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북 VS 아이패드…생산성의 승자는?
필드에서 한창 뛰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일선 기자로서 가장 중요한 물건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노트북이다. 현장의 취재기자는(방송국 기자를 제외하고) 노트북 하나 가지고 모든 것을 다 한다. 메모장 띄워서 기자회견 워딩 받아적고, 도의회 실시간 방송창을 켠 상태에서 옆에 메모장 띄워 워딩 치고,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스케이프로 사진을 가공한다. 이후에는 인터넷 창을 띄운 후 관리자 모드로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기사를 올리고 배치하면 기사 하나가 뚝딱 만들어진다. PC용 카카오톡을 열고 데스크에게 정보보고를 올리는 것은 물론, 출입처 단톡방에서 필요한 내용을 주고받는다. 인터넷뱅킹으로 월급이 제때 들어오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가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지뢰를 찾기도 한다.
노트북 없이 ‘아이패드(iPad)’로만 생활한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 간다. 노트북으로 했던 거의 모든 일을 나는 지금도 아이패드로 처리하고 있다. 기자회견이나 워딩을 적던 윈도우 메모장은 ios용 워드프로세서인 ‘페이지스(pages)’로 대체했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사파리(safari)’라는 프로그램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공급사(ND소프트)의 기술적(+의도적) 문제로 윈도우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한 홈페이지 운영도 아이패드 하나로 가능하다. ios 기반에서도 홈페이지 운영이 가능한 도구(워드프레스)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카카오톡도 되고 게임도 가능하다. 간혹 대용량 파일 다운로드나 국세청 세무신고 등의 문제로 사용이 제한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그때는 노트북을 가진 주변의 도움과 선처(?)를 구하면 된다.
누군가는 이렇게 문제제기 할지도 모르겠다. ‘워드프로세서 ‘페이지스’는 자체적으로 한자와 특수문자 입력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문서 분량이 길어지면 프로그램이 다운되지 않냐’, ‘아이패드의 멀티태스킹은 윈도우에 비할 바가 못된다’라고 말이다. 물론이다. 다 맞는 말이다. 필자는 한자와 특수문자를 사용할 일이 있으면 사파리에서 검색한 다음 붙여서 쓴다. 논문이 아니라 주로 기사나 칼럼을 중심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10페이지를 넘길 일이 없다. 멀티태스킹은 분명 아쉬운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패드를 못쓸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가방에 노트북을 담고, 치렁치렁한 전원 케이블과 어댑터를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이 나는 너무 좋다. 적어도 필자의 입장과 작업 수준에서 보기에 아이패드는 충분히 노트북 만큼 ‘생산성’이 있는 도구다.
# 벌써 세 번째 아이패드…당연하게도 출발은 유튜브 머신
그렇다고 필자가 처음부터 아이패드를 생산성을 염두에 두고 들인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으로 아이패드를 구매했던 시기와 장소는 지난 2012년 6월 25일 제주시 노형동의 하이마트다. 순전히 구글포터 덕분에 구매 날짜와 장소를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 2010년부터 사용한 애플 제품(아이폰4)에 대한 신뢰도가 쌓인데다, 무언가 스스로에게 보상이 필요하다는 (억지) 논리와 약간의 호기심 때문에 손이 갔다. 나를 따라 우리집에 온 녀석은 ‘뉴아이패드’ 이른바 ‘토사구패드’로 이름을 떨친 녀석이다. (애플이 뉴아이패드 출시 불과 몇 달 후에 차기작을 발표하면서 생산이 중단됐는데, 덕분에 토사구패드로 불렸다.)
일각에서는 아이패드 출시 초기 ‘화면만 키운 아이폰에 불과하다’고 혹평을 내리기도 했지만, 녀석은 빠르게 자기 자리를 잡아 갔다. 유튜브와 TV 등 동영상을 시청하기에 편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아이의 동요 머신과 그림판 역할도 수행하며 친구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배터리 지속시간이 상당했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로 내 손에 들어온 아이패드는 2014년 출시된 ‘아이패드 에어2(air 2)’이다. 초기 아이패드에 비해 칩셋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것은 물론 두께를 엄청나게 줄이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출시일이 조금 지난 시점인 2015년 중반에 구입했다. ‘지름신’이 조금 늦게 강림했기 때문이다. 에어2 역시 뉴아이패드와 사용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터넷하고 동영상 보고 아이는 손가락 그림을 그리는 정도였다.
아이패드의 생산성에 눈을 뜨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키보드이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매직 키보드’를 2016년에 구매하면서 생산성의 폭발적(?) 확장이 시작됐다. 노트북으로만 쓰던 기사를 아이패드에서 쓰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2017년 7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아이패드 프로 10.5인치’와 손을 잡았다. 전에 사용했던 두 모델이 모두 와이파이 전용인데 반해, 프로 10.5인치는 나의 첫 셀룰러 모델이다. 칩셋의 성능이 보통의 노트북을 상회하는 것은 물론 손가락으로만 끄적이던 그림이 ‘애플펜슬’로 옮겨가며 수준도 향상됐다. 내가 돈이 남아 돌거나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펜슬을 산 것이 아니라,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가 펜슬을 끼워주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도발적(?)인 광고도 나왔다. ‘What’s a computer?’ 전문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아이패드를 일상생활에 충분히 가능한 컴퓨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애플의 그림이 엿보였다. 마침내 나는 가지고 있던 노트북을 처분했다.

# 글도 쓰고 동영상까지 만들고…님 좀 짱인 듯 ‘아이패드’
글의 앞 부분에서 밝혔듯 필자는 아이패드 하나를 가지고 웬만한 일을 모두 처리한다. ‘페이지스’에 적은 글을 ‘워드프레스’로 옮기고, ‘키노트’에서 사진 작업을 거친 후 <제주팟닷컴>이라는 홈페이지에 기사와 칼럼을 올린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루마퓨전’에서 편집하고 <고칼의 제주팟> 유튜브도 올린다. 전에 오디오 팟캐스트를 제작할 당시에는 ‘개러지밴드’나 ‘페라이트’라는 어플을 사용했다. 전자책도 읽고, 문서도 스캔해 파일로 저장한다. 카카오맵으로 약속장소의 위치를 확인하고 버스 시간도 체크한다. 이메일과 문자, 카카오톡을 보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필자는 어지간하면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닌다. 취재 현장이나 인터뷰는 물론이고, 방송 녹화를 할 때조차 종이 원고 대신 패드를 펼쳐 놓는다. ‘값 비싼 액세서리를 자랑하고 싶었나’ 했던 주변에서도 서서히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거로 기사를 쓰는 것이냐’ ‘동영상까지 편집하다니 놀랍다’ ‘정말 뽕을 뽑아 먹는 것 같다’ 등등 여러가지다.
내가 접한 사용자 경험을 주변에서도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한다. 나는 그래서 아이패드 사용을 굉장히 권유하는 편이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은 구석도 있다. 아이패드가 만능일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WWDC 2019…애플의 욕망(?) 엿보기
애플이 지난 4일 열린 개발자 회의 ‘WWDC 2019’를 통해 새로운 아이패드 전용 OS(운영체제)를 공식 발표했다. 아이폰과 동일한 운영체제 사용으로, 그래서 그 동안 아이폰의 ‘파생물(spin-off)’처럼 취급됐던 아이패드를 ‘별도의’ 제품군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개발자 회의를 앞두고 어떠어떠한 내용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들이 많았지만, 아이패드 전용 OS 출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다.
여러가지 특징이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생산성’을 고려한 개선이 눈에 들어왔다. 첫째 컴퓨터와 유사한 멀티태스킹 환경 개선이다. 아이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화면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맥os나 윈도우처럼 무작정 많은 창을 열어놓고 작업할 수는 없지만, 11인치 안팎의 작은 화면을 2~3개로 분할 가능하도록 했다. 같은앱의 창을 두개 이상 띄울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큰 변화다.

입력시간을 줄인 것은 물론 다양한 ‘팔레트’ 기능을 넣음으로써 애플펜슬의 영역은 단순 터치 도구 이상으로 확장했다. 간단한 손동작으로 텍스트 입력 방식을 개선한 점이나, 보다 많은 키보드 단축키 제공으로 입력도구와 방식에 날개를 달았다. 더 이상 애플펜슬과 키보드가 아이패드의 부수적인 액세서리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 셈이다.
많은 이용자들이 한계로 꼽아왔던 파일관리도 대폭 개선된다. 맥os처럼 파일 관리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외부 저장장치에서도 직접적으로 파일을 불러올 수 있도록 바뀐다. 개선점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있을 것이다. 노트북을 경험한 사용자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애플이 끌어올려 줄지도 솔직히 반신반의다.
그럼에도 애플은 이번 아이패드 전용 os 출시로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아이패드 생산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이패드가 노트북과 PC에 상처를 주지 않되 서로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영역을 지킬 수 있도록 말이다. 휴대성과 사용의 편의를 강조하지만 제한적인 생산성을 부여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가느냐는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선택할 사항이다. 아이패드로만 글을 쓰고 창작물을 만든지 2년이 된 필자는 아직까지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