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소송 시작되니 “의료 공공성”?…원희룡은 더 솔직해져야 한다

녹지그룹 14일 행정소송… “진료대상자 외국관광객 한정 위법”
당황한 도정 이례적으로 소장 및 사업계획서 일부 공개

국내 영리병원 1호 사업자인 중국 녹지그룹와 제주도의 법적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제주도는 그동안 사업자의 개인정보라며 공개하지 않던 사업계획서 일부와 법률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소장까지 공개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17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지난 14일 제주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5일 원희룡 제주지사의 조건부 개설 허가 내용 가운데 ‘허가조건인 진료대상자를 제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한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조건부 허가에도 불구하고 녹지가 제주도에 항의 공문을 보낸 전례나 개원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행정소송 제기는 어차피 예견된 일이라는 해석입니다. 의료법에 따른 개원 시한이 다음 달 4일이었으니까요.

녹지가 의도했는지 알수는 없겠습니다만,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난 14일은 원희룡 도지사에 대한 공직선거법 제1심 판결이 있던 날이기도 합니다. 법원이 벌금 80만원을 선고해 현직 지사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된데다, 원 지사의 생일이기도 했죠.

예상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녹지 측의 소송에 대해 허를 찔린 듯 다소 당황하는 기색입니다. ‘전담팀을 꾸려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소장 사본과 사업계획서 등을 언론에 공개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양새입니다. 예전 같으면 행정이 차마 먼저 공개하지 못할 종류의 문서들이죠. 제주도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끌고가려는지 살짝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내국인 진료 제한은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반드시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

그런 와중에 영리병원 논란에 대해서도 은근슬쩍 물타기에 나서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내국인 진료 제한은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반드시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이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원칙을 지켜내겠다”며 “제주도는 소송과정에서 그동안 도내·외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제기해온 우려의 목소리도 수합하여 법원에 전달함으로써 제주도의 입장과 같다는 점도 분명히 밝힐 방침”이라고 말이죠.

조건부 허가를 내주고도 ‘의료공공성’ 운운하는 모습이나 시민단체와 같은 입장이라는 뭔가 냄새(?)가 나는 설명에서는 논란의 프레임을 바꿔보려는 원 도정의 속내가 비치기도 합니다. 뒤늦게 도민들의 편에 선 ‘정의의 코스프레’로 나서려는 것일까요?

이제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 문제의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제주도는 외국의료기관의 의료행위제한을 담은 제주도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내국인 진료 제한이 의료법의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기도 했다며 ‘보증서’(?)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것 하나 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리병원 논란과 관련한 원희룡 도지사의 1차적 목적은 분명 ‘의료공공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끌어들여 ‘정치적 논란에서 살아 남으려는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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