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기자로 변신(?)한 일간지 사주…과거 논란 살펴보니

시작부터 뜬금 없는 질문을 하나 드려보겠습니다. 여러분을 언론사의 채용담당자라고 한번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뭐…방송국도 좋고, 일간지도 좋고, 인터넷신문도 좋습니다.

회사에서 바야흐로 신입 기자를 채용하려는데, 나름대로 참 언론인의 모습을 꿈꾸며 도전장을 내민 지원자들 많을 겁니다. 이 사람들 원서를 쭉 훑어보실거 아닙니까?

그런데! 지원자 가운데 학점이나 토익성적, 스펙 같은 것은 둘째 치고 실정법을 위반해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그 지원자를 통과시킬 수 있을까요?

아마 두 가지 대답이 나올겁니다. 첫 번째는 실정법 위반한 사람이 기자를 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아하면서 탈락시키는 경우가 있을테고요,

또 한가지는 아니다 혹시 불의에 항거하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그러니까 사회 구조나 모순에 따른 전과가 있을지도 모르니 좀 더 지켜보고 싶다. 아마 이런 생각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려우십니까? 제가 범위를 좀 더 좁혀 드리겠습니다. 실정법 위반이 집시법이나 단순 경범죄가 아니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면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전제를 던지니 좀더 선택지가 확실해지는 것 같죠?

아무리 기레기 기레기 하면서 기자가 욕을 먹는 세상이 됐지만 말이죠. 그래도 기자라는 직업,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식과 실력, 그리고 도덕적 자격을 요구하는 자립니다.

지난주 도민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러나 언론인들 사이에 오른 제법 큰 논란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달 제주도기자협회에서 제명 처분된 제주매일이라는 신문사가 있는데요. 이곳의 사주인 장동훈 회장이 자사 지면을 통해서 다른 출입기자들과 더불어 본인께서 직접 제주도청과 도의회, 그리고 경찰과 검찰, 법원까지 출입하겠다며 떡하니 공지를 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실제로 화요일에 본인이 직접 새롭게 뽑은 기자들을 데리고 기자실을 찾아 인사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반응? 네, 속된 표현으로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기자협회 제명도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인데, 이 분이 저 고칼 같은 1인 미디어도 아니고 몇명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명색이 직원을 거느린 일간지 사주가 직접 출입처에 나가겠다고 하는 것 모르긴 몰라도 아마 유래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신문에 나온 장 회장의 포지션을 들여다보면요. 대표이사, 그러니까 사주죠. 여기다가 발행인, 그리고 편집인과 인쇄인 이렇게 무려 4개의 직함을 갖고 있군요.

혹시 다른 곳은 어떨까 싶어서 들여다 봤는데요. 제주신보 오영수 회장이 발행인과 인쇄인의 직함을 가지고 있고요, 편집인 송용관, 편집국장 김대영, 이렇게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 한라일보를 보면 최근 취임한 김용구 사장이 발행인과 인쇄인, 편집인을 맡고 있고요 편집국장으로 김기현 기자가 이름을 올려놓고 있고요. 제민일보는 공무원 출신인 김영진 사장이 대표이사와 발행인, 편집인으로 되어 있고 김석주 편집국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제주일보는 김대형 회장이 대표이사와 발행인을 맡고 있고요, 편집인 정흥남, 편집국장 김태형 이렇게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라일보의 경우 사실상 사주인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이나 제민일보의 김택남 회장 등은 한발 물러서 있는 모양새인데요. 제주신보와 제주일보의 경우 사주의 이름이 직접 올라는 있습니다만, 편집국장을 명시함으로써 적어도 일간지로서 형식적인 편집권의 독립은 보장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주매일은 편집국장이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신문법이라고 하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여기에 보면 ‘발행인이란 신문을 발행하거나 인터넷신문을 전자적으로 발행하는 대표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요, 편집인이란 신문의 편집 또는 인터넷신문의 공표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를 말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주에 의해 언론의 환경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행인과 편집인의 역할을 법으로 구분해 놓고있는 셈인데요. 뭐…이거죠. 개인이나 법인의 신문사가 아무리 사적 영역의 문제라지만 언론의 공적인 기능과 역할을 감안해 공정함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아니겠느냐고 말이죠.

실제로 신문법을 살펴보면은요. ‘신문 및 인터넷신문의 편집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그리고 ‘신문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는 편집인의 자율적인 편집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저 고칼도 오늘부터 스스로를 사주라 참칭하고 다녀야겠습니다.

[인서트] 브릿지

제주매일은 원래 1999년에 창간한 제주타임스라는 지역의 주간지였는데요. 이후 창간 5주년을 맞은 지난 2004년 일간지로 전환을 한 매체거든요. 그런데 뭐. 제주 도내 언론사 상당수가 경영의 어려움이 많지 않겠습니까? 제주매일로 제호를 바꾼 2011년 이후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부지와 윤전기, 건물 등이 경매로 넘어갔는데요. 2012년에 유모씨라는 사람이 이걸 6억2천만원에 낙찰받고 이게 다시 장동훈 회장에게 넘어가게 된 겁니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제주매일이 장동훈 회장에게 넘어간 지난 2012년 4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이죠. 아시는 분들 많을겁니다. 2012년 4월 11일. 바로 4.11 총선이 치러졌죠. 장동훈씨는 이 선거 제주시갑 지역구에 실제로 출마를 했던 후보였습니다.

당선자는 지금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국회의원입니다만, 당선자가 누구인지를 떠나 당시 선거는 굉장히 제주 지역 정치사에 길이 남을 사건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바로 장동훈 당시 후보와 관련된 일입니다. 원래는 이 사람이 지금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도의원이었는데요.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기 위해 2011년 말에 도의원을 사퇴하고 준비를 했습니다만, 웬걸? 새누리당이 경선 후보자로 이름조차 올려주지 않으니까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게 됩니다.

결국 본선에서 민주당 강창일 후보하고 새누리당 현경대 후보, 아! 기억 새롭네요. 현경대 후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인 7인회 멤버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져 있죠. 그리고 무소속 장동훈, 또 다른 무소속 고동수 이렇게 대충 4명이 뛰었던 것 같은데요. 강창일 후보랑 현경대 후보가 엎치락 뒤치락 하며 선도권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 뒤를 장동훈 후보가 따라가는 모양새였거든요.

그런데 논란의 사건이 터집니다. 이른바 ‘30억 후보 매수 사건’. 장 씨가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4월 9일 한림 오일시장에서 유세를 했는데, 당시 뉴시스 보도를 보니 이렇게 말했더군요 “노형 사람 현경대가 나오니까. 절 도왔던 노형사람이 현경대 캠프에 갔다. 노형 사람 저를 욕하고 협박했다. 30억 주겠단다. JDC이사장 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말이죠.

현경대 쪽에서 이걸 넘어갈리가 있겠습니까? 바로 이튿날 장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합니다. 결국 해당 선거에서 당선된 인물은 아시는 것처럼 바로 민주당의 강창일 후보였는데요.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는 사이에 장동훈씨가 제주매일을 사들여서 지역에서 말들이 많았죠.

[인서트] 브릿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장동훈씨는 결국 같은 해 7월 5일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통해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있다’고 전격 구속됩니다.

이후 8월에 변호사가 보석 청구를 합니다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한 차례 법원에서 기각을 당한 후 결국 9월 28일 보석으로 석방됩니다. 2012년 11월 9일 제1심 법원에서 징역 1년 4월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요. 재미있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됩니다.

현경대씨 측에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과는 별개로 경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선고도 함께 이뤄지죠. 바로 여론조작인데요.

장동훈씨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로 리서치업체 팀장과 이를 당시 언론사에 넘긴 후 선거구에 무가지로 배포한 혐의의 선거 캠프 운동원에게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됩니다.

선거일 이틀을 앞둔 9일과 약 일주일 전인 5일 두 차례에 걸쳐 신문기사가 나왔는데요. 당시 제주의소리 기사를 보니까 ‘무소속 급상승 3강 구도 형성, 표심 요동…선거판세 안갯속’, 강창일,현경대 각축…무소속 장동훈 급상승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신문에 실렸더군요.

해당 언론사가 어디냐고요? 당시 신생 매체인 제주도민일보입니다. 지금도 제주도민일보가 인터넷 신문으로 있기는 합니다만.. 이건 다른 사람이 인수해서 지금은 완전히 인터넷신문으로만 운영하는 곳이고요. 당시는 여기가 일간지였습니다.

이후 장동훈씨 2심에서 징역 1년4월에 집행유예 3년, 대법원에서 2013년 4월에 최종 징역 1년 4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0만원에 사회봉사 200시간으로 형을 확정하게 됐는데요. 더불어 피선거권 박탈 10년…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처분도 받았습니다.

[인서트] 브릿지

장동훈씨 선거 전에 도의원 할때도 재미있었습니다. 모 단체에 보조금 집행이 안된 이유가 무엇이냐며 담당 공무원을 불러 멱살을 잡고 욕설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이런 분이 도청과 도의회를 떡하니 출입하겠다고 하니 공무원들의 기분은 어떨것 같습니까? 혹시 매우 나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지금 바로 구독하기와 좋아요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 가운데 하나 장동훈씨가 사주로 있는 제주매일의 보도양태는 어땠을까 아니겠습니까? 여러가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재미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난 2015년 9월에 실린 재건축 관련 기사입니다.

장동훈씨가 제주매일의 사주이자 발행인, 그리고 편집인과 인쇄인을 맡고 있다고 제가 앞 부분에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또 있습니다. 미듬종합건설이라는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라는 것이죠. 미듬종합건설이라는 곳이 지난 2015년에 제주시 노형동 국민연립주택의 재건축 사업에 뛰어드는데요. 한진중공업, 그리고 sk건설과 함께 수주를 위한 3파전에 치러집니다.

9월 1일 제주매일 사회면에 이런 기사가 등장합니다. ‘대기업 제주에서 ‘불공정 게임’ 논란’이라고 말이죠. 한진중공업이 조합원들에게 배부한 홍보자료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입니다. 뭐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지적할 수 있기는 한데요. 할거라면 다른 신문이 했어야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제주매일에서 이런 기사가 나온 것은 분명 문제가 있겠죠. 기사 끝부분이 감동적입니다. “노형 국민연립 재건축 사업에 뛰어든 업체는 제주토종기업인 미듬종합건설과 대기업인 한진중공업, SK건설 등 3개 기업이다. 조합은 오는 5일 조합총회와 2차 합동설명회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라고 말이죠.

재건축 관련 기사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9월 2일과 4일에는 재건축시장 이대로 좋은가 하는 1면 박스기사가 나오는데요. 제목만 말씀드릴께요. “대기업 독식…지역건설업체 붕괴”, “대기업 브랜드 VS 거품 뺀 공사비” 기사 말고 칼럼과 사설로도 나왔습니다. 결국 이 재건축 입찰 시공사로 한진중공업이 선정이 됐는데요. 조합원들이 거품을 뺀 실비보다는 브랜드를 선호한 영향이라며 재건축 사업에 지역업체 참여비율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역 일간지 사주가 출입처에 나간다는 작은 소식에서 시작해 해당 사주의 유명한 전력과 어떻게 언론사를 인수하게 됐는지, 이후 언론사에서 어떤 보도가 나가게 됐는지 등을 정리해봤습니다.

기자의 자격에 대해서는 제가 결론 내리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한번 생각을 해주시고요.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면 짧게나마 제주매일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서 신문이 지역 사회를 위한 제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 방송 준비했다는 말씀드립니다.

제가 언론사 조롱한다고 비판한다고 불편해하시는 분들 많은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 할겁니다. 미디어위클리는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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