 도의원들은 제주도민의 뜻을 저버렸다”며 “도의원들이 눈치를 봐야 할 사람은 원희룡 도지사와 국토부가 아니라 바로 제주도민”이라고 꾸짖었다. 녹색당은 “도민주권과 특별자치를 선도하는 혁신 의정이라는 슬로건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조례안 부결로 인해 제주도의원들이 제주도민들의 뜻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보다 더 명확해졌다”고 성토했다.대표발의자인 홍명환 의원은 자신의 SNS 계정에서 “도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여 죄송하다. 을사조약 때 시일야방성대곡의 심정으로 원통하고 분하다”며 “입법권한을 포기하고 난개발의 노예가 된 제주도의회는 살았는가 죽었는가”라고 심경을 전했다.
최근 기본계획 용역을 마무리한 국토부는 오는 10월까지 제2공항 확정고시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센 찬반 갈등 속에서 ‘도민사회 자기결정권을 위한 장치’라는 명분과 ‘제2공항 발목 잡기 조례’라는 평가가 엇갈렸던 보전지역 관리 조례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어설픈 모양으로 부결처리돼 더 큰 후폭풍을 예고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