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고위공무원 ‘정치적 가교’ 주선… “어떻게 알았나?” 당혹
– 고교 동문 기업가부터 보조금 단체 간부까지… 한경면 무관한 ‘키맨’ 포착
– 석연치 않은 4·3 유족회 간부 ‘우연한 조우’ 해명도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지난 30일 한경면 만찬을 두고 도청 측은 ‘통상적’인 지역 현안 청취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현장에는 한경면 지역구와는 접점이 없는 지사의 핵심 측근들과 정치적 인물들이 대거 집결해 ‘선거 조직 점검’ 의혹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번 회동의 실질적인 가교 역할은 전직 제주도청 고위공무원 출신인 현대성 씨가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본지에 포착된 영상에는 현 씨가 오 지사를 마지막 순간까지 배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 씨는 과거 국민의힘 소속으로 도의원 예비후보에 나섰던 인물로, 올해 초 국민의힘을 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씨는 본지 통화에서 “연합청년회 동생들의 요청으로 지사를 초청한 자리”라고 설명했으나 , 정작 기자에게 “누가 어떻게 정보 전달이 됐는지 궁금하다”며 극도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특히 그는 지사가 테이블을 돌며 그룹별로 현안을 들었다고 전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건의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답해 ‘현안 청취’라는 목적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더했다.

더욱 의문스러운 점은 한경면 지역 현안과는 무관한 외부 인사의 등장이다. 현장에는 오 지사의 고교 동문이자 서귀포시 남원읍 출신 기업가인 K 씨가 포착됐다. K 씨는 평소 지사의 선거 운동을 열성적으로 돕는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제주시 서쪽 끝 주민들의 민원을 듣는 자리에 서귀포 출신 측근이 배석한 어색한 그림이 연출된 것이다.
여기에 제주도로부터 상당액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특정 단체의 사무국장 J 씨도 동석했다. 예산권을 쥔 지사와 보조금 단체 실무자가 비공식 만찬을 가진 것은 그 자체로 줄 세우기 혹은 압박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는 평가다.
제주4·3유족회 간부 H 씨의 행보도 석연치 않다. H 씨는 “개인 사업 지인들과 식사하러 갔다가 우연히 지사를 만나 인사만 나누었을 뿐”이라며 일행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타 후보 측으로부터 ‘왜 지사를 돕느냐’는 항의가 잇따르는 상황”이라며 “빨리 선거가 끝나면 좋겠다. 너무 성가시다”고 토로했다. 이미 지역 정가에서는 H 씨의 행보를 지사의 외곽 조직 관리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오 지사의 사퇴가 임박한 시점에서 전직 보수 정당 인사, 동문 기업가, 보조금 단체 간부, 유족회 핵심 인사가 우연히도 ‘한날 한시에’ 한경면이라는 외곽 지역에 모였다. 이들은 모두 지역 민원과는 거리가 있지만, 오 지사의 차기 선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별 ‘키맨’들이다. 결국 오 지사의 30일 한경면 만찬은 이장단과 자생단체를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 실체는 도지사 사퇴 전 외곽 선거 조직을 최종 점검하고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자리라는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