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을 둘러싸고 제주도와 김한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제주도는 1년이 넘는 공론화 끝에 제주시를 동서로 나누는 ‘3개 시안’을 확정했고, 김 의원은 “도민 여론과 다르다”며 현행 2개 시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각기 다른 근거를 제시하며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어 도민 혼란도 커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22년 8월 20일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꾸린 후 도민경청회(48회)와 여론조사(4회), 전문가 토론회(3회), 청년포럼, 도민토론회, 도민참여단 숙의토론 등 세분화된 공론화 절차를 거쳐 3개 기초자치단체 부활 방안을 오영훈 도지사에게 권고했다. 오 지사는 지난해 2월 권고안을 수용하며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을 통해 과거에도, 현재에도 없는 새로운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도민 의견을 반영해 추진된 절차이니 만큼 제주도는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사달이 난 것은 행정체제개편을 위한 주민투표 건의 수용 여부를 두고 행정안전부와 제주도가 한창 씨름중이던 지난해 11월. 오 지사와 같은 당인 김한규 의원이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찬성하지만 제주시민들의 생활권과 역사성에 부합하는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필요하다”며 이른바 쪼개기 방지법을 발의, 제주도의 3개 시 추진안에 직접적인 제동을 걸었다. 더 나아가 지난 25일에는 JIBS제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기간 민주당 도당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도민 다수는 제주시 분리에 부정적이었다”고 주장하며 제주도의 행보에 발목을 잡는 모습을 이어갔다.
상반된 두 개의 조사가 도민 사회의 혼란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결국 어떤 여론이 더 정당한가를 판가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도민 뜻과 다르다”며 김 의원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여론조사의 실체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설문 문항, 방식, 조사 대상 등 구체적인 정보가 전무하다. 도민 참여단 구성부터 숙의와 조사, 최종 권고안 도출까지 공식 절차를 밟아온 제주도의 공론화와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김 의원 측이 뒤늦게 입장을 밝히며 단편적인 ‘여론조사’를 근거로 내세운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김 의원은 공론화 과정 전반에 관여하거나 이견을 공식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여러 차례 주민설명회와 토론회를 열었고, 관련 자료도 공개해왔지만 의원실 차원의 적극적인 참여나 반론 제시는 없었다.
논란의 빠른 종식을 위해 김한규 의원 측이 해당 여론조사의 문항과 결과를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도민 여론을 내세워 개편안에 반대한 만큼, 그 근거 또한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요구다. 김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여론조사가) 비공개 대상으로 저희 내부적으로 판단하려고 했던 건데 적절한 시점에 알려드릴까 하고 있습니다.”라고 공개 가능성만 시사한 상태다. 설문 내용이 왜곡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된 것으로 판명날 경우 적지 않은 후폭풍을 부를 수도 있다.
이번 행정체제 개편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되는 기초자치단체 부활 논의다.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닌 지방자치의 실질적 확대를 위한 제도 개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김한규 의원의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 알박기와 여론조사를 내세운 발목잡기로 주민투표 시행 여부조차 불투명해지면서, 도민사회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끝났습니다ㅏ, 제주도정의 공론화 조사 용역에는 2개시 유지안에 대해 도민들의 의견도 묻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