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그램 : KBS제주방송총국 <탐나는 제주>
▲ 방송일자 : 2월 23일(화) 오후 5:30~6:00
[앵커] 꼼꼼한 언론 모니터와 분석으로 시청자 여러분의 현명한 미디어 소비를 돕는 <제주 뉴스 톺아보기> 차롑니다. 고재일 기자가 고른 지난 한 주 도내 일간지 1면 사진으로 시작합니다.
[고재일] 다음 달 5일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24절기상 경칩인데요. 경칩까지 차마 기다릴 수 없어 세상으로 뛰쳐 나온 성격 급한 개구리가 <한라일보> 카메라 렌즈에 포착됐습니다. 지난 16일자 ‘북방산 개구리 봄마중’이라는 제목의 1면 사진인데요. 북방산 개구리, 환경부 지정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라고 하더라고요. 10월부터 동면을 시작해 경칩 전후로 깨어나면 5월까지 번식하는 종으로 알려졌는데요. 유독 춥고 많은 눈이 내린 올겨울도 이제 끝자락에 다다랐다는 자연의 신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가하면 역시나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의 맹위는 올해도 여전했습니다. 기습한파가 지난 주 제주를 강타했는데요. 18일자 <제민일보> 1면 사진은 기습한파에 움츠러든 시민들의 표정을 담았습니다. 이날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한라산에 20센티미터 안팎의 많은 눈이 내리고 강추위 등으로 피해가 속출해 출·퇴근길 극심한 교통혼잡과 안전사고가 빚어졌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봄의 문턱인 이때 올 겨울 최대전력수요 기록이 경신됐다고 합니다. 원래는 1월 7일 오전 11시 오전 95만9천 킬로와트가 최고치였는데요. 17일 오후 7시 98만5천 킬로와트를 찍었습니다.
[앵커] 이렇게 두 가지 사진을 놓고 보니 계절이 교차하는 지난 한 주 제주의 모습이 참으로 다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사진은 어떤 것을 가져 오셨나요?
[고재일] 겨울 감자 수확 풍경이 <뉴제주일보> 16일자에 담겼습니다. 대표적인 주산지죠.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라고 하는데요. 밭 한복판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지난해 파종한 겨울감자를 수확하는 농민들의 손길이 정성스러워 보이죠. 아시는 것처럼 감자하면 ‘지슬’ 또는 ‘지실’이라는 이름으로 제주인에게 매우 각별한 농작물 아니겠습니까? 민초들의 배고픔을 달래줬던 감자가 이번에는 농민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채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앵커] 겨울 한파로 농민들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새해 농사는 부디 웃음꽃이 가득 피는 일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어떤 것을 가지고 오셨나요?
[고재일] 지난주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습니가? 15일부터 사흘 동안 도민 5천명을 표본으로 조사가 이뤄졌는데요. <제주일보>가 16일 사진으로 찬성과 반대를 호소하는 현수막을 1면 사진으로 선택했습니다. 여론조사가 끝나면서 그동안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이 모두 내려는 갔습니다만, 아직도 후유증이 여전한 것 같은데요. 도민들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인 것 같습니다.
[앵커]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찬반 단체는 물론이고 정치권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입니다. 언론 매체의 여론조사 보도 내용도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고요?
[고재일] 그렇습니다. 정치권과 찬반 주민들 사이에서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여론조사를 공동 의뢰한 언론사들의 보도 태도 역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부분 일간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는데요. <제주일보>는 “한 개 기관은 오차범위 내에서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섰고, 다른 한 곳은 오차 범위 밖에서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고, <제민일보>도 “의뢰기관 2곳 모두 반대 응답률이 찬성보다 오차범위 안팎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실었습니다. ‘팽팽하다’ ‘상대적이다’처럼 이번 조사 결과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음을 시사한 것이죠.
<한라일보> 역시 “여론조사 결과를 제2공항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지에 대해 제주도와 국토교통부, 도의회 등 지역사회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고 진단했는데요. 사설을 통해 “수 년째 지속돼 온 제2공항 갈등문제를 매듭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뉴제주일보>도 “갈등 해소라는 취지가 퇴색한데다 도민 사회 수용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여론조사 결과 승복이란 사회적 합의가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습니다.
[앵커] 도민 갈등 해소를 위해 언론사들이 공동 여론조사에 나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찌 보면 언론이 갈등을 부채질 하는 모양이 아닌가 싶어요?
[고재일] <KBS제주>와 <제주MBC>는 지금 말씀하신 부분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도민 전체 의견이 확인된 만큼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끝내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KBS제주>는 대담 코너에서 갤럽 조사 결과가 비록 오차 범위 이내로 반대가 높게 나왔지만 2개 여론조사 결과 모두 반대가 높게 나온 것을 봤을 때 전체 도민 여론은 반대가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다른 여론 조사에 비해 높은 응답률로 가중치 부여가 필요 없게 된 상황임을 설명하며 이번 찬반 여론조사 데이터의 대표성이 매우 높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제주MBC> 역시 이번 여론조사의 높은 응답률을 제2공항 추진에 대한 도민들의 자기 결정권 행사로 적극 평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진행된 제2공항 찬반 TV토론회 과정을 상기시키며 이번 여론조사는 사실상 공론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도민들의 여론이 확인된 만큼 갈등과 소모적인 논쟁을 접어야 하는데 많은 도민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반면, <JIBS>는 조사 결과가 어느 한쪽으로 완벽히 치우쳐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찬반 단체 모두 승복할 수 없는 이유가 생겼다며 제2공항을 백지화하는 것도 추진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제주도의 갈등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저마다의 해석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자칫 갈등을 증폭시키는 자극적인 보도에는 신중을 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단독 기사를 발견하셨다고요?
[고재일] <매일경제>가 지난 15일 인터넷판으로 특종 보도를 하나 터뜨렸습니다. 제가 기사 제목을 소개해 드릴테니, 시청자 여러분께서 한번 판단해주시죠. ‘[단독] 제주 드림타워, 첫 홈쇼핑서 1만실 완판…호캉스족 제주로 튀었다’ 인데요. 내용인즉 제주시 노형동의 쌍둥이 고층빌딩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한 홈쇼핑 방송에서 객실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는데, 9800개의 객실 판매를 완료하는 흥행을 거뒀다는 내용입니다. <매일경제>는 이번 홈쇼핑 상품이 동남아 여행권 수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정부 지침 완화 분위기와 함께 유채꽃 시즌이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맞물린 ‘대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걸 특종 보도라고 봐야 하는지 사실 이해가 좀 안가는데요. 전에도 드림타워 건물이 준공검사를 받았다고 하니 우르르 몰려가듯 기사를 쓰고, 인력을 채용하다고 해서 다시 우르르 몰려가는 언론 보도의 행태를 보면 뭔가 드림타워로부터 기대하는 것이 있는게 아닌가 의심도 드는데요. 차라리 지난해 있었던 카지노 이전 영향평가 심의 과정에서 도민 의견 수렴 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에 대해 심층 취재를 하면 더 좋은 특종 보도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정도를 지나친 광고성 기사는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마지막으로 뉴스 보도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 주신다고요?
[고재일] 그렇습니다. 지난 19일 오전 좌남수 제주도의회의장이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종료에 따른 도의회 입장문을 내고 “도민 결정을 겸허히 존중하며 약속대로 의회와 도가 합의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국민의힘 소속 강충룡 도의원이 “독립된 의사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는데요. “제주도의회 소속 도의원들은 그 자체로 각각 독립된 기관”이라며 “도의원들이 상시적으로 도의장에게 도의회 입장문을 발표할 권한을 위임한 적이 있냐”고 주장했습니다. 도내 상당수 언론들이 강 의원의 이 표현을 그대로 받아서 기사를 작성했는데요.
확인해보니 독립 기관이라 함은 스스로 예산권과 인사권, 조직 편성권 등을 갖춘 조직으로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와 국회의원, 대법원과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과 각급 지방자치단체를 독립된 헌법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임기와 겸직 금지 사항, 불체포 특권, 청렴 의무 등이 헌법에 명시됐기 때문에 개개인이 독립된 기관으로 해석이 되는데요. 이와는 달리 도의원에 대한 세부 사항은 지방자치법에 명시됐기 때문에 헌법상 독립 기관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도의원들은 그 자체로 독립된 기관이라는 강충룡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앵커] 더 이상 갈등을 만들기보다는 제주 공동체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