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 어느 제주도의원의 혀밍아웃

※ 1월 18일 제주CBS 시사매거진 제주 <고재일의 뉴스톡> 방송 내용입니다. 방송 녹음 직후 강충룡 도의원은 동성애 혐오 표현에 대한 유감을 표했습니다.

[류도성] <뉴스톡> 시간입니다. <제주팟닷컴>의 고재일 기자와 함께 2021년 새해 첫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고재일] 새해 첫 방송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는데요. 요즘 진행되는 논란을 우선 정리해 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어찌 보면 오늘 방송 내용은 제주의 지방자치 수준을 가늠하고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내용이니 만큼 많은 분들도 듣고 한번 생각해 보시고, 기왕이면 방송 통해서 의견도 함께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류도성] 첫 방송부터 지방자치의 수준이라니 스케일이 큰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고재일] 동성애자 혐오 논란 다뤄보겠습니다. 지난 달 23일 제390차 임시회 2차 본회의에 상정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 표결을 앞두고 서귀포시 송산·효돈·영천동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강충룡 의원이 사전 반대 토론을 신청했는데요. 조례안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동성애, 동성애자 싫어합니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11조를 정면으로 거스른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해버린 것이죠. 강 의원은 동료 의원들의 자녀가 동성애를 하겠다고 할 경우 허락할 것이냐며 반대를 요청했지만, 해당 조례안은 찬성 26대 반대 12로 결국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류도성] 강 의원이 문제 삼은 조례의 항목이 어느 부분인가요?

[고재일] 그렇죠. 일단 조례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아시는 것처럼 조례 제정 청원에 따라 정의당 고은실 의원이 대표발의한 원안에 대해 찬반 논란이 거세지 않았습니까. 결국 상임위인 교육위원회가 원안을 폐기, 새로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안을 마련한 후 본회의로 넘겼는데요. 학생 인권 침해 상담이나 구제, 인권교육을 담당하기 위한 ‘인권옹호관’을 두는 것, 이걸 교원단체가 가장 반대했는데요. 이걸 폐지하는 대신 교육청에 인권교육센터를 두고 업무를 맡게 했고요. 또 원안의 차별금지 조항에 ‘성적(性的)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준용한다고 명시됐지만 이게 삭제된 후 포괄적인 항목으로 대체됐습니다. 

[류도성] 그렇다면 성적 지향의 문제는 지난 달 통과한 조례안의 쟁점이 아니었다는 뜻이군요?

[고재일] 그렇습니다. 결국 강 의원이 조례안 표결에 앞서 요구한 찬반 토론 요구는 실체가 없는 내용을 두고 내용을 따져 보자는 셈인데요. 조례안을 꼼꼼히 살펴 보지도 않고 정치적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을 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난 12일 제주여민회 등으로 구성된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 국가인권위 제주출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제 제기에 나섰는데요. 이들은 “공적인 공간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나오고 아무도 이를 제지 않는 사태가 발생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과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강 의원과 좌남수 의장,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을 피진정인으로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류도성] 좌남수 의장은 왜 피진정인이 된 것인가요?

[고재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회의 규칙에 따라 의장은 본회의와 관련 모든 선포와 도의원 개인의 발언 여부 등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의장의 허가를 받고 발언을 하는 형식인데요. ‘의제 외 발언의 금지’라는 조항이 있어 의제와 관련이 없거나 허가 받은 성질에 어긋나는 발언은 의장이 주의를 주거나 금지 시킬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강 의원의 발언이 이에 해당하는데도 좌 의장이 방임했다고 보는 셈입니다. 좌 의장은 실제로 강 의원의 발언이 끝난 후 “강 의원, 인사하고 들어가야지”라며 가벼운 반말을 하는데요. 강 의원의 발언을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류도성] 강 의원의 발언이 지금처럼 문제가 되고 있다면 도의회에서 어떤 조치를 내릴 수는 있는 겁니까?

[고재일] 2007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가 있는데요. 위반시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 대상이 됩니다. 강 의원의 발언은 ‘청렴 및 품위 유지’를 규정한 조례 제6조 또는 ‘직권 남용의 금지’를 담은 8조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해석하기에 따라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에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문제와 관련해 김용범 윤리특위위원장의 얘기를 좀 들어봤는데요. 강 의원의 발언이 정치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동료 의원의 신상을 따져보는 일이 부담스러운 일이기는 하나 인권위에서 실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행동을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강 의원이 국민의힘 제주도당 대변인이거든요. 관련해서 장성철 도당위원장 얘기를 좀 들어보려고 했는데요. ‘유구무언’ 할 말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류도성] 왠지 모를 곤혹스러움이 느껴지는 발언인 것 같은데요. 

[고재일] 어쨌든 제주도의회나 지역 정치권이 이번 혐오 발언에 대해서는 좀 심각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원희룡 도지사도 지난 지방선거 당시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지만 차별을 반대한다며 동성애자라는 이유의 차별에 대해 인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거든요. 때문에 차별금지법이나 차별금지조례 마련의 공론회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요, 학생들의 청원으로 시작된 조례안이 상임위원회를 거치며 누더기로 전락했고, 어른들이 폭력적인 언어를 주고받고 있는 지금 상황을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고민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류도성]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제주팟닷컴>의 고재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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