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칼럼] 사과도 자기고백도 진정성이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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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일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사과’ 일 것이다. 2차 대전 승전국인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일본은 한때 식민지였던 한국에 대해서 만큼은 진심 어린 깊은 사과를 외면하고 있다.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갑질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당직 사병의 실명을 공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여느 국회의원들의 사과가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유 역시 ‘진정성’이 의심받기 때문이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8월 31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는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불편과 갈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행정대집행 비용 납부명령을 직권 취소하고 상생의 길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진정성이 있는 사과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평소 제주해군기지 추진 상황을 안타까운 시각으로 바라본 필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고 느끼기 충분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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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최고 지휘관이라지만 부 총장을 둘러싼 상황들은 여러모로 녹록지 않았을 것임이 자명하다. 공식사과와 직권 취소라는 정무적 판단을 위해 군 내부의 반발을 달래고, 외부로는 예비역 선배나 보수 단체들의 불편한 심기도 신경 썼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사과가 가능했던 이유는 제주 출신인 자신이 해군총장으로 재임하는 시절에 갈등 문제를 매듭 지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14일자 한라일보는 <해군, 강정마을과 함께 미래를 열다>라는 외부 필진의 칼럼을 게재했다. 제주대학교 교수이자 예비역 해군 준장 남동우씨의 칼럼인데, 그는 과거 제주해군기지 내 7전단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5년 부산에서 제주 강정마을로 부대를 이전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마을 입구의 현수막을 보며 ‘참담했다’고 떠올렸다. 해군 지휘부와 역대 전단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깊은 불신과 갈등의 골로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이번 해군총장과 마을회장의 대승적 결의에 감사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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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복잡했다. 분명 해군을 대표해 참모총장이 공식 사과했지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던 시기에 강정마을에 있던 해군의 책임자가 ‘이제 됐으니까 모든 것을 덮고 앞으로 나가자’는 말을 하는 게 타당한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 갈등을 해결할 수 없었다는 남 교수가 전단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6년 3월 해군은 마을회와 주민 등에게 건설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34억원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같은해 9월 ‘민군화합과 제주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고 제주의 브랜드 가치와 명성을 전 세계에 널리 홍보하는데 기여했다’는 이유로 그를 제주명예도민으로 추천하려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청이 지난 2018년 펴낸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의 결여와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군과 해경 등 여러 기관의 비협조로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백히 짚고 있다. 해군 총장도 공식 사과를 한 마당이니 만큼 당시 부대의 지휘관으로서 ‘진정성’ 있는 자기 고백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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