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leadership)’만큼 중요한 것이 ‘팔로우십(followship, 추종력)’이다. 팔로우십은 무조건 따르는 복종이 아니라, 합의된 절차와 결론을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되 결국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는 태도를 일컫는다. 특히나 정치에서 팔로우십은 합의와 절차의 무게를 지탱하는 마지막 안전장치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이후 우려가 많았다. 사업 동력 약화와 수도권 민심 반발, 재원 문제 등 현실적인 걱정이 잇따랐다. 당은 그럼에도 기본 합의와 명분을 포기하지 않았다. 내부 토론과 절충을 거쳐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수정안을 수용했고, 최종적으로는 당론으로 추진했다. 이견(異見)은 있었지만, 합의를 지키려는 ‘팔로우십’이 작동했기에 세종시는 오늘날 국토균형발전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1년 넘는 공론화, 수십 차례의 도민 경청회, 숙의형 토론과 여론조사를 거쳐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3개 시 체제가 권고됐고, 도지사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막판에 김한규 의원이 등장해 3개 시 체제를 부정하며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을 발의했다. 최근에는 마치 숨겨둔 비장의 카드라도 꺼내듯 오류 투성이인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밀고 있다. 공론화 과정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다가, 결론이 나오자 “난 반댈세”라며 깃발을 든 셈이다. 논의의 어느 지점에서도 팔로우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상봉 도의회 의장도 다르지 않다. 그가 과거 숙의민주주의 조례를 만든 장본인이자, 오영훈 지사와 함께 주민투표 건의문을 공동 전달했던 인물이라는 점은 웃지도 못할 아이러니다.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도정과 도의회 일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회 주도 여론조사를 강행하겠다고 나섰다. 시한이 촉박한 상황에서, 마치 ‘짐이 직접 이 난국을 풀겠다’는 영웅주의 구세주 서사를 쓰는 듯 하다.


두 사람의 행보에서 비슷한 증상이 엿보인다. 바로 지난 대선 당시에 유행하기도 했던 ‘난가병’이다. “혹시 나인가?”라는 말을 줄인 이 표현은 정치적 자의식이 과도한 상태를 풍자한다. 절차적 합의보다 ‘내 방식’을 앞세우는 태도다. 대선 당시 ‘난가병’ 환자는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게 됐지만, 지금 두 증상자들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현직이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모이면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신뢰가 산산조각 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제주의 정치판에는 리더십에 힘을 보태는 팔로우십은 온데간데 없고, 각자가 대장이 되려는 ‘난가병’만 활개치고 있다. 당연히 행정체제개편은 도민 합의가 아니라 정치적 힘겨루기의 장(場)인 ‘아사리판’으로 변질됐다. “남을 따르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