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지방공휴일…결국 제주도 공무원만 노는 날?

올해 4월 3일은 제주4.3사건 7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숫자가 상징하듯 올해 4.3 추념일은 그 여느때보다 지역 사회는 물론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된 한해였지요.

그래서일까요? 모처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뜻이 맞았나 봅니다. 4.3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범도민적인 추모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날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3월 20일 제주도의회는 본회의에서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원희룡 지사는 곧바로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기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울 듯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4.3을 기리고 희생자들을 추모해야 한다는 뜻에는 공감을 하지만, 지방공휴일 지정이 일반 도민사회에 미칠 법적인 근거는 없다는 겁니다. 기껏해야 공무원들만(그것도 경찰이나 교사 등 국가직 공무원을 제외하고 지방직 공무원만) 이날 하루를 법적으로 쉴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당연히도 도민사회 곳곳에서 불편한 시선이 이어졌습니다. “이럴거면 뭐하러 지방공휴일을 만드냐”고 말이죠. 정부도 난색을 표시했습니다. 국민들의 생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데다,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죠.

예상치 못한 도민 사회의 싸늘한 반응에 제주도가 적잖이 놀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전성태 행정부지사가 3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공휴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무원들이 정상근무를 하겠다고 수습에 나섰습니다. 전 부지사의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해보면 지방공휴일은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만약 지방공휴일이 계획대로 시행됐고, 도민 사회와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공무원들은 휴무에 들어갔더라면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면 오버일까요?


그런데 11월 초 제주도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멀쩡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한두명씩 포상휴가를 받아 자리를 비운 겁니다. 알고보니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명령(?)’에 따라 휴가를 떠났다는 겁니다.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에 따라 포상휴가는 ‘특별한 공로가 있는 공무원에 한해 최대 5일까지 허용’됩니다. 제주도 공무원 전원이 무슨 특별한 공로가 있어서 떠나는지 궁금했습니다.

알고보니 제주도가 최근 포상휴가 규칙을 제정했습니다. 특별한 공로가 없더라도 도정 각 분야에서 현안 업무를 열심히 수행한 직원들을 격려하거나 제주만의 특별한 날인 경우 도지사의 명령에 의한 포상휴가를 줄 수 있다는 항목을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지방공휴일 시행에 따른 전도민 사회 확산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을가요? 일반 기업체에 참여요청 공문은 커녕 학교나 정부기관, 심지어 공기업이나 산하기관 등에 이 같은 논의를 단 한번도 진행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도청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수긍하면서도 참으로 막걸리(?) 같은 답변을 내놨습니다. “행정부지사 기자회견 당시에는 대외적으로 대체 휴무 등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검토하고 있었던 사항”이라고 말이죠. 즉, 도민 사회에 대해서는 선언적 휴일이네 정상근무네 거짓말을 하고 내부적으로 ‘챙겨먹기’에 골몰했다는 것이죠.

지방공휴일의 취지가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공무원들 쉬는 날을 하루 늘려주기 위한 것인지 저는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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