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조사 핑계 마이웨이?…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취임 1주년 여론조사 논란

설문 문항에 ‘조건’ 달아 특정 답변 유도 의심, 실수요자 10대 조사 아예 빠져

이석문 교육감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제주도교육청이 발표한 여론조사가 엉터리라는 비판이다. 특정 결론을 유도하기 위한 문항 설계라는 의심이 제기되는가 하면, 교육 서비스의 핵심 수요층인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은 27일 <도민 73.5% “아이 행복 위한 최우선 학교교육 요소” ‘인성’ 답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리얼미터에 의뢰한 이번 여론조사는 제16대 이석문 교육감 취임 1주년을 맞아 ‘제주교육 현안과 정책, 교육감 업무 수행 평가’등에 대한 도민 의견을 조사했다고 제주도교육청은 설명했다. 도내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성별과 연령, 지역비율을 고려한 전화문답 조사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학교교육에서 우선시 해야 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3.5%가 ‘인성’이라고 답했다. 건강(44.5)과 안전(37.4%), 창의력(31.7%) 등이 뒤를 이었다. 중복응답을 허용한 관계로 합계 응답률은 100%를 넘는다. ‘학교교육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자 가장 높은 63.8%가 ‘학교폭력’을 꼽았다. 다음으로 인권존중(45.0%), 사교육비(41.7%), 격차해소(25.3%) 순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도교육청은 “최우선 학교교육 요소로는 인성을, 학교교육의 최우선 해결과제는 학교폭력 예방으로 확인돼 흔히 생각하는 학력이나 대학입시 등은 낮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여론조사로 도민들은 성적, 서열보다 아이들의 안전, 행복, 건강이 교육의 우선 가치임을 알 수 있다. 제주교육청의 지표인 배려와 협력, 행복이 도민들의 인식에 걸맞는 방향임을 거듭 확인했기 때문에 이에 맞는 정책과 비전을 더욱 충실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석문 교육감의 지난 1년 교육 추진을 사실상 재신임으로 받아들이며, 여론조사를 빌려 앞으로도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자기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여론조사를 기초로 교육현안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거듭 확인했기 때문에…더욱 충실히 추진하겠다’라는 자기 오만이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로 시작되는 질문을 받게 되면 어느 누가 쉽게 ‘학력’이라고 응답할 수 있을까? 특정결론을 유도하기 위해 여론조사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항설계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교교육에서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학교폭력’을 꼽았다는 것은, 현재 제주의 교육 현장에서 학교 폭력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교육 정책의 실패를 교묘하게 포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주 교육 정책의 가장 핵심인 아이들, 즉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하는 마냥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선별했다. 제주도교육청의 교육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10대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은 물론, 교육행정 서비스와 다소 거리가 있는 20대와 60대 등이 포함됐다. 교육수요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기 위한 여론조사였다면 10대와 부모세대인 30~50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았을까 한다.

제주도교육청은 조사 결과를 다음 주 목요일까지 모두 4회에 걸쳐 발표하기로 했다. 27일 ‘학교 교육의 방향 및 학교 교육의 과제’를 시작으로 7월 2일 ‘이석문 교육감 직무평가 및 교육감 역점과제 관심도 등’, 3일 ‘교사 활동 평가와 교육청 지원 평가, 학교교육 만족도’, 4일 ‘IB 도입 반응 및 찬반 사유,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현안인식’ 순이다.

피평가 기관인 제주도교육청이 교육감 취임을 맞아 자체 여론조사를 발표한 사례는 전임인 양성언 전 교육감은 물론 타 지역 교육청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간혹 교육정책 개발을 위한 내부자료 확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진행한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번처럼 보도를 전제로 한 발표는 사실상 처음이다. 언론사가 자체 여론 조사 결과를 며칠에 걸쳐 보도하는 경우는 있지만, 피평가 기관이 자체 여론조사를 수 차례 나눠서 배포하는 경우도 낯익은 풍경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언론이 주목했으면 하는 항목이 담긴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언론들은 마지막날 발표될 ‘IB 도입에 따른 찬반 조사’를 심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안 봐도 비디오, 안 봐도 블루레이’는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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