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김경학 의원이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 기회소득 지원 조례안’이 도의회 상임위 심사를 앞두고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 공론화 절차 없이 발의됐을 뿐만 아니라, 핵심 개념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중증 장애인이 ‘가치활동’에 참여할 경우 매달 10만 원의 ‘기회소득’을 지원하겠다며 조례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생활안정을 돕는다는 취지로 제안된 조례안이지만, 구체적인 정책 실행 계획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회소득’과 ‘가치활동’이라는 개념의 모호성이다. 조례안은 ‘가치활동’을 “장애인의 사회 참여 활동이나 건강 유지 활동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으나, 어떤 활동이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없다. ‘기회소득’도 활동의 정도에 따라 지원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평가 방식과 지원 절차가 불투명하다.
이처럼 핵심 용어의 정의가 모호하고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가 결여된 조례안은 향후 행정 집행 과정에서 심각한 혼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제주도 관계자는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라는 건지 구체적 내용이 없고 방법론적으로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의원은 조례안의 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유사 사업을 근거로 들었지만, 이를 제주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제주도와 경기도는 재정 자립도부터 복지 예산, 장애인 수 등 여러 측면에서 여건이 크게 다르다. 경기도형 모델을 단순히 차용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수십억 원의 재정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사전 설명회나 공청회 등 공론화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례안에 따르면 장애 정도가 심한 도내 장애인 약 670명이 지원 대상이 되며, 연간 예산은 약 8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에 실태조사, 홍보비 등을 포함하면 5년간 4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중대 사업에 대해 도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김경학 의원은 제주도의회를 대표하는 3선 의원이며, 도의장까지 지낸 바 있다. 그만큼 정책 추진에 있어 보다 높은 책임감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이번 조례안은 행정의 부담만 키우고 정책적 진정성은 결여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복지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치밀한 설계와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조례안은 오는 18일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행정적·재정적 실행 가능성은 물론 정책 설계의 정합성과 도민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조례안이 과연 통과될 수 있을지, 상임위의 판단이 주목된다. 실효성 없는 선언적 조례가 아닌, 장애인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