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윤리심판원장이 ‘대놓고’ 정치?… “심판이 선수됐다” 비판 불가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의 김종현 윤리심판원장이 정치 모임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28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 김한규) 윤리심판원장인 김종현 씨가 여전히 직을 유지한 채 당내 인사인 오영훈 도지사를 공개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논란이 예상된다. 도당 측은 김 원장이 해촉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고 확인했으며, 김 원장 본인도 당원으로 입당한 사실을 인정했다. 도당의 윤리기구 수장이 정치적 행보에 나선 것이 절차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 원장은 28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민주당 당원만 가입할 수 있는 ‘국민주권 도민행복 실천본부’ 명의로 기자회견을 열고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공개 비판했다. 김 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행정체제 개편이 무산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오 지사의 책임 있는 사과와 정치적 논의, 대안 제시 등 기본적 대응이 없고 236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오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2027~2028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실현 불가능한 정치행정으로 당내 불협화음과 도민 갈등이 나날이 늘고 있다”고 직격했다. 최근 출범한 단체는 민주당 내부 구성원 중심의 정치 토론 조직으로 알려져 있으며, 김 원장이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고 도의회 의장을 역임한 김경학 도의원이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유재구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김종현 원장이 입당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윤리심판원장직 사직서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며 “도당과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적은 없으며, 정치적 의사 표현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언급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종현 씨가 ‘전직’이 아닌 ‘현직’ 윤리심판원장 신분인 것을 확인해준 것이다.

김 원장은 지난해 10월 10일 열린 도당 제1회 윤리심판원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임기는 2년으로, 현재도 잔여 임기가 남아 있다. 선출 당시 그는 “정치인과 정당인의 도덕성은 정치 신뢰의 출발점”이라며 “징계보다 귀감이 되는 사례에 대한 포상을 강화하겠다. 도민의 눈높이에 맞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자회견을 주도한 김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원으로 입당한 지는 몇 개월째 됐다”며 입당 사실을 인정했다. 윤리심판원장직을 유지한 채 정치적 활동을 이어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차피 당원으로 들어간 이후부터는 윤리심판원장직을 계속할 생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논란이 될 것이라고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윤리심판원장직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김한규 도당위원장(제주시을 국회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도당 차원의 공식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김 원장은 여전히 윤리심판원장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활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민주당 도당 안팎에서는 “윤리기구 수장이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조직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훼손한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는 윤리심판원장을 외부인사로 선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정당 내부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판단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정당 윤리기구의 수장이 스스로 정치의 전면에 나선 상황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윤리시스템의 공정성과 신뢰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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