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 농지법 위반 제주 고위 공직자 필수덕목?

※ 8월 31일 제주CBS 시사매거진 제주 <고재일의 뉴스톡> 방송 내용입니다.

[류도성] 매주 월요일 돌아오는 뉴스톡 시간입니다. 오늘도 <제주팟닷컴> 고재일 기자와 함께 합니다.

[고재일] 지난 방송에서 원희룡 도지사의 멀티플레이를 소개하면서 인사청문회 잠깐 소개하지 않았습니까? 26일에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고 28일에는 고영권 정무부지사 예정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는데요. 도의회가 어쨌든 김 예정자에 대해서는 부적격으로 결론을 내렸고, 고 예정자는 적격, 부적격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원 지사에게 결심을 넘겼는데요. 인사청문회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인사청문회 단골로 지적되는 사안에 대해서 한번 짚어봐야 좋을 듯 싶어서 준비해 봤습니다. 바로 농지법 위반입니다.

[류도성] 그러고 보니 이번 고영권 정무부지사 예정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농지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어요?

[고재일] 그렇습니다. 사실 고 예정자의 경우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부동산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거든요. 인사청문위원회에 모두 16개 필지를 신고했다고 하는데요. 이 가운데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와 충북 음성군의 일부 토지가 바로 농지라는 겁니다. 아시는 것처럼 헌법과 농지법에 따라서 철저하게 소유와 용도가 제한된 토지가 바로 농지 아니겠습니까. 소유자가 농사를 지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1년 안에 토지를 처분해야 하는데, 고 예정자는 해당 토지에서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직불금까지 받았다는 겁니다. 당연하게도 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추궁이 이어졌고요, 고 예정자는 결국 법률 위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류도성] 사실 인사청문회하면 논문 표절이나 음주운전, 위장 전입이 단골로 다뤄진 기억이 있는데 농지법 위반도 만만치 않았던 것 같아요?

[고재일] 말씀하신 대로 농지법 위반 사례가 매우 빈번하게 제기됐습니다. 민선 6기 이후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농지가 문제가 됐던 후보자를 살펴봤는데요. 이성구 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과 김병립 전 제주시장, 최근 퇴임한 고희범 전 제주시장, 지난 3월 취임한 황우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과 지난 달 논란이 됐던 김태엽 서귀포시장, 그리고 이번 고영권 정무부지사 예정자 등 6명의 인사청문회에서 농지 보유가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오늘 이 방송에서 각각의 케이스를 자세히 설명할 시간은 없을 것 같고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농사를 짓겠다고 농지를 매입했으면서도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토지를 다른 용도로 전환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게 아니면 잔디를 심거나 일부 작목을 형식적으로 식재하는 경우처럼 행정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자경 등이 주로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류도성]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한번씩 거쳐간 사항이라면, 어찌보면 고위 공직자들 스스로가 농지법 위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저희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죠?

[고재일] 일단 말씀하신 대로 농지법 위반이 범죄라고 생각하는 자각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잘하면 용도변경을 통해 몇 배 이상의 차익을 거둘 수 있는데 단속되더라도 기껏해야 원상복구나 매각 명령, 벌금형이 전부니까 말이죠. 법을 위반하기는 너무나 쉬운데 실제로 처벌을 보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대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실제로 농지법 위반이 문제가 돼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청취자 분들 기억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환경부 장관으로 내정된 한 인사의 경우 불법 농지 취득이 논란이 되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한다’는 말 때문에 인사청문회에 가보지도 못하고 자진 사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류도성] 농지법 위반이 이토록 만연해 있다면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논란이 커지지 전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행정이 먼저 거를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고재일] 이에 대해 제주도는 제한된 권한 때문에 인사검증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데요. 지난 2017년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고위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사청문회마다 하도 논란이 되니까 병역이나 세금 탈루, 불법 재산 증식 같은 7대 비리에 대한 질문과 함께 재산 관계 등을 묻는 질문 등이 담겨 있거든요. 농지의 직접 경작 여부를 묻는 문항도 담겨 있다고 합니다.


[류도성] 행정이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니었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네요.

[고재일]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사실 농지 정책은 제주도정이 핵심적으로 관리하던 사안 아니겠습니까? 민선6기 시절이던 지난 2015년 제주도는 농지 관리 강화 방침을 공식 발표했거든요. 당시 원 지사가 직접 발표에 나설 만큼 정책적 무게감을 확실히 실었는데요. “제주의 농지 관리강화는 청정환경 보전과 지속가능 발전을 통해 제주의 가치를 높이는 필수요건”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거든요. 이후 대규모로 실태 조사에 나서는가 하면 거의 행정력을 총동원 하다시피 매달린 사안임에도, 결국 주요 고위 기관장 인사 때마다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되는 것을 보면 글쎄라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농지 관리강화가 결국 보여주기식 정책 아니었냐는 것이죠.

[류도성] 그럼에도 도의회가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예정자에 대해서는 부적격 판단을 내린 반면, 고영권 정무부지사 예정자는 적격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거든요. 위법 사항을 크게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미인가요?

[고재일] 저도 사실 그 대목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단지 정치적 이력이 논란이고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정인은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다른 사람은 실정법을 위반했음에도 아슬아슬하게 부적격 판정을 피했거든요. 물론 인사청문위원 구성이 다르다보니 나온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인사청문회의 객관성과 공정성 역시 시비가 될 수 있겠구나 느낀 대목이기도 합니다. 시간 관계상 길게 얘기할 수 없습니다만, 내친 김에 법원이 정량적인 틀로 양형 기준을 판단하는 것처럼 도의회의 인사청문회 역시 적격과 부적격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류도성]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제주팟닷컴>의 고재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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