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단체 위탁사업, 토착 비리 전형인가

청년회 관리위탁 물놀이 시설 ‘복마전’…특혜와 깜깜이로 얼룩

감독 공무원은 ‘솜방망이’ 처분…재위탁 수순 ‘논란’ 불가피

서귀포시가 지역 자생단체에 위탁한 사업장이 ‘특혜와 부실’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관리위탁 입찰 조건을 제한해 사실상 특정 자생단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도 모자라, 증빙서류를 누락했음에도 결산검사를 승인하는 등 행정이 묵인한 정황이 감사위원회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행정은 앞으로 2년 동안 관리위탁을 맡을 사업자 공고에 나섰는데, 해당 자생단체가 재차 위탁사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동홍동 산지물 물놀이장에 대한 민원 조사가 제기됨에 따라 지난 8일 조사 결과를 제주도와 서귀포시 등에 통보했다.

동홍동 산지물 물놀이장은 중산간에서 흘러 나오는 용천수를 이용한 물놀이 시설로, 성인용 풀장과 유아용 풀장, 파고라, 워터 슬라이드 등을 시설하는 등 총 16억원 이상이 투입된 도심 내 휴식공간이다. 행정이 직영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 관리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2015년 정식 개장한 이후 지금까지 동홍동 연합청년회가 도맡아왔다.

# 시작부터 수상하다…왜 지역 자생단체만 입찰 가능?

행정은 관리위탁 사업자를 공고하며 동홍동 내 자생단체로 지원자격을 한정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산지물 물놀이장의 위탁 운영은 전형적인 토착비리로 의심될 만큼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입찰참가자격에 제한이 있었다. 2016년 5월 31일자 입찰공고에는 ‘공고일 전일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동홍동에 주소를 둔 자생단체, 비영리단체’로 명시됐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27조 제2항과 시행령에 따르면 ‘추정 위탁료 3억원 이상인 경우’, ‘특수한 기술 또는 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경우’, ‘계약이행의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참가자의 자격 제한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외의 경우에는 모두 일반 입찰에 부쳐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물놀이장 관리운영은 특수한 기술 등이 필요한 제한입찰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참가자격을 제한해 공고했고, 그 결과 청년회만 입찰에 참여하게 됐다”며 “특정 단체에 혜택을 주는 결과가 발생하는 등 계약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홍동은 “주민공동이용시설이기 때문에 수의계약 대상에 해당되어 동홍동 소재 단체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감사위는 산지물 물놀이장의 경우 ‘관광진흥법에 따른 일반유원시설업 등록시설’로 수의계약 대상이 아니라고 쐐기를 박았다.

# “공정한 운영기구 구성”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나 몰라라’

행정과 청년회는 당초 관리위탁을 체결하며 운영위원회를 꾸리기로 약속했다. 물놀이장의 건전한 운영은 물론 수탁자인 청년회가 물놀이장을 운영하며 받게 될 사용료와 음식값의 책정, 수익금 사용처와 범위 등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16억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 조성된 사업장을 자생단체가 독점적으로 위탁운영하는 만큼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서귀포시는 사실상 운영위원회 관련 협약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위탁시설 관리운영을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는 “운영위원회가 구성 운영되지 않고 사실상 운영위원회 협약사항이 이행되지 않아 위탁시설이 소홀하게 운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결론 지었다.

# 결산 증빙서류 ‘증발’해도 행정은 ‘OK’

운영위원회 구성보다 문제가 심각한 분야는 결산이다. 청년회가 물놀이장을 관리하며 얼마를 벌어들이고, 얼마를 지출했는지에 대한 객관적 근거(증빙서류)를 감사위가 확인하지 못했다. 수익의 절반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사업계획서의 약속은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일이 됐고, 매출의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물놀이장 운영(부대시설 포함)에 따른 수익금 가운데 30%는 불우이웃돕기 및 교육발전기금으로 기탁하고, 20%는 물놀이장 시설 보강에 사용하는 등 수익금의 50%가 지역사회 환원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특히, 운영의 투명성을 위하여 포스기(판매와 결재 등을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를 설치해 매일 정산할 예정이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여기는 관할 행정부서인 동홍동주민센터의 책임이 크다. 청년회가 제출한 결산서를 행정이 확인하고 점검해야 하지만 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결산보고서를 제출하며 운영결과에 대한 별다른 증빙서류가 제출되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수익배분에 대한 확인도 하지 않았다. 청년회가 제출한 서류만 가지고 물놀이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파악했다는 것으로 위탁운영 필수 조건인 회계검사도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행정이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배임 또는 직무유기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감사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증빙서류를 확인한 결과 거의 누락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위는 “제출된 증빙서류만으로는 수익금을 추정할 수 없는 등 위탁사무에 대한 수익금 누락 보고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책임 공무원에게는 ‘솜방망이’…‘쏙 빠져나간’ 청년회

결국 감사위 조사에 따르면 산지물 물놀이장 관리위탁 사업은 선정 과정에서부터 운영과 결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토착비리의 전형으로 밖에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감사위는 감독 공무원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묻지 않았다. 동홍동장에게는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요구하고 서귀포시장으로 하여금 담당자 주의, 제주도지사에게는 관련자 2명에게 훈계와 주의 조치를 권고했을 뿐이다.

증빙서류도 갖추지 않고 정산을 엉망으로 한 청년회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감사위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사업자에 대한 처분 수위를 고민했지만 이는 감사위원회가 아니라 사업부서인 동홍동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위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동홍동 연합청년회는 새롭게 위탁사업에 응모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사업자 공고를 낸 동홍동이 신청자격을 ‘관광진흥법상 유기시설 안전관리자의 자격을 갖춘 자를 1명 이상 운영 인력으로 확보한 자’, ‘제안요청서의 모든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성실히 이행할 자’로 정했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기술했지만 공유재산 관리법 시행령은 ‘관리위탁 계약의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자치단체장이 입찰참가자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위원회가 청년회와의 지난 위탁계약이 특혜의 소지가 있고 부실하다고 인정하고 있음에도, 행정이 이를 묵살하는 셈이다.

오창섭 동홍동장은 “민간에서 행정 사업을 위탁해서 하다보면 잘 몰라서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행정이 진행상황을 살피면서 잘 이끌었어야 하는데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청년회가 고의로 서류를 조작하거나 거짓말을 했다면 모를까 지금 나온 상황으로서는 입찰을 제한하기 어렵다”고 위탁사업자를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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