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숙 교육감 ‘재판대’ 서나… ‘선거공보물 허위 기재’ 사법 리스크 수사 촉각

제주도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공보물 허위 기재 의혹이 치열한 진실 공방을 거쳐 본격적인 사법 심판대에 오를지 도민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의숙 교육감이 기소될 경우 직선제 이후 현직 교육감이 재판대에 오르는 첫 사례가 된다.

김광수 전 교육감 후보 측은 지방선거 본투표 이틀 전인 지난 6월 1일 고의숙 교육감(당시 후보)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해당 선거일 이후 6개월로 오는 12월 3일까지는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 “2019년 ‘가’ 등급 허위” vs “단순 오기”…엇갈린 진실 공방

논란의 핵심은 당시 고 교육감의 선거공보물 가운데 ‘후퇴한 제주교육 4년’이라는 제목의 페이지 기재 내용이다. 공보물은 ‘민원서비스 종합평가’ 지표와 관련해 “제주도교육청 민원서비스 종합평가 ‘가’ 등급에서 ‘마’ 등급으로 후퇴”라는 소제목과 함께, 2019년 ‘가’ 등급, 2024년 ‘다’ 등급, 2025년 ‘마’ 등급으로 하락했다는 내용의 시각 자료(그래프)를 작성해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 출처를 달아 게재했다.

그러나 실제 2019년 도교육청의 민원서비스 평가는 ‘가’ 등급이 아닌 ‘라’ 등급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광수 후보 측이 공식 통계와 다른 정보가 공보물에 기재된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해당 내용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선거 막판 유권자들에게 3차례에 걸쳐 대량 발송한 고 교육감 측을 고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고의숙 교육감 측은 공보물 내용 중 “2019년 ‘가’ 등급”은 “2022년 ‘가’ 등급”을 잘못 기재한 단순 오기라고 해명하며, 김 전 교육감 취임 이후 해당 지표가 하락했다는 본질적 사실관계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 들쭉날쭉한 상대평가 지표…과거 데이터 교차 배치 ‘고의성’ 쟁점

본지가 확인한 민원서비스 평가는 절대 점수가 아닌 상대평가로 매년 변동성이 큰 지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도별 등급을 살펴보면 2018년 ‘다’, 2019년 ‘라’, 2020년 ‘마’, 2021년 ‘마’, 2022년 ‘가’, 2023년 ‘다’, 2024년 ‘다’, 2025년 ‘마’ 등급으로 특정한 구조적 추세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공보물 페이지에는 이와 함께 김 전 교육감의 실정을 비판하기 위한 다수의 지표가 수록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자료를 인용한 대입 수능 수학 학력 지표는 2019년 전국 1위에서 2024년 8위로 하락했다고 명시됐다. 이 밖에도 2024년 기준 100명 당 5.16건으로 전국 평균을 웃도는 학생 안전사고 건수, 2009년부터 2023년까지 1~2등급을 유지하다 2024~2025년 3등급으로 하락한 청렴도 결과, 도의회 심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교육청 기금의 급감(2023년 약 5천53억 원에서 2025년 약 3천535억 원) 추이 등이 적시됐다. ‘후퇴한 제주교육 4년’을 비판하기 위해 각각 다른 시점의 데이터를 취사 선택해 공보물 자료로 인용한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보물 전체 구성상 2009년과 2019년 등 과거 시점의 지표들이 교차 배치된 기획 정황이 존재하는 만큼, 2019년 ‘라’ 등급을 ‘가’ 등급으로 표기한 것을 단순 실수로만 치부하기엔 쟁점이 복잡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때문에 지표의 변동성과 임의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극적인 하락 서사를 만들기 위해 기준점을 설정했다는 ‘미필적 고의’ 여부가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더구나 공보물 허위 기재 내용이 초박빙으로 치닫던 선거 막판 표심에 영향을 미친 점도 중대하게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2018년부터 2025년 민원서비스 평가 결과를 재구성한 막대 그래프

▲ 수사 지연·공소청 출범 변수…기소 시 수장 공백 사태 우려

이처럼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데다 고의숙 교육감 측 역시 오기임을 인정한 만큼, 당초 고발 사건이 신속하게 결론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경찰은 송치 여부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공소시효가 오는 12월 3일인 만큼, 경찰은 통상적으로 기한 두 달 전인 10월 중순쯤에는 사건을 송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선거법 수사를 전담하는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효성 해링턴 게이트와 제주 여성 실종 사망 사건 등 굵직한 대형 수사가 겹치며 극심한 업무 과부하를 겪는 것으로 전해진 만큼 시기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사건 송치 역시 다음 달 말 또는 11월로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다.

최근 급변하는 수사 환경도 사법 처리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거쳐 공소청으로 새로운 출범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11월에 사건을 넘겨받을 경우 공소청은 시효 만료까지 불과 한 달여 간의 짧은 시간 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고 교육감을 향한 사법 리스크가 구체화되면서 제주 교육계 안팎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기소가 이뤄지고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화되면서 제주 교육 행정은 수장 공백과 보궐선거라는 초유의 사태도 불가피해진다. 지역 정가와 교육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만약의 사태를 염두에 둔 잠재적 주자들의 물밑 행보도 감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One comment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