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9기 핵심 공약인 제주형 기본사회 설계의 중추 역할을 맡을 ‘제주특별자치도 기본사회위원회’가 출범 직후부터 위원 위촉 과정의 절차적 하자로 도마에 올랐다. 소속 기관의 사전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현직 제주도교육청 공무원을 위원 명단에 올리면서 행정 당국의 검증 부실과 주먹구구식 일처리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지난 2일 기본사회위원회 출범식을 개최, 위원 위촉과 제1차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위원회는 소득, 돌봄, 의료, 주거 등 도민 삶 전반의 정책과제를 심의하고 조정하는 협의체로 당연직 8명과 위촉직 22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됐으며, 위성곤 제주도지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확인 결과 22명의 위촉직 외부 인원 명단에 제주도교육청 A 비서관이 포함됐다. A 비서관은 위촉 당시 소속 기관인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외부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다. A 비서관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고의숙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인수위원회를 거쳐 교육감 취임과 함께 교육청에 합류했다.
행정안전부 ‘지방공무원 복무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공무원은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 계속성이 없는 일시적인 행위일 경우에만 예외가 적용되며, 비영리업무라 하더라도 명확한 주기가 없으나 계속적으로 행해지거나 행할 가능성이 있는 업무는 반드시 허가 대상이 된다.
제주도교육청 인사 담당자는 “겸직은 허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업무 지속성에 따라 1년에 한두 번 정도 하는 경우에는 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본사회위원회 소관 부서 측은 “정기회의는 1년에 2번 계속하고 있고, 분과별 회의는 수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예규에 명시된 겸직 제한의 ‘계속성’ 기준에 직접적으로 부합한다. 따라서 A 비서관의 위원 활동은 사전 겸직 허가 필수 대상에 해당하지만, 필수 행정 절차가 누락된 것이다.

위원회 주관 부서의 안일한 행정 처리와 기관 간 소통 부재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제주도 기본사회추진단 관계자는 위촉 배경에 대해 “겸직 허가에 대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알고 위촉했다”며 “문제가 된 부분은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소속 기관과의 기초적인 사실 확인 절차조차 없이 위촉을 강행한 셈이다.
더불어 전문가 위촉 기준의 모호성도 비판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당초 제주도는 소득·일자리, 돌봄, 의료, 주거, 교통, 노동, 문화 등 7대 기본서비스와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원회 측은 A 비서관을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 위촉했느냐는 질문에 과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 이력을 언급하며 “전반적인 전문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봤다”고 해명해 위원 선정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A 비서관은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에서 청년정책담당관실 팀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과거 국무조정실 제1기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위원을 비롯해 다양한 민간 단체 및 위원회 활동에 이름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