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동물테마파크 부결…환경보전 갈등 희망 메시지 될 것
▲ 마을 갈등회복? 시간이 걸려도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야
[오프닝]
고칼의 제주팟 2021 이슈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지난 2005년 제주투자진흥지구 1호 사업으로 지정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동물테마파크사업이라는 곳인데요.
20년 가까이 사업자가 바뀌고 자금난이 이어지는 부침을 겪다 2016년에 리조트로 유명한 대명그룹이 대국해저로부터 인수해 사업을 재추진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원래는 승마장이나 제주돼지처럼 전통 산업 중심의 테마공원을 조성하려다, 어느 순간 원숭이와 사자, 코뿔소, 코끼리 등을 관람하는 테마파크로 사업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이후 주민들의 거센 발발을 불러 일으켰는데요.
결국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는 지난 3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회의를 열고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변경 승인을 부결했습니다. 자금 조달 계획이나 사업의 투명성, 주민들과의 관계 등에 있어 많은 부분이 부족했다는 것인데요.
사실상 종료가 된 이 사업과 관련해서 사업과 관련해 오늘은 반대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조천읍 선흘2리 이상영 이장님을 찾아왔습니다.
[토크 주요 내용]
①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이 결국 무산되는 수순이다. 감회는?(3분 40초)
지난 3일 기자회견 후 오후 7시까지 개발사업심의회 회의장 앞에서 기다리면서 초조한 느낌이었다. 심의위가 부결한 것을 본적 없다는 말에 불안했는데 회의가 종료된 후 관광국장이 부결이라는 얘기를 하자 너무 기뻐 소리를 질렀다. 2년 동안 반대 활동을 하며 싸웠던 순간과 주민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너무 기뻤다.
② 원희룡 도지사의 대권 도전과 이어서 나온 송악선언이 아니었다면 사실상 강행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6분 30초)
비슷하게 생각한다. 원 지사의 대권 욕심이 이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까 많이 생각했다.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른 난개발로 질타받는 상황을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송악선언을 발표했고 동물테마파크도 거기에 포함됐다. 뭐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코로나19 시국도 영향을 끼쳤다 생각한다.
③ 반대 운동 전 과정에 걸쳐 가장 고비로 다가온 순간이 있다면?(9분 50초)
물론 많다. 주로 외부적인 문제가 아니라 내부의 문제인 것 같다. 같이 활동한 분들이 여러가지 문제로 떠났다. 떠나는 분들 볼 때마다 힘들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나마 어르신들이 그 자리를 지켜줬다. 질타하기보다는 무엇을 할지 물어보시고 도와주셨다.
④ 개발과 보전의 갈등 속에서 개발사업의 의지가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면에서 이번 동물테마파크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어떤가?(13분 20초)
보전의 목소리가 처음은 잠깐 이기는 것 같아도 결국은 사업자 의지대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의 경우 아직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지만 도지사의 대권선언과 코로나 시국으로 매우 운이 좋았다. 사업을 부결되는 중요한 경험을 얻었다. 이와 함께 예전과는 달리 시민들이 생태계나 환경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게 됐다. 개발보다 생태와 환경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우리 마을의 사례가 작게나마 희망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⑤ 개발 사업 찬반 주민의 화합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장으로서 복안이 있다면?(16분 35초)
여러 곳에서 많이 묻고 싶어하는 질문이지만 솔직히 말해 복안이 없다. 지금도 개발사업자가 마을일에 끼어 있는 상황에서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의 민주적 절차가 복원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랫동안 소수에 의해 독점되고 비밀에 부쳐진 일을 주민에게 알리는 민주주의 시스템 정비가 우선다.
신박한 방법은 딱히 없겠지만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수록 돕는 이장의 역할에 충실하겠다. 고장난 가로등과 분리수거함을 고치고 실천하다보면 찬반을 떠나 삶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을에 돈이 없으니 구조적으로 큰 개발사업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발에 기대지 않더라도 소소한 기반을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저의 의무라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서히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⑥ 사업자가 형사 고소한 이유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지?(22분 00초)
송악선언 이후 사업자가 직접 주민들을 고발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4건의 고소고발이 이뤄졌는데, 지금도 긴장이 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반대 주민과의 협의를 사업 추진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음에도 고발하는 것을 보면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접고 화풀이 하는 단계까지 간 것이 아닌가 고민된다. 지금은 사업자가 지켜보는 이목이 많아 눈치를 보겠지만 여론이 잠잠해지면 민사소송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상식이 있는 기업이라면 고소와 고발을 취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⑦ 현 부지에 대체 사업으로 어떤 것이 좋을까?(27분 15초)
그 문제에 대해 주민들과 고민을 많이 했다. 부지의 절반 가까이 공유지이고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등 보호종이 많은 곳이다. 도정이 사업 허가를 취소하고 공유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법적인 방법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JDC와 제주도, 곶자왈재단이 손을 잡고 부지를 사들여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과 람사르 습지와 더불어 제주의 청정과 공존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이다.
⑧ 동물테마파크 사업이 지역 언론에 여러 차례 비중 있게 보도됐다. 도움이 됐나?(31분 45초)
지역 언론에 너무 감사하다. 주민들을 대신해 문제를 제기하고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를 적극 보도했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단순히 사실 관계 전하는 스트레이스성 기사가 많았고 심층 탐사 보도가 아쉬웠다. 서경선 대표이사의 대명그룹 내부의 입지와 내부거래, 동물테마파크 사업과의 관계, 사업지 주변 생태환경의 집중 취재가 이뤄졌다면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 언론에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고, 언론이 아니었으면 지금 상황이 가능했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장이라는 직함이 부담스럽다. 주민들에게 잠깐 왔다가 휘리릭 정리하고 가버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정리하고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가교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