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추진이 막판에 답보 상태에 놓인 가운데, 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 김명호)이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진보당은 도지사와 각 정당 대표가 참여하는 정책협의회를 공식 제안하며, 최후의 수단으로 공동여론조사 실시 방안도 꺼내 들었다. 그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도내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했고, 만일 개편이 무산된다면 그 책임은 도지사와 민주당 정치인들이 져야 한다고 직격했다.
김명호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은 우선 여는 발언으로 “19년간 미뤄온 제주 지방자치제도 개편을 앞두고, 또다시 무산될 수 있다는 비관적 분위기가 도민 사회에 퍼지고 있다”며 꽉 막혀 있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소개했다.
기자회견문 낭독에 나선 송경남 제주시을 지역위원장은 “제주도는 전국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가 없는 지역”이라며 “제왕적 도지사 체제와 무력한 도의회라는 비판 속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19년째 제자리”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도민 주권을 회복하고, 행정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회복하는 정치 개혁 과제”라며, 지금의 교착상태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김형미 제주시갑 지역위원장은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도지사와 민주당의 전유물이 아닌 68만 도민의 문제이자, 모든 정당의 공동 책임”이라며 “지금은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대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진보당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두 가지 제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도지사와 모든 정당 대표가 참여하는 ‘정책협의회’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제안은 ‘공동여론조사’ 실시다. 진보당은 정책협의회가 구성된다면, 기초자치단체 구역을 포함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도민 여론을 다시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김명호 위원장은 “의견이 다른 것은 민주주의지만, 그것을 모아내는 정치력이 부족한 지금의 상황은 무책임”이라며 “합의점을 찾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객관적 자료에 기반한 논의”라고 강조했다.
진보당은 오영훈 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책임론도 강하게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공론화 결과를 원점으로 돌리려는 언행은 도민의 숙의와 참여를 무시하는 것”이라 비판하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민주당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내 일부 정치인들이 예산 문제와 구역 문제를 들며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사적인 주장에 좌우되서는 안 된다”며 “그동안 쌓아온 도민사회의 논의와 공론화를 무력화하는 것이며, 더 이상 희망고문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기초자치단체 도입 논의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19년간 이어진 과제다. 오영훈 지사는 2023년부터 공론화 절차를 통해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3개 시 체제의 행정개편 권고안을 수용했고, 이를 토대로 주민투표를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김한규 국회의원의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 발의 이후 민주당 내 논쟁이 격화되며 추진 동력이 급격히 약화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