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상 조례 개정안 심사보류…제주도의회 “사생활 침해 우려, 과도한 지원”

10일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이은영 제주도 성평등여성정책관이 조례 전부 개정안을 제안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김만덕상 수상자 논란을 계기로 자격 요건 강화와 후보자 공개 검증을 담은 ‘김만덕상 조례 전부 개정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지만, 도의회 상임위가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다.

제주도의회 제442회 임시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현길호)는 10일 제1차 회의를 열고 제주도가 지난달 제출한 조례안 심사를 시작했다. 제주도는 개정안에 김만덕상 수상 후보자의 범죄 경력 등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후보자 공개 검증 절차를 도입하는 한편, 후보자 발굴과 전국 단위 홍보를 위해 전문기관(김만덕재단)에 사업비 1억2천만 원을 민간위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은영 성평등여성정책관은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수상자를 선발하기 위해 추천, 심사, 운영 체계 미비점을 보완하고자 한다”며 “추천 제외 사유 및 포상 취소 규정을 신설했다”고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심사 보류 결정을 내린 위원회는 후보자 공개 검증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제주도가 제시한 방식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고, 개인적 친분이나 이해관계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교하지 못한 입법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논란 직후부터 도의회가 절차적 보완을 주문했음에도, 도가 충분한 고민 없이 ‘손쉬운 해법’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박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상임위 위원들은 민간위탁 기관인 김만덕재단에 추가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안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미 재단의 고유 업무가 김만덕의 숭고한 나눔 정신을 기리고 전국적으로 선양하는 것인데, 김만덕상이라는 사업을 이유로 별도의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과도한 지원이라는 것이다. 후보자 발굴 과정이 인건비나 운영비를 추가 투입해야 할 만큼 새로운 사업은 아니라는 취지다. 위원들은 김만덕상은 나눔과 봉사의 상징성을 지닌 만큼 사회적 신뢰와 도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도민의 공감 속에서 수상자를 선정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김만덕상 조례 개정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제45회 김만덕상 경제인 부문 수상자인 현 서귀포수협 김미자 조합장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조합장이 2008년 입찰 방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본지의 단독보도로 알려지면서, 경제 범죄 전력이 있는 자가 나눔과 봉사의 상징인 김만덕상 경제상 부문 수상자로 적절한가라는 도민 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당시 도의회도 “수상자 검증 절차가 미비하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주도는 규정상 아무 문제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해 비판을 자초했다.

결국 조례안은 당장 이번 임시회 본회의 상정이 불가능해졌다. 제주도가 도의회를 설득할 보완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 김만덕상 제도 개선 논의는 한동안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김미자 조합장 수상 논란으로 신뢰성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제도의 취지와 실효성을 함께 담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조폭을 동원한 입찰 방해로 확정 판결을 받은 서귀포수협 김미자(오른쪽) 조합장이 지난해 김만덕상 경제인 부문을 시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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