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오영훈 도지사가 후퇴 선언을 했지만, 대척점에 서왔던 김한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은 아직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앞서 오 지사는 4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2026년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어렵다”며 공식 후퇴를 선언했다. 오 지사는 “행안부도 관련 법률 정비, 청사 배치, 행정시스템 준비 등에 최소 1년 이상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도 구역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있어, 서두르기보다는 차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의견 수렴과 논의의 장을 새롭게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덧붙였다.
관련 입장과 향후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의원실 보좌관은 5일 “김한규 의원의 입장은 따로 안 내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도지사와 맞서는 구도로 나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본의가 아니기도 하다”고 답했다. 공론화를 비롯해 행정체제 개편의 주요 지점마다 이슈를 던졌던 김 의원이 이번에도 공론의 장으로는 나오지 않고 숨어버린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속칭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을 발의하며 3개 시 행정구역 체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후에도 자체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도정의 추진 방향과 여러 차례 각을 세워 왔다. 오 지사가 예봉(銳鋒)을 꺾은 국면에서 조차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국회의원이 주요 현안에서 침묵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도 지역 사회에서 끊임 없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도정이 후퇴 입장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김 의원 역시 대안이나 향후 방향에 대한 최소한의 입장을 내는 것이 도민들에 대한 책무라는 지적이다. 이번 선택이 단기적으로는 김 의원의 정치적 부담을 피하는 방편일 수는 있지나, 장기적으로는 지역 현안에 선택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