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6일 방송된 제주CBS 시사매거진 제주 <고재일의 뉴스톡>입니다.
[류도성] 월요일마다 돌아오는 뉴스톡 코너입니다. <제주팟닷컴>의 고재일 기자와 4·15 총선을 앞둔 지역 정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오답의 왕자’라고 불러달라고요?
[고재일] 먼저 지난주 방송 얘기부터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 박희수 예비후보와 미래통합당 고경실 예비후보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박희수 예비후보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강행 의지를 밝혔고요, 고경실 예비후보는 예상대로 공천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역시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격언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하겠구나 거듭 반성하며 스스로를 책망해 봅니다.
[류도성] 그래도 절반의 성공에 가능성을 두시라고 위로의 말씀드리고요. 이제 선거구별 후보 윤곽이 거의 드러났어요. 미래통합당이 그제 제주 지역 공천을 마무리했죠?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미래통합당 제주시갑의 장성철 예비후보, 제주시을 부상일 예비후보, 그리고 서귀포시 강경필 예비후보의 본선 진출이 확정됐습니다. 다른 예비후보들의 본선 후보 등록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제주시갑과 제주시을은 다자 구도, 서귀포시는 양자 구도로 전망하는 것 같습니다.
[류도성]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미래통합당이 장성철, 부상일, 강경필 예비후보 이들 세 명을 어떤 이유로 선택했다고 보시나요?
[고재일] 재미있는 점을 한 가지 짚어보자면요, 미래통합당 제주 선거구 후보 세 명의 정당 활동이 정말 짧다는 겁니다. 장성철, 강경필 예비후보의 당내 이력은 불과 한 달 가량에 불과하고요, 그나마 길다는 부상일 예비후보 역시 지난해 말에야 복당을 했거든요. 당내 기여도와 활동 여부를 떠나 통합 주체들의 후보 안배라든가 인지도, 그리고 선거 경험 등을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류도성] 1월에 복당한 민주당 송재호 예비후보의 경우도 비슷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번 총선은 유독 정당 정치의 근간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고재일] 좋은 지적인데요. 일부 탈락한 예비후보를 중심으로 그런 푸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이 어려울 때 풍찬노숙한 사람들은 정작 상황이 나아져도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거든요. 보통 선거를 앞두고 당내 후보가 선출되면 관심이 집중되는 소위 ‘컨벤션 효과’가 발생해 주목도가 오르기 마련인데요.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그게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이번 총선이 끝나면 승패를 떠나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뒤따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본격적인 세불리기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민주당이 선대위 출범식을 개최한데 이어 미래통합당이 오늘 무소속 도의원들의 입당식을 가졌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조직을 정비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인데요. 조만간 선대위 출범으로 세과시에 나서지 않을까 합니다.
양대 정당의 표심이 계산대로 맞아떨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의 경우 전략공천으로 분열된 표심을 단속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데요. 박희수 예비후보로 빠지는 이탈표를 잡아야 하고요, 미래통합당 역시 바른미래당 출신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한 장성철씨가 기존 당원들의 표심을 어느 정도 흡수할지가 관건이 될 겁니다. 결국 누가 집토끼를 잘 단속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류도성] 혹시 송재호 예비후보와 박희수 예비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고재일] 글쎄요. 무소속 출마 선언에 맞춰 민주당 제주도당이 대변인 명의 논평을 냈더라고요. 나름 완곡한 단어와 어법을 사용하면서 박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의 감정선을 건들지 않으려 노력한 모습이 보이기는 하는데요. 예단은 이릅니다만 개인적 견해로는 이미 멀리 오지 않았나 싶어요. 박희수 예비후보의 의지가 워낙 강한 것은 물론이고, 지지자들이 갈라선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생물’ 아니겠습니까? 아직 선거일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류도성] 좋습니다. 오늘은 역대 총선 이슈에 대해서 정리하셨다고요?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구도와 이슈, 인물 가운데 지난번에는 구도에 대해 정리하지 않았습니까? 오늘은 이슈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물론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습니다만, 그나마 비교해보자면 대통령 선거는 시대정신과 인물이 좌우하고 총선은 이슈에 움직이는 선거라고 흔히들 말하거든요. 상황에 따라 여야의 유불리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바로 이슈라는 것입니다.
[류도성] 역대 총선의 승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 잣대가 이슈라는 얘기인가요?
[고재일] 단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대체로 이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입니다. 2004년 4·15 총선은 아시는 것처럼 대통령 탄핵 정국 아니겠습니까?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국회가 통과한 탄핵안으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급상승했죠. 당시 152석을 가져갔다고 하는데 87년 체제 후 집권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첫 사례라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 처음 치러진 2008년 4·9 총선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이전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 뉴타운 열풍 등이 불면서 당시 한나라당이 153석으로 과반을 가져간 반면, 민주당이 81석을 차지하는데 그쳤고요. 19대 대선을 1년 앞둔 2016년 4월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은 당시 새누리당 공천 파동으로 대표되는 권력투쟁의 반사효과로 민주당이 원내 1당에 올랐습니다.
[류도성] 선거별로 시대에 맞는 유권자들의 정서가 반영되는 이슈가 분명히 있기는 있었네요. 이번 4·15 총선은 코로나19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기는 합니다만, 제주 지역 총선을 좌우한 특별한 이슈가 있다면 좀 소개해주시죠?
[고재일] 네, 제주 지역 총선의 이슈 또한 다양합니다. 2004년과 2008년에는 한미FTA 체결에 따른 1차 산업 위기가 중요한 이슈로 다뤄졌고요, 2008년과 2012년 총선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논란이 이슈로 다뤄졌습니다. 이밖에도 환경보전과 개발, 경제 활성화, 원도심 활성화 등 다양한 이슈가 제기됐지만 후보들 간의 입장이 뚜렷하게 갈리거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정도의 차이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도 경제 문제라든가 제2공항 건설, 환경 문제 등이 이슈로 거론될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기 선거가 이 시기에 맞물리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제주를 관통하는 선거 이슈하면 역시 4·3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민주당이 완전히 참패한 2008년 총선에서도 제주 지역은 3석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거든요. 지방선거도 비슷하겠습니다만, 총선에서 제주의 표심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을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4·3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류도성] 희생자와 유가족이 전체 도민의 10분의 1을 넘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럴 만도 하겠구나라는 생각인데요. 4·3이 역대 총선에서 미친 영향 좀 소개해 주시죠?
[고재일] 방금 말씀드린 2008년 4·9 총선 때가 바로 4·3 60주년을 맞는 해였는데요. 당시 유족회는 물론이고 김태환 도지사와 시민사회단체, 심지어 한나라당 후보들까지 나서서 이명박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을 강력히 요청했지만 결국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했습니다. 당시 정권이 바뀐 후 4·3 중앙위원회 폐지가 거론되자 도민 사회가 강력하게 대통령의 참석을 건의했는데요. 결국 오지 않았습니다. 당시 친이 계열 국회의원으로 분류된 원희룡 도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불참 사유를 전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4·3 위령제 참석은 보수우익단체의 반발과 북한 미사일 문제 등으로 잠정 보류됐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4년 후 2012년 64주년 추념식은 말 그대로 엉망이었습니다. 날씨도 좋지 않아서 천막과 의자가 바람에 날려 파손되는 불상사가 벌어졌고요. 많은 유족이 헌화와 분향에 참여하지 못해 항의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습니다. 2016년 68주년 추념식은 현재 제1야당 대표인 황교안 총리가 참석했지만, 당시 보수단체들이 ‘불량위패’ 이슈로 희생자 재심사 문제를 거론하며 유족들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류도성] 올해 선거에서 4·3이라는 이슈는 어떻게 작용할 것으로 보세요?
[고재일] 민주당 입장서 보면 어찌 보면 지금까지 제주 총선은 4·3이라는 열쇠로 풀기 쉬운 관문이었습니다. 보수 정권 책임론이라는 전가의 보도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올해는 오히려 민주당 입장에서 4·3이 부담스러운 입장이 된 측면이 있습니다. 20대 국회가 약속한 특별법 개정안 처리 불발 때문입니다. 야당 때문에 처리를 하지 못한 것이라는 책임론을 꺼내 들고 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의 책임이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 현역인 강창일 의원의 불출마 배경을 두고도 여러 말이 있지만 오죽하면 4·3 특별법 개정안 불발에 따른 정치적 부담감이 작용했으리라는 관측도 나오지 않겠습니까? 송재호 예비후보 부친의 행적을 캐묻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류도성] 4·3을 정략적 이해관계로 다루는 모습이 솔직히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정치의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겠죠.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제주팟닷컴> 고재일 기자와 함께 총선 앞둔 제주 지역 정가 얘기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