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더 쉴 수 없나요?”, “이직 알아봐라” 답변…배송 기사 ‘사지’ 내몬 쿠팡

제주에서 새벽배송 업무 중 숨진 30대 쿠팡 택배노동자 고(故) 오승용 씨의 유가족이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은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이 자리에서 제2차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쿠팡이 스스로 약속한 사회적 합의조차 지키지 않았고, 구조적 과로 체계 속에서 고인이 죽음으로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고인의 유 씨의 부인과 모친, 친누나를 비롯해 민주노총·서비스연맹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고인의 어머니가 “사고 소식을 접하고 ‘설마 눈 한 번은 마주치겠지’ 했지만 끝내 눈을 뜨지 않았다”고 증언하는 내내 현장에는 수차례 침묵이 이어졌다.

■ 유가족 “단 하루만 더 쉬게 해달라는 말이 마지막”

고인의 친누나는 “동생은 아버지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채 장례를 치르고 제대로 잠도 자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며 “쿠팡 대표가 직접 와서 사과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가족이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아버님 상이라 너무 힘들다. 하루만 더 쉬고 싶다”는 고인의 요청과, 이에 대해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다른 곳으로 이직 알아봐라”는 대리점 측의 답변이 담겨 있었다. 고인은 결국 단 하루 휴무 후 다시 출근했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배우자는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 2차 진상조사 “쿠팡, 사회적 합의와 자체 과로방지 대책 모두 어겨”

전국택배노조 제주지부는 고인의 휴대전화와 업무 카톡방 기록을 확보해 근무시간·로그인 이력·대리점 운영 실태 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고인은 하루 11.5시간, 주 69~83.4시간의 노동과 주6일 고정 야간 배송 등 강도 높은 쳇바퀴를 돌아야 했다.

노조는 2024년 쿠팡이 스스로 발표한 ‘야간배송 격주 5일제’가 고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았고, 2021년 1·2차 사회적 합의인 ‘주 60시간 제한’도 명백히 위반됐다고 밝혔다. 노조가 분석한 4주간 업무 카톡방 근무표에 따르면 오 씨 외에도 다수의 노동자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이상 연속 근무자가 다수인 것은 물론이고, 일부는 최장 15일 연속 근무 기록도 있었다.

특히 타인의 아이디로 로그인해 연속근무가 가능해지는 꼼수가 만연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노조는 덧붙였다. 쿠팡 측이 그동안 7일 초과 근무는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오 씨의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 “단순 졸음운전 아니다”…사고 정황 재조사 요청

노조는 사고 지점을 직접 조사한 결과도 제시했다. 현장을 다녀온 김명호 서비스연맹 제주지역본부장은 “사고 차량은 중앙선을 넘어 클린하우스·전봇대와 충돌하기까지 급브레이크 흔적, 스키드 마크가 전혀 없었고, 높이 25cm의 화단 연석을 그대로 넘어갔음에도 핸들이 꺾인 흔적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이는 운전자가 당시 신체적으로 조향 능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며 과로로 인한 심근경색·뇌혈관 질환 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경찰과 노동부에 정밀 재조사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쿠팡 대표의 공식 사과와 더불어 유가족 생계대책 및 지원, 근무기록 전면 공개, 야간 반복배송 중단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또 다른 오승용이 생기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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