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일간지는 왜 공무원 인사에 집착하나?

1년 두 차례, 그 가운데 규모가 큰 제주도의 상반기 정기인사는 지역 일간지와 인터넷신문에게 이른바 대목(?)이다. 인사 발표 전에는 아무개가 어느 자리 하마평에 올랐네, 누구누구가 퇴임하고 아무개가 교육으로 빠지니 갑과 을이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일 전망이네 처럼 각종 분석 기사가 앞다퉈 출고된다. 그리고 발표 당일…

14일자 <한라일보>와 <제주일보>, <제민일보>, <뉴제주일보>는 전체 16면 가운데 4~5면을 집중 할애해 공무원들의 상반기 정기인사 소식을 보도했다. 전면 광고와 동정, TV 편성표 등을 제외하면 기사가 들어가야 할 지면의 절반 가량을 제주도와 행정시가 발표한 명단을 그대로 담아 찍어냈다. 혹시나 이름에 오탈자가 있을까 꼼꼼하게 교열을 본 노고를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지만, 이걸 ‘보도’로 봐야 하는지는 논외로 하겠다.

인터넷 신문 역시 제주도가 배포한 인사 명단 엑셀 파일을 통째로 기사로 올리거나 큰 의미가 없는 인사의 특징을 소개하는 분석기사를 풀어냈다. 이런 게 인기 기사의 상위에 랭크되는 것도 아이러니다. <KBS제주>와 <제주MBC>가 간단히 단신 한 꼭지, <JIBS제주방송>이 리포트 한 꼭지로 공무원 인사를 다룬 것과 대조적인 편집이다. 뉴스 보도의 중요성을 따짐에 있어 일간지와 인터넷신문, 방송이 아주 다른 기준을 적용 할리도 만무한데도 말이다. 이제 약 2~3주가량 공무원 인사에 따른 승진과 전보 축하 광고가 지면에 이어진다.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주 지역 만의 독특한 광고라는 내용의 논문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인간관계가 좁은 지역사회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지역 일간지가 단지 축하 광고 때문에 공무원 인사 소식을 중요하게 다루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분명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은 있다. 저널리즘의 지향점이, 제주 사회의 어젠다 세팅이, 뉴스 소비의 중심이 일반 도민의 정서와는 멀어 보인다는 것이다. 도민의 알 권리를 위해 봉사하기보다는 공무원 사회가 돌려 보고 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가십을 생산하는 지금의 현상이 정상적인지 결론 내려야 한다. 유료부수가 정체 또는 감소하는 데이터를 보며 늘 위기를 느끼고 있지 않은가. 찍기만 하면 3~4천 부를 구독해 주는 관공서가 당장은 달콤하게 느껴지겠지만, 공무원 사회가 저널리즘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지금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도민 사회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고 연일 톱뉴스를 찍어내고 있다. 정확한 진단이다. 그러면 좀 더 도민들 속으로 들어가 보라. 힘든 길이겠지만 그곳에 당신들의 살 길이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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