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중국 땅이냐”, “우도는 중국에 내주나”
최근 다수 국내 언론이 SNS 게시글 하나를 인용해 제주시 우도 해변의 ‘오성홍기’ 게양 영상을 자극적 보도로 쏟아내고 있다. 태극기와 나란히 꽂힌 오성홍기의 모습이 맥락은 거세된 채 순식간에 ‘국토 주권 침해’, ‘반중 감정’으로 비화되는 것이다.
보도의 시작은 10일 SNS 스레드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었다. 게시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 있다. 깃발은 바닥에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면서 정작 우도는 중국에 내어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후 다수 매체가 해당 게시물에 쏟아진 부정적 댓글 반응을 제목으로 뽑아 연쇄적으로 기사를 생산했다.
언론들은 해당 사진이 촬영된 장소가 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노린 상업 공간이라는 사실, 국기 게양의 의도와 맥락을 애써 외면하려 했다. 당사자의 해명은 찾아볼 수 없었고, 지역 주민과 전문가의 판단도 실리지 않았다. 그저 “국민이 분노했다”는 식의 격한 댓글 인용만 부각했다. 과거 제주에서 논란이 된 중국 관광객의 비위 행위까지 끌어들이며 논란을 확산 및 증폭시키려 했다.
현장을 전달하는 ‘중계’를 넘어 ‘증폭’의 의도를 가진 언론 보도라면 흉기나 매한가지다. 혐오와 분노를 증폭시키기 위해 사진 한 장, 댓글 몇 개만으로 여론을 구성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사실 보도 이전에 ‘정서 소비 콘텐츠’이자, 클릭 장사를 위한 소재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이 같은 보도가 지역 관광업체나 주민, 외국인 관광객 간의 신뢰와 공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상업적인 의도와 문화적 배려가 경계선을 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은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를 갑자기 국가 주권이나 정체성 위협 운운하는 거대한 프레임으로 몰아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닥칠 수 있다.
물론 언론은 SNS 속의 다양한 목소리를 옮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고, 문제제기의 배경과 의도를 묻는 것이 언론의 본분이다. 맥락 없는 사진 한 장, 자극적인 제목, 댓글 복붙으로 만들어진 이번 기사들은 그 본분을 망각한 전형적인 사례다. 뉴스는 분노보다 이해를 돕는 도구여야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