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반발에 뒤집힌 제주도의회 지도부…제자리 찾기 or 알력 다툼?

좀처럼 보기 힘든 반전 드라마가 제주도의회에서 연출됐다. 예상 밖의 부의장 보궐 투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28일 제374회 임시회를 열고 최근 작고한 고 허창옥 부의장의 잔여 임기를 채울 부의장 보궐선거를 진행했다. 서귀포시 송산,효돈,영천을 지역구로 둔 초선 의원인 바른미래당 강충룡 의원이 부의장에 선출됐다. 신임 강 부의장은 “부의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 최선을 다해 도정을 견제하고 소통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주도의회 의장단 구성은 다수당이 의장과 부의장 두 자리를 가져가고, 야당에 부의장 한 자리를 맡기는 것이 관례다. 도의회를 대표하는 지도부 구성인 만큼 사전에 협의를 거쳐 추대 또는 추인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 그림이다. 실제로 야당 몫의 부의장 자리에 당초 재선인 자유한국당 김황국 도의원이 맡기로 한 합의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태석 의장을 비롯해 김경학 운영위원장 등이 언론에 해당 사실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소속 지역구 도의원 가운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수성에 성공한 김황국 의원은 지난 10대 의회에서도 부의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신임 강 부의장의 선출이 예상 밖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본회의장 투표에서 김황국 의원은 13표를 얻은 반면, 강충룡 의원이 19표를 가져갔다. 임상필 2표, 강연호, 안창남, 오영희, 한영진 의원이 각각 1표씩 나왔다. 야당 몫의 부의장을 뽑는 선거에서 여당 또는 ‘여당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에 던진 표가 나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재석의원의 과반을 채우지 못해 2차 투표가 진행됐고, 23표를 얻은 강충룡 의원이 부의장 자리를 잇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회의 규칙>에 따라 의장단의 권한은 사실상 본회의에서의 역할에 한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안건을 상정하고 표결 절차를 이끄는 것이 가장 큰 줄기이고 그 밖에 발언의 기회와 시간 등을 조절한다. 의장 부재시 부의장이 대행이라고는 하나 여당 부의장이 있는 상황에서 야당 부의장이 대단한 일을 할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09년 손바닥 터치(?)로 본회의 개회를 선언, 강정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과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당시 구성지 부의장을 떠올려보자 ^^) 관례에 따라 소속 상임위 역시 교육위원회로 옮기는 만큼 지역구 도의원으로서 큰 메리트도 아니다. 예산 편성에서 어느정도의 배려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궐인지라 임기도 1년에 불과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차례의 투표를 치르며 부의장이 되어야 할 실익이 커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부의장 보궐선거를 이토록 뜨겁게 만들었을까? 화염에 중심에는 민주당 초선 도의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부의장 사전 합의가 ‘야합’이고 ‘밀실정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실, 이들의 일치된 행동이 없었더라면 나오기 힘든 표결이기는 하다. ‘변화와 혁신’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민주당 초선 도의원은 모두 18명으로 제주도의회 내에서 막강한 ‘보팅파워’를 갖고 있다. 결국 ‘꼰대’들의 막후정치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뉴비’들의 쿠데타인데, 앞으로 3년 남은 11대 의회 운영의 본격적인 헤게모니 싸움과 정치 세대교체의 서막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주군(국회의원)에 따라 ‘누구쪽 사람이냐’로 갈라진 민주당 초선들이 모처럼 의기투합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꼰대’(더불어민주당 지도부)들에 대한 준엄한 심판 못지 않게 자유한국당 김황국 의원에 대한 견제론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10일 도정질문 당시 김황국 의원과 원희룡 지사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책임론과 무능론을 꺼내들며 몇몇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산 바 있기 대문이다.(본회의장에서의 설전을 다룬 지난 팟캐스트 에피소드)

어떤 이유에서든 반전은 일단 신선하다. 보팅파워를 무기로 기존의 정치 질서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쁘다고 할 수도 없고, 관례처럼 이어져 온 의회의 전통에 반기를 든 행동을 옹호할 수만도 없는게 사실이다. 다만, 행동의 취지와 원천은 어디까지나 ‘지역 정치의 제자리 찾기’로 가야 한다. 겨우 부의장 선거가 ‘세력 대 세력’의 싸움이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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