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국내 광고시장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삼성의 광고 예산규모가 정해지면 나머지 주요 대기업들이 그것을 기준으로 자사의 광고예산을 편성한다는 소문까지 있으니까요. 삼성이 광고규모를 키우면 함께 올리고, 줄이면 그 핑계(?)로 예산을 아낀다는 건데요. 검증되지 않은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삼성의 영향력을 가늠케 하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세계적 기업 삼성에게도 예외는 있습니다. 삼성의 광고 집행이 주로 ‘인서울’ 즉 중앙언론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겁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현안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 지역 언론사 입장에서 보아도 삼성의 취재가 녹록치 않은 곳이다보니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당연히 삼성 입장에서는 지역언론에 대한 광고를 신경쓸 이유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예외적 상황 속에서도 또 ‘예외’가 있습니다. 삼성이 1년에 한번씩 지역언론에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가 몇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바로 새해를 맞아 전체적으로 집행되는 신년 광고입니다.
삼성이 제가 애독(?)하는 지역 일간지 4곳(제주신보, 한라일보, 제민일보, 제주일보)에 지난 3일자 1면 하단 광고를 일제히 실었더군요. 귀여운 아이가 돼지 인형을 안고 있는 포근한 모습인데요. ‘기분 좋은 꿈과 함께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롭게 가진 꿈도 소망하던 다짐도 2019년 새해에는 모두 다 잘될 거예요. SAMSUNG’ 이라고 박혔더군요.
공교롭게도 광고 패턴도 똑같습니다. 새해 1일은 제주도청의 광고를 싣고, 3일에는 삼성 광고, 4일은 제주도의회 광고를 몇년째 같은 모습으로 게재하고 있더군요. 가뜩이나 신년호 제작을 위해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일간지 편집국을 위해 광고만큼이라도 걱정없이 넉넉하게 베풀겠다는 선의(?)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깜박한 것이 있네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주주총회를 앞둔 지난 2015년 7월 경에도 일간지 전면 광고를 본 기억이 납니다. 주주들에게 전하는 호소문이 하나였고, 또 다른 하나는 아마 합병이 성사된 후 감사하다는 내용의 광고였던 것 같습니다.
삼성의 지역 일간지 신년 광고에 별다른 뜻이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그저 지역 언론 발전을 위한 삼성의 순수한 뜻이 담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