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냥 하기 싫다고 쪽박까지 깨서야

도의회 행정사무조사를 불편하게 느끼는 제민일보 사설을 보고

‘사업장 특혜의혹 규명해서 뭘 할 것인가’

지난 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가 JDC 소관 5개 대형개발사업장에 대한 여러 논란과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당시 행정의 책임자인 도지사와 실무 공무원 등 45명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출석시키기로 요구했다는 것에 따른 제민일보의 사설 제목이다.

제목 자체의 워딩도 워낙 ‘도발적(?)’이거니와 행정사무조사의 핵심을 ‘사업장 특혜의혹 규명’이라고 재정의한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제민일보는 도대체 어떤 이유로 행정사무조사의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일까?

신문은 우선 행정사무조사 증인 채택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증인으로 요청한 김태환·우근민 전 지사의 출석이 불투명하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도 전직 지사 2명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몸이 불편하고, 해외에 있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고 복기했다. 쉽게 얘기해 ‘어차피 나오지 않을 사람을 왜 부르느냐’ 정도로 풀이된다.

사실 우근민과 김태환, 김태환과 우근민 두 전직 도지사의 행정사무조사 불출석은 그리 예상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특혜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도의회 조사장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와 추궁을 받는 것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기 때문이다. 허나 이 경우 행정사무조사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 당사자를 탓해야지, 증인의 출석을 요구한 도의회를 비판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미 지난해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실무 공무원 선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상당수의 의혹이 제기됐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도지사의 출석이 마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매해 국정감사 때마다 되풀이 되는 국회의 재벌총수 증인 신청과 당사자들의 미꾸라지식 해외출장, 이를 ‘경제를 외면하는 정치권’이라 비판하는 몇몇 보수지들의 반복되는 레퍼토리를 엿보는 느낌이다.

신문은 두 번째로 의회의 책임을 부각하고 있다. “전직 지사에 대한 증인 심문은 의회의 책임 면피 및 형평성 위배 문제도 갖고 있다. 전직 지사의 재직시절 대규모 개발사업장의 환경영향평가 동의권을 행사했던 도의원들이 증인 심문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 동의라는 승인권을 사실상 갖고 있음에도 의장단을 제외시킨 것은 ‘제식구 감싸기’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행정이든 의회든 심지어 언론이든 이 잣대는 균일하다. 하지만 순서가 있다. 석연찮은 원단위 축소적용은 물론 환경영향평가 협의 이행 사항에 대한 사후관리 부실, 부담금 특혜 의혹 등은 엄밀히 의회의 영역이 아닌 행정의 영역 아니던가? 당시 의회 내부에서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나중에 비난해도 늦지 않다.

신문은 그러면서도 다소 애매모호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공직자와 도의원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재직 시절 공도 있고, 과도 있게 마련이다. (중략) 지금 도의회가 해야 할 일은 지난날의 먼지를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잘 사는 제주를 만드느냐에 도민사회의 힘을 모으는 것이다. 도내 곳곳에서 표출되는 다양한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민생을 돌보는 의정역량 발휘를 기대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실수도 하는 법, 시시콜콜 잘잘못을 따져서 뭐하겠느냐는 반문이다. 이른바 ‘유공유과’식 물타기 논리다. ‘그때는 잘 살기 위해 개발독재가 필요했다’ ‘건국 초기 혼란한 정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반대세력의 숙청이나 학살은 불가피했다’ 등등이 모두 같은 논리다. 성과는 인정받고 싶지만 책임은 지기 싫은 이상한 생각에 다름 아니다.

신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잘 사는 제주를 만들고 도민사회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우선 잘못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찾아 밝히고, 이 과정에서 잘못된 관행이 작용하지 않았는지, 부당한 압력이 없었는지, 사업자와 행정의 유착이 없었는지 등을 따져 묻는 것이 필요하다. 덮어놓고 없던일로 하자는 주장은 상처만 깊게 할 뿐이다.

지난해 말 8명으로 출발한 행정사무조사특위는 최근 허창옥 전 부의장이 유명을 달리하며, 이상봉 위원장을 비롯해 강민숙, 강성의, 송창권, 조훈배, 한형진, 홍명환 의원 등 7명으로만 가동되고 있다. 시간을 쪼개가며 상임위 활동과 특위 활동을 병행하는 것도 모자라 행정에 대한 정보접근의 제한 등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동냥은 못 줄 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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