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멘트] 이건 ‘빨갱이’ 프레임의 쌍둥이다…‘무조건 반대’

[오프닝]

고칼의 제주팟 2019년 2월 25일 에피소드 시작합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그래서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정의내리는 인간은 실제로는 감정에 휘둘려 중요한 결정이나 판단을 내리는 때가 더욱 많다고 합니다. 특히 특정 단어를 듣는 순간, 정상적인 사고가 마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요.

뭐,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단어, 역시나 ‘빨갱이’ 겠죠.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은 못하겠으니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비난해야겠다. 애드 호미넘(ad hominem) 바로 ‘인신공격의 오류’ 일텐데요.

최근 제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무조건 반대’.

제주해군기지 건설에서 출발해 중산간 리조트 조성과 카지노 이전 등 도내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과 최근의 제2공항 추진에 이르기까지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게 사실인데요. 이러한 개발에 반대하는 사람 또는 집단의 목소리를 싸잡아 비난할 때 나오는 단어입니다.

지난주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한 도의원이 이 전가의 보도 같은 단어를 꺼내들었습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인 문경운 의원인데요. 문 의원 “모 당은 꼭 시민단체 같다. 무조건 반대 무조건 반대…거기에 휘둘리면 안된다”

원 지사가 최근 강행의지를 드러낸 제2공항 추진을 응원하면서 열심히 밀고 나가라는 의미에서 했던 말이라는거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모를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러면 문 의원이 말한 모 당이 어딘지도 알 수 있을텐데요. 바로 지난 달부터 도청 앞에서 제2공항 추진을 반대하며 천막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제주녹색당과 정의당, 민중당 등일까요? 아니면 제2공항 추진 논란에 입을 닫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아니면 바른미래당일까요? 문 의원의 발언을 통해 정말 모처럼 더불어민주당에서 자유한국당의 스멜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서트] 홍보 스팟

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로운 한주가 시작됐습니다. 제주 지역 시사 오타쿠들의 해방구 <고칼의 제주팟>에 오신 여러분 모두를 환영합니다. 고칼입니다.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동양권 국가를 흔히 ‘고맥락 사회’라고 학자들이 표현한다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언어적 표현 보다는 정황에 담긴 맥락이나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겠죠. 쉽게 말하면 서양 사회인 경우 차나 음식을 권했는데 손님이 됐다고 하면 더 이상 권하지 않는데 반해, 우리나라인 경우 상대방이 부담을 느껴서 싫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몇 차례 더 권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겠죠. 사회생활에서 ‘눈치’가 빠른 사람을 선호하는 동양의 문화는 어찌보면 맥락과 정황이 그만큼 중요한 정서라는 것을 대변하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오프닝에서 말한 문경운 도의원이 자신의 발언을 기사화하며 모 정당이 제주녹색당 등을 지칭한다고 보도한 인터넷신문 제주투데이에 대해 소송을 예고했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는데요. “녹화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정당이나 단체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적도 없거니와 도의원으로서 최근에 접했던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발언을 했는데 왜 언급도 안한 제2공항, 영리병원 정당명..단체이름까지 거론하면서 또한 천막농성사진까지 게재하면서 전혀 사실과 다른 추측성 가짜뉴스를 생산하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러면서 “아무튼 소송준비 잘 하십시요? 손가락을 함부로 휘두른 값을 톡톡히 치루도록 하겠다”고 말이죠. 그래서 일단은 청취자 여러분들께서 직접 지난 주 있었던 문제의 발언 내용을 들어보시죠.

[인서트] 문경운 의원 임시회 발언

“문경운 : 저도 경험했던 사실인데, 기업유치하려면 규제가 너무 심해요. 진짜. 규제가 너무 심하고… 그 다음에 인허가 도지사가 하잖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그…도지사가 너무 눈치를 많이 봐, 원 지사가…중간에 결정장애 있지 않냐 이런 얘기까지 나왔는데.(주변 웃음) 최근에는 또 너무 강하게 밀어붙여서 또..(주변 웃음)

아니, 제가 보기에는 잘하고 있습니다. 원 지사가..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왜냐하면요, 나 당 얘기해서 좀 그런데..(속기사를 향해) 속기하지 마십시오. 모 당은 꼭 시민단체 같아요 ‘무조건 반대, 무조건 반대’ 거기에 휘둘리면 안됩니다.

도지사는 도민을 위해서 필요한 사업이다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여야 합니다. 모 단체가 막 반대한다고 눈치보다보면 도민 위해 사업할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국장님들이 중심을 잡아가지고 도지사한테 건의하십시오.

결정하지 못하고 할때는 ‘도민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라’고 하면..국장님들도 마찬가지만 밀어붙여야 됩니다. 눈치보고 하다보면 아무것도 못해요. 이게 도민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면…

고용호 위원장 : 속기 하겠습니다예?

문경운 : 예? 속기하지 마십시오. 이제부터 속기하십시오. 모 단체 와가지고 나 또 머리 아프니까.”

문 의원의 발언을 들어보면요. 모 정당이라고 표현한 워딩이 제주녹색당 등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것 쯤은 고맥락 사회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자기는 단지 그런 단어를 쓴 적이 없다…그래서 제주투데이 보도는 가짜뉴스라는건 너무 억지주장이 아닐까 합니다. 이건 누가 봐도 그 정당 등을 지칭하는 표현이 맞습니다.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지금 당장 팟캐스트 구독하기 버튼을 눌러 주시고요. 언론을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길들이려는 정치인은 이제 퇴출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지난주 도의회에서의 발언 문 의원의 영원한 흑역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사람이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제주녹색당이 어제 논평을 냈는데요. 공식 사과와 함께 민주당 제주도당의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렇게 목소리를 냈습니다.

“제2공항과 영리병원은 최근 연이어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듯이 도의회의 적극적인 도민 의사 수렴과 중재 등이 필요한 현안으로 비례대표로 선출된 의원들은 지역구를 떠나 도민 전체의 의사를 대변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시민 의견을 배제한 채 사업 강행을 주문하는 것은 크게 부적절하다. 결국 중대한 갈등 속에서 문 의원 스스로 공론과 중재, 교섭에 대한 실력없음을 드러낸 꼴이다”

녹색당은 그러면서 속기 중단 요청을 허용한 고용호 위원장과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을 향해서도 재발방지 약속과 사과, 비례대표 의원 징계 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추가 – 26일 오전 현재 문경운 의원이 제주투데이를 고소하겠다는 페이스북 포스팅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아울러 문 의원은 25일 도의회 상임위 회의에서 “정당이나 단체 이름은 거론한 적이 없다”며 “제 발언의 뉘앙스로 인해 제주녹색당으로 생각됐다면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캡처와 기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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