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숙 교육감 1호 공약 ‘초개별화 맞춤 교육’ 시작부터 삐걱?

고의숙 신임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의 1호 결재 과제이자 핵심 공약인 ‘초개별화 맞춤 교육 시스템 구축’ 사업이 추진 초기부터 개념 모호성과 평가 체계 부재, 교원단체의 반대 움직임 등 숱한 과제를 마주하며 혼란을 빚고 있는 모양새다. 시도 교육청 단위의 독자적 시스템 구축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행정 내부와 교육계 안팎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실제 전면 도입 시기 역시 2028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약 추진 동력이 시작부터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20일 도교육청 상황실에서 고 교육감 주재로 ‘함께 성장 주간회의’를 열고 초개별화 맞춤 교육 시스템 도입을 위한 제주 교육 인공지능(AI) 플랫폼 바당의 고도화 방향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양순택 디지털미래기획과장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학생 개인별 오답 패턴과 특성을 분석하는 디지털 개인 튜터 구현 계획을 소개했다. 올해 12월까지 자문단을 운영한 뒤, 내년 1월부터 2028년 2월까지 시스템 개발 및 시범 운영을 거쳐 빠르면 2028년 3월이나 8월 이후에 시스템을 적용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 실무 부서장 “기존 AIDT 중복, 평가 체제 모순” 우려 제기

그러나 이어진 토론에서는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성과 실효성을 의심하는 관계부서장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우선 지난해 도입했다 중단된 기존 AI 디지털교과서(AIDT) 기능과의 중복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부 시스템과 구체적인 차별성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과 행정력의 이중 투입이 우려된다는 지적인 셈이다. 

현행 공교육 학사 및 평가 체제와의 모순도 심각한 한계로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학교 현장이 일제식 진도표와 지필평가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학습 과정만 초개별화할 경우 극심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전인적 성장을 관리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학업성취도 외에 정서, 진로, 관계성 등을 측정할 구체적인 지표가 전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학생 데이터를 임의로 축적하는 시스템 구축 자체가 지닌 법적 위험성도 언급됐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실효성 논란도 발목을 잡았다. 모 부서장은 서귀포 및 제주시 읍면 지역의 학급당 평균 인원이 이미 11명에서 13명 선으로 내려앉아 10명 미만 학급이 속출하는 상황을 짚었다.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교사 중심의 1대 1 개별화 교육이 가능한 여건이므로, 동 지역과 읍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실무적 조언인 셈이다. 

▲ 교육감 “시스템은 도구일 뿐” 선 그었지만

회의 후반부에는 부서 간 인식 차이도 명확히 드러났다. A 부서장은 정서와 부적응 문제까지 아우르는 맞춤 교육의 범위를 고려할 때 AI 시스템은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으며, B 부서장 역시 기술적 세부 사항에 앞서 교육 철학과 방향성 점검이 선행되어야 항로를 결정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고 교육감은 “시스템은 학교 현장을 돕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자 일부일 뿐이며 초개별화는 제주 교육이 지향하는 철학이자 방향”이라며 선을 그었으나, 내부 실무진의 정교한 설계도 없이 당위성만 앞세워 공약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 교원단체도 제동 “검증 없는 전면 도입 반대…단계적 추진”

이러한 행정 내부의 혼선 속에 도내 최대 교원단체인 제주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제주교총, 이하 교총)도 공식적인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제주교총은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의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책임교육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도교육청의 일방적인 전면 도입 추진 방안에는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교총은 정책의 현장 적합성을 검증하기 위해 전면 도입에 앞서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한 시범 운영을 선행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시스템의 구체적인 설계안, 소요 예산, 중장기 재정계획의 사전 공개를 촉구하는 한편, 학생 데이터 수집·보관·접근에 관한 엄격한 보호 원칙을 확립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장정훈 교총 회장은 “좋은 취지의 정책일수록 작은 성공을 먼저 확인하고 넓혀가는 단계적 도입이 가장 빠른 길”이라며 속도 조절을 거듭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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