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과 부동산, 그리고 도의원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기본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국토교통부에 이어, 지난주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제2공항은 제주의 경제를 바꿀 수 있는 지도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전격 추진을 선언했습니다.

정부의 강행 추진에 따른 일부 도민들의 반발이 여전하고, 제2의 강정사태라 불릴 만큼의 사회적 갈등이 고조될 기미를 보이자, 정민구 도의원의 대표 발의로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제2공항에 대한 갈등해결 방안 마련 촉구 결의안>을 내놨습니다. 기본계획 강행을 중단하고 각종 의혹 해소를 위한 충분한 찬반 토론을 가질 것을 주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지난주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30명 가량이 결의안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본회의 통과가 무난하리라는 전망의 기사가 나왔습니다만, 최근에 보니 서명자가 18명으로 줄었다는 보도로 결의안과 관련한 이상 기류가 흐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24일 일요일 오전 현재까지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은 발의자인 정민구 의원을 제외한 18명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원철, 김경미, 양영식, 강철남, 고현수, 현길호, 이승아, 송창권, 좌남수, 홍명환, 강민숙, 강성민, 강성의, 이상봉, 김용범 의원 등 15명과 바른미래당 한영진, 정의당 고은실, 무소속 허창옥 의원입니다.

이름을 올리지 않은 도의원은 모두 24명인데요. 더불어민주당이 14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자유한국당과 무소속이 각각 2명, 바른미래당 1명씩입니다. 교육의원 5명은 단 한 명도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의외였던 점은 지난주 본회의 교섭단체 연설에서 일방통행식 행정을 끝내라며 정부와 도정을 향해 각종 의혹 해소와 도민사회와의 소통을 요구했던 김경학 도의원의 결의안 명단이 없는 것입니다. 당시 김 의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하면 제2공항 절대보전지역 해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높은 수위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결의안 서명 명단을 정리하면서 곰곰히 살펴보니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24명 가운데 상당수가 본인 또는 가족의 명의로 제주 제2공항 사업 후보지인 서귀포시 성산읍은 물론 인접 지역인 제주시 구좌읍과 서귀포시 표선면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정치인이라는 것입니다.

정확한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관보에 실린 <공직자윤리위원회 공고 제2018-5호 2018년도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 공개>를 들여다봤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로 새롭게 당선된 초선 의원들인 경우 마찬가지로 지난해 9월 말에 실린 재산등록사항을 살폈습니다.

뜻밖에도 가장 많은 부동산을 보유한 도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경학 원내대표입니다. 본회의 교섭단체 연설에 나서기는 했지만, 결국 결의안 서명에는 동참하지 않은 바로 그 분입니다.

목장용지와 임야, 대지와 전 등 본인 명의로 등록된 부동산이 9개 필지에 걸쳐 있는데요. 제2공항 후보지와 가까운 구좌읍 세화리와 송당리에 걸친 대규모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의원 뿐만 아니라 부친과 모친의 부동산을 합하면 그 면적이 모두 21개 필지에 9만5천 제곱미터 규모에 이릅니다. 약 3만평 가량인데요. 얼마나 큰 땅인지 제가 감이 오지 않아서 검색을 해봤더니, 관광단지 조성이나 산업단지를 짓기 위해 10만 제곱미터 이상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는데요. 공시지가 상승으로 지난해 재산가액이 13억6600만원에서 16억5천만원으로 늘었는데요. 실거래가를 고려하면 해당 가격의 3,4배로 추정됩니다. 제2공항 추진이 이뤄진다면 더욱 큰폭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일어날 개연성이 충분하겠죠.

그러고 보니 김 의원 예전에 저와 관련한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당시 제주도가 성산읍 지역에만 국한된 토지거래구역허가제를 인접 지역인 제주시 구좌읍과 서귀포시 표선면으로 넓히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당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주시 구좌읍이 해당 지역도 아니고 인접지역이라고 퉁쳐서 다 묶어버리면 얼마나 재산권이 침해되겠느냐? 그렇지 않아도 구좌읍 일부 지역이 소음 피해 지역에 들어가는데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이면 반대운동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지사가 언론을 통해서 에어시티나 토지거래허가제도니 설익은 얘기들을 자꾸 꺼내 혼란을 부추기는 모습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두 번째로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도의원은 바로 성산읍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고용호 의원입니다. 김경학 의원의 부동산이 구좌읍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퍼진 것과는 달리 고 의원의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발하고 가격이 높은 해안 지역에 집중됐습니다.

성산읍 수산리에 본인 명의의 농지를 비롯해서 배우자가 성산읍 오조리와 고성리 일대에 대지와 임야를 보유하고 있고요. 성산읍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재작년에도 임야를 신규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밭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넓히기 위해서 사들인 땅이라고 고 의원은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건물을 합쳐서 고 의원이 신고한 부동산 현황은 1만6350제곱미터 규모로, 공시금액 기준으로 10억원이 훌쩍 넘습니다.

김장영 교육의원은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 본인 명의의 대지와 전,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민주당 문종태 의원은 구좌읍 행원리에 1만 제곱미터가 넘는 임야와 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박호형 의원은 구좌읍 월정리에 대지와 건물을 신고했고, 자유한국당 오영희 의원은 배우자 명의의 임야가 구좌읍 종달리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밖에도 강시백 교육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성산읍 신풍리에 밭을 가지고 있고, 표선면 지역구인 무소속 강연호 의원은 대지와 건물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습니다. 민주당 김희현 의원은 성산읍 성산리에 장남 명의의 대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결의안에 서명하지 않은 이들 9명의 도의원들이 단순히 제2공항 후보지인 서귀포시 성산읍과 인접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했기 때문에 동참하지 않았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심이 보여준 요구와 이에 따른 시대정신을 이끄는 의원 개개인의 초심이 벌써부터 바닥나지 않았는지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인데요. 제주 사회를 좌지우지할 결의안의 운명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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