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특별자치도재향경우회는 지난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2박 3일간 전북·충남·충북 일원에서 ‘화해와 상생 합동순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순례는 2013년 8월 2일 두 단체가 화해를 선언한 이후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평화 행보로,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지닌 이들이 과거의 상처를 넘어 이해와 신뢰의 미래를 다지는 여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순례단 60여 명은 3일 동안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현장을 함께 밟았다.
첫날은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을 찾아 민중항쟁의 정신을 되새기고, 군산 근대역사박물관과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을 방문해 대한민국의 뿌리와 항일 정신을 돌아봤다.
둘째 날에는 부여 경찰충혼탑을 참배하고 공주 우금치 전적지를 찾아 근현대사의 다양한 희생과 교훈을 함께 살폈으며, 대통령기록관에서는 국가 공권력과 국민의 관계를 되짚으며 신뢰와 협력의 민주사회를 위한 교훈을 공유했다.
이처럼 유족회와 경우회는 단순한 추모의 자리를 넘어, 역사를 함께 배우고 이해하는 순례의 형식으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화해의 길을 실천하고 있다.
두 단체는 70여 년 전 역사의 양쪽에 서 있었던 사람들이지만, 2013년 화해선언을 통해 ‘이념이 아닌 인간으로 만나자’는 원칙을 세운 뒤 매년 전국 각지를 돌며 순례를 이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유족회원과 경우회원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공감과 신뢰의 공동체로 발전해왔다.
김창범 회장은 “화해는 단순히 과거를 용서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4·3의 교훈을 통해 더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영남 회장도 “4·3의 상처를 함께 마주하는 순례가 우리 사회의 통합과 치유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강조했다.
순례의 마지막 날, 순례단은 대전형무소 옛터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합동 추모를 가졌다.
대전형무소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고통, 한국전쟁기 제주4·3 관련 수형인 희생, 그리고 북한군 점령기 경찰과 민간인 학살 등 역사의 비극이 교차한 현장이다.
유족회원과 경우회원들은 우물터 앞에서 함께 묵념하며 “모두가 상처 입은 시대를 넘어, 모두가 함께 치유하는 시대”를 다짐했다.
올해로 12년째 이어지는 유족회와 경우회의 합동순례는 제주가 ‘4·3의 섬’에서 ‘화해와 평화의 섬’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양 단체는 앞으로도 순례와 교류를 지속하며 ‘기억을 통한 화해, 화해를 통한 평화’의 정신을 다음 세대에 계승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