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 여론조사로 제2공항 도민 의견 수렴…뒷감당은 누가?

 11 9 제주CBS 시사매거진 제주 <고재일의 뉴스톡방송 내용입니다.

[류도성] 월요일마다 돌아오는 뉴스톡 코너입니다. <제주팟닷컴>의 고재일 기자 함께 합니다.

[고재일]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묻는 논의 과정에서 공론화 절차가 사실상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민 여론 수렴 과정으로서의 여론조사가 남았는데요. 여론조사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 필요할 것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지난 8월부터 4차례의 토론과 제주공항 확장 방안 한 가지만을 따져보는 끝장 토론 두 차례까지 모두 여섯 차례 토론회가 진행됐고요. 제주도가 지난 2일 도의회 제2공항 특위에 도민 의견 수렴 방안으로 한 차례 여론조사를 갖자는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이걸 특위가 받아들이면서 결정이 됐다고 봐야겠죠.

[류도성] 의견 수렴 방안으로 여러가지가 제시됐는데, 여론조사로 결정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고재일] 강제성이나 법적 구속력만 놓고 봤을 때는 주민투표가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요. 국책사업은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국토부가 이 부분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선택지에서 제외가 된 것이고요. 충분한 정보와 토론, 숙고의 과정을 거쳐 찬반을 묻는 공론조사 같은 경우는 코로나19 시국과 제2공항 특위의 활동 시한이 올해 말로 끝나는 점을 감안해 추진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남은 수단이 결국 여론조사 뿐인데요.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손 쉬운 방법이기는 합니다만, 반대로 보면 주민투표처럼 강제성도 없고 공론조사처럼 참여자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겠죠.

[류도성] 여론조사 방식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찬반 단체별 목소리도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고재일] 원래 여론조사는 흐름과 추이를 보기에 더 알맞은 방식이라 할 수 있죠. 때문에 많은 곳에서 보통 여론조사 하면 정책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생각을 하지 정책을 결정하는 수단으로는 보지 않거든요. 같은 내용이라도 조사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요. 그만큼 분위기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외부의 영향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즉, 휘둘리기 쉽다는 것이죠. 그래서 현 제주공항 확장방안을 선택지에 넣느냐 마느냐, 성산읍 지역 주민들의 조사 가중치를 어느 정도로 두느냐와 같이 찬반 단체별로 서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여론조사의 한계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류도성] 여론조사 방식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신다는 거군요?

[고재일] 여론조사가 부정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제2공항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여론조사보다는 다른 방법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류도성] 그런데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여론조사로 중요한 정책 결정을 시도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고재일] 맞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일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론조사가 중요한 도구 또는 구실로 사용된 적이 있죠. 하지만 별로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아마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07년에 있었던 제주해군기지 후보지 선정 여론조사가 아닐까 하는데요. 도민 표본을 대상으로 1차 조사에서 해군기지 유치 찬반을 먼저 결정하고, 2차 조사는 후보지별 찬반을 물어 찬성이 가장 많이 나온 곳으로 결정하기로 하는 유래를 볼 수 없는 여론조사 아니었겠습니까? 지난해 경찰청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로 전모가 드러난 바 있습니다.

2008년에도 영리병원 도입을 두고 여론조사가 진행됐지만 찬성과 반대가 팽팽해서 결국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요. 2013년에는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위해 제주도가 지역 언론사와 손잡고 여론조사를 진행했죠. 80% 이상 찬성한다는 응답에도 불구하고 도의회가 동의 절차를 밟지 않으면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 2017년에는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섬문화축제 부활을 위해 여론조사를 추진했다가 문항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거세지면서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됐죠.


[류도성]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여론조사가 논란을 잠재우기는 커녕 키우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법도 하네요.

[고재일] 여론조사와 관련해서 경계해야 할 지점은 또 있습니다. 제2공항 추진을 밀어붙이는 도정, 즉 행정이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입니다. 지금껏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행정의 여론 몰이가 항상 있어왔거든요. 제2공항 여론조사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겁니다. 최근에 안동우 제주시장이 적극적인 시민 홍보와 공감대 형성을 주문했다고 하는데요. 자칫 행정이 여론조사에 개입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보거든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류도성] 듣고 보니 앞으로의 여정도 쉬울 것 같지는 않네요?

[고재일] 일단 아까도 설명드린 것처럼 여론조사 문항을 어떻게 짜고 구성할까부터 조사 대상을 누구로 하느냐 가중치를 어떻게 주느냐의 모든 과정이 쉽지 않을 겁니다. 또한 여론조사를 실제로 진행한다 하더라도 찬성이나 반대 중 어느 한쪽이 우월하게 높게 나오지 않으면 불복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도 되고요. 국토부가 절대 다수의 반대가 나와 제주도가 사업 중단을 요청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거든요. 절대 다수의 찬성이나 반대가 나올지, 제주도가 정식으로 사업 중단을 요청할지도 의문이 듭니다. 여론조사가 민의도 정확히 대변하고 정책 결정의 실효성도 담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류도성]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제주팟닷컴>의 고재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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