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21일)과 모레(22일) 제주도의회의 상황이 아주 재미있게(?) 됐습니다. 43명의 도의원들은 어쩌면 자신의 정치 인생을 좌우할 한판의 도박을 벌여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홍명환 도의원이 대표발의한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개정안>에 대한 상임위(환경도시위원회) 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상정을 유보한 바 있는 해당 조례안에는 ‘보전지구 1등급 지역’에 항만이나 공항을 지을 수 없도록 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조례안이 통과하면 보전지구 1등급은 도의회로부터 해제 동의를 받은 후에야 해당 시설을 지을 수 있게 됩니다.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건설 후보지에는 모두 6곳의 1등급 보전지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그동안 ‘전례가 없다’, ‘과잉 규제다’, ‘도지사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조례안에 대해 대놓고 ‘신경질 수준(?)’으로 반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관련내용: 겐세이 무한루프 제주도정…제2공항 못할까봐 안달?) 또한, 일부 찬성주민들은 홍 의원에게 찾아가 거세게 조례안 철회와 사퇴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가 21일 오전 회의를 열고 홍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례안을 심사합니다. 상임위가 안건을 통과시켜야 22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는데, 상임위 전원합의 방식으로의 본회의 상정은 사실상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환경도시위원회 7명의 의원 가운데 무소속인 강연호 의원을 제외하면 6명이 홍 의원과 같은 당적이지만 묘하게 갈린 모양새입니다. 절반인 3명은 조례안 공동발의자로 서명을 함께 했고, 나머지 3명은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왜 그랬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해당 내용이 이 글의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지역 정치의 복잡한 셈법이 깔려 있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기겠습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진통 끝에 상정을 보류할지 아니면 표결 처리를 강행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순조로워 보이지 않다는 것 하나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내일 상임위의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의원들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상임위 소속의 23명의 민주당 도의원들은 내심 ‘상정 보류’를 바랄지도 모를 일입니다. 23일 본회의 표결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이번 역시 ‘찬성’이나 ‘반대’, 또는 ‘기권’ 등의 선택이 도민들 앞에 그대로 전달될지도 모르니까요.
이런 가운데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출발시켰습니다.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을 위해 앞으로 한 달 동안 도민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습니다. “제2공항 운영권을 제주도가 가져오도록 협의하겠다”, “공항과 연계한 신교통수단을 토입하고 연계도로를 확충해 배후도시를 조성하겠다”며 마음 깊은 곳의 욕망을 자극하고 나섰습니다. 사실상 제주공항 만으로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ADPi 용역보고서 공개에 이어 조례안 상정이 코 앞에 닥치자 마음이 급해졌나 봅니다.
‘전차’는 제주도의회라는 역에서 멈출까요? 아니면 빠르게 통과해 다음 역으로 가게 될까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43명의 역무원들은 각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