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정치야, 바보야(“It’s the politics, stupid”)

철거된 줄 알았던 천막은 그날 밤 다시 일어섰다.

제주시청은 7일 도로법 위반을 이유로 성산읍 난산리 주민인 김경배씨와 제주녹색당이 제주도청 맞은 편에 설치한 텐트와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단행했다.

김경배씨가 국토부의 제2공항 입지 선정 타당성 재조사 용역의 활동 연장 거부에 반발해 단식에 접어든지 스무날째 되는 날이었고, 제주녹색당은 김씨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아예 당사를 길바닥으로 옮긴 상태였다.

동쪽에서 소리를 내는 척하며 서쪽을 친다는 이른바 ‘성동격서(聲東擊西)’식의 현장이 펼쳐졌다. 제주도와 제주시청 공무원 3백여명은 오전에 행정대집행을 포기하는 듯 물러서더니, 오후 1시 정각에 기습적으로 도청 현관 연좌농성장과 도청 맞은 편 텐트와 천막 철거에 나섰다.

불과 30여 분의 짧은 시간에 텐트와 천막은 무너지고 덮개는 찢어졌다. ‘안에 사람이 있다’고 울부짖는 사람들은 텐트 쪼가리를 붙잡고 공무원들이 이끄는 방향으로 질질 끌려갔다. 천막도 찢어지고 마음도 찢어졌다.

도로에 관한 금지행위를 다루고 있는 <도로법> 제75조는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첫 번째가 도로를 파손하는 행위이고 두 번째는 도로에 토석, 입목 등 장애물을 쌓아놓는 행위, 세 번째가 그 밖에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가 대상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읽었던 신문의 칼럼이 떠올랐다. ‘정당한 사유란 무엇인가?’, ‘도로란 무엇인가?’, ‘장애물이란 무엇인가?’, ‘지장을 주는 행위란 무엇인가?’ 물론 누구 하나 속시원하게 대답해 줄 이가 있을리 만무하다.

도청은 <제주도청 현관 불법점검 제2공항 반대 농성자들 퇴거 조치>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위한 청사 보호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자력 구제에 나선 것”이라고 <도로법>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행정대집행 배경을 설파했다. 그러면서 “이들 중 일부는 제2공항 반대 등 특정 목적을 위해 도외에서 도내로 입도한 후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는 선동적인 표현도 아끼지 않고 시전했다.

제주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은 콧배기도 비추지 않았다. 3인의 국회의원은 고사하고 43명이나 된다는 도의원 누구도 현장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김태석 의장은 대한노인회 제주시지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했고, 성산읍이 지역구인 민주당 고용호 도의원 등은 평소에 가지도 않던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을 찾아 민생탐방에 나섰다고 한다.

일각에서 해외출장이라고 알고 있는 원희룡 지사 역시 청사 어딘가에서 아니면 제주시 어딘가에서 행정대집행 진행에 대한 보고를 수시로 받으며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막이 무너진 자리에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천막은 애초 시작부터 불법이냐 합법이냐의 행정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정치의 영역이다.

철거된 줄 알았던 천막은 그날 밤 다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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