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훈 지사 “새 정부 노동 강조 전망…노동일자리과 신설”
제주특별자치도가 ‘노동일자리과’ 신설을 통해 노동정책 전담 부서 구축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출범에 맞춰 급조한 ‘숟가락 얹기’ 땜질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영훈 도정은 취임 초 노동정책 전담조직 설치 공약을 사실상 백지화한 전력이 있는 만큼,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오 지사는 9일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열린 정책공유회의에서 “새 정부가 노동의 권리와 권익에 대해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가 선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제시하고 끌고 갈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오늘(10일)부터 예정된 임시회에 조직개편안을 상정, 노동일자리과를 신설하고 고용 정책과 노동 권익, 산업 현장 안전 등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 노동전담기구 약속해 놓고 백지화하기도…제주 현실은 전국 최악
하지만 이 같은 발표에 대해 ‘뒤늦은 수습’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오 지사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노동인권국 신설, 노동특보 임명, 노정교섭 정례화를 명확한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당선 직후 도지사직 인수위에서도 노동정책 전담 조직 신설을 민선 8기 중점과제로 반영했지만, 실제 조직개편안에서는 슬그머니 빠졌다. 공약을 사실상 백지화한 셈이다.
당시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은 강하게 반발, “노동존중을 외치던 오영훈 도정이 도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저버렸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질타하기도 했다. 이후 2년 넘는 시간 동안 제주도는 명확한 대책 없이 노동정책을 고용경제과 아래 하위 기능으로 흡수한 채 방치했고, 그 결과 도내 노동 현장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제주의 노동 현실은 전국 평균보다 더 열악하다. 도내 노동자 10명 중 6명이 비정규직이며, 전체 사업장의 93%가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이다. 노동자 다수는 법적 보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여기에 더해 고용불안,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노동권 침해 사례도 빈번하지만, 이를 전담할 행정조직도, 정책도, 예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제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건은 오영훈 도정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가 폭염 속에서 숨지고, 또 다른 노동자는 뇌출혈로 쓰러지는 등 열악한 노동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제주도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노동일자리과 반쪽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이런 배경에서 ‘노동일자리과’ 신설은 진정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변화에 편승하려는 ‘숟가락 얹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도의원은 “도정이 스스로 정책을 주도했다기보다는 이재명 정부 출범이라는 큰 흐름에 눈치를 본 행정”이라며 “겉보기는 전담부서지만, 실질적으로는 고용창출 중심의 일자리과 확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노동일자리과’ 신설 추진에 대해 “늦은 감은 있지만 전담부서 설치를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부서의 명칭만 바뀐 것이지, 노동 관련 예산과 전담 인력 확대, 감시 기능 강화 등 핵심 내용은 여전히 불분명한 관계로 추후 세부적인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제주의 노동문제는 단순히 일자리 숫자나 실업률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도민의 생명, 안전, 존엄과 직결된 문제로 향후 제주의 지속가능한 성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지이기도 하다. 도의회 논의 과정에서 어떤 구상이 나올지 살펴봐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