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내란 동조” 주장에 결국 고발 조치…오영훈 지사의 셈법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부건 변호사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12일 경찰에 고발했다. 고 변호사는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시 오영훈 지사가 3시간 동안 행방불명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밖에도 오 지사가 기자간담회를 연 직후 기자간담회 발언이 계엄 직후 제주도가 배포한 보도자료와 배치된다며 진술 번복, 증거 인멸 시도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해당 게시물 모두 비교적 단정적인 어휘와 강한 비난으로 채워졌다. 고 변호사는 “수사받을 준비나 해라”,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적시하며 오 지사를 사실상 범죄 피의자로 간주했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 명예를 직접적으로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가 법적 대응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제주도의 고발장에는 “피고발인이 불법 계엄 당시 도지사가 이에 맞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동조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미뤄 보면 오 지사 측과 제주도가 문제 삼은 대목은 크게 두 가지로 추정된다. 

우선, 사실관계 왜곡이다. 고 변호사는 오 지사가 계엄 선포 이후 “도지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기술했으나, 제주도는 이미 당시 일정과 긴급 대책회의 참석 기록을 공개한 바 있다. 또한 “제주도가 행안부 지시에 따라 도청을 폐쇄했다”는 표현을 사실상 오 지사의 의지와 동일시한 것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도는 해당 조치가 중앙정부 지시에 따른 행정적 절차였을 뿐, 지사의 비상계엄 동조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비유적 언사와 범죄 프레임이다. 고 변호사가 사용한 ‘범죄 피의자’, ‘증거 인멸’, ‘알리바이 만들기’ 등의 표현은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범죄자로 낙인찍는 효과를 갖는다.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넓게 보장되지만, 허위 사실이 포함되거나 모욕적·단정적 언사가 수반될 경우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 이번 건에서 오 지사 측은 바로 이 부분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사실을 왜곡한 상태에서 범죄 혐의를 단정적으로 부여한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고발은 법적 대응을 넘어 정치적 의미가 커 보인다. 타이밍이 그렇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계엄의 밤, 도지사 행방불명’이라는 프레임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를 방치할 경우 도민 여론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허위사실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태도를 부각함으로써 정치적 부담을 줄이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내부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오 지사의 1호 공약이었던 행정체제 개편이 사실상 후퇴하면서 실망한 지지층의 이탈과 내부 동요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선(戰線)을 형성함으로써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고 오 지사의 리더십을 재부각하려는 계산이 작동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중앙정치와의 연결도 읽힌다. 내란 특검이 지방자치단체의 계엄 협조 여부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오 지사 측은 자신이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고발조치는 향후 민주당 경선 국면에서 정치적 방어선을 세우는 효과도 노린 셈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법적 쟁점과 정치적 계산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이게 됐다. 제주도의 고발 조치가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오 도정의 정당성을 방어하고 여론을 재편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기관 및 사법부의 판단 및 정치적 파급 효과 모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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