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공동 진행한 ‘제2공항 찬반 도민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지만 매체별로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일간지와 <JIBS>는 찬성과 반대 어느 쪽도 압도적으로 나오지 않은 이번 조사 결과가 도민 사회 갈등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우려한 반면, <KBS제주>와 <제주MBC>는 도민 전체 의견이 확인된 만큼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끝내야 한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KBS제주, 제주MBC, JIBS, KCTV제주방송, 제주CBS, 제민일보, 제주일보, 한라일보, 연합뉴스)는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 2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된 ‘제2공항 찬반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18일 오후 8시 일제히 발표했다. 각 조사기관이 도민 2천명과 성산읍 주민 5백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여론조사는 도민 여론조사의 경우 대체로 ‘반대’ 목소리가 우세한 가운데, 성산읍 지역 조사는 ‘찬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기자협회 소속 3개 일간지(제민일보, 제주일보, 한라일보)는 1면 톱기사에서 3면에 걸쳐 지면을 집중 할애했다.
‘도민 여론조사 贊 44.1%·反 47.0%…贊 43.8%·反 51.1%’(제주일보 1면 톱기사)
‘제2공항 도민 반대 51.1% 47.0% 성산 찬성 65.6% 64.9%’(제민일보 1면 톱기사)
‘도민 반대-성산 주민은 찬성 우세’(한라일보 1면 톱기사)
‘도민은 반대-성산 주민 찬성 우세’(뉴제주일보 1면 톱기사)
<제주일보>와 <제민일보>의 1면 톱기사는 찬성과 반대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세하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결과 데이터를 그대로 기사 제목으로 배치하며 판단을 독자들의 몫으로 놔뒀다.
<제주일보>는 “제2공항 찬반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주도민 전체 대상 조사는 1개 기관은 오차범위 내에서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섰고, 다른 한 곳은 오차 범위 밖에서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고, <제민일보>도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갈등해소를 위한 도민대상 찬반 여론조사 결과, 의뢰기관 2곳 모두 반대 응답률이 찬성보다 오차범위 안팎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실었다. ‘팽팽하다’ ‘상대적이다’처럼 이번 조사 결과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한라일보>는 ‘도민 반대-성산 주민은 찬성 우세’라는 제목으로 앞서 두 신문에 비해 해석의 범위를 좁혔지만 “여론조사 결과 전체 도민과 성산읍 주민간 찬반의견이 엇갈렸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제2공항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지에 대해 제주도와 국토교통부, 도의회 등 지역사회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제2공항 여론조사, 갈등의 불씨 키우나’ 사설에서도 “여론조사를 통해 수 년째 지속돼 온 제2공항 갈등문제를 매듭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기자협회 회원사가 아닌 관계로 이번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뉴제주일보>도 “도민과 성산 주민의 찬반 의견이 엇갈린 결과 여론조사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가 퇴색한데다 도민 사회 수용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여론조사 결과 승복이란 사회적 합의가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도 커지고 있다.”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2개 여론조사 대표성 매우 높은 데이터…도민 여론으로 봐야”(KBS제주)
“사실상 공론 과정 거친 여론조사…여론 확인된 만큼 소모적 논쟁 접어야”(제주MBC)
“찬반 모두 승복 어려워져…제주도 갈등관리 역할 중요해져”(JIBS)
방송의 경우 <KBS제주>와 <제주MBC>는 여론조사 결과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KBS제주>는 기자 대담 코너에서 갤럽 조사 결과가 비록 오차 범위 이내로 반대가 높게 나왔지만 2개 여론조사 결과 모두 반대가 높게 나온 것을 봤을 때 전체 도민 여론은 반대가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다른 여론 조사에 비해 높은 응답률로 가중치 부여가 필요 없게 된 상황임을 설명하며 이번 찬반 여론조사 데이터의 대표성이 매우 높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제주MBC> 역시 기자 대담을 통해 여론조사의 높은 응답률을 제2공항 추진에 대한 도민들의 자기 결정권 의지로 해석했다. 특히 지난해 진행된 제2공항 찬반 TV토론회 등의 과정을 상기시키며 이번 여론조사는 사실상 공론의 과정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도민들의 여론이 확인된 만큼 갈등과 소모적인 논쟁을 접어야 하는데 많은 도민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여론조사로 제2공항 찬반 갈등이 해소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JIBS> 대담 출연 기자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조사 결과가 어느 한쪽으로 완벽히 치우쳐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찬반 단체 모두 승복할 수 없는 이유가 생겼다며 제2공항을 백지화하는 것도 추진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국면이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주도의 갈등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도 기자협회 소속 언론사 9개사 의뢰로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 등 2개 기관이 만19세 이상 도민과 성산주민 5023명을 표본으로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됐다. 전체 도민 조사 표본은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2% 포인트(한국갤럽), 95% 신뢰 수준에 ±2.19% 포인트 표본오차(엠브레인퍼블릭)다. 성산 주민 조사의 경우 각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 포인트(한국갤럽),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38% 포인트(엠브레인프블릭).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