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배우자, 계약 인지 시 서면 신고”…박선희 여사 도자기 논란 새 국면

오영훈 제주도지사 배우자 공방에서 이뤄진 농협의 도자기 대량 구매가 ‘도 금고 선정을 위한 마케팅’ 목적과 맞물리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배우자 등이 직무관련자와 물품·용역·공사 등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공직자가 안 경우 안 날부터 14일 이내 소속기관장에게 서면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시했다.

본지는 최근 KBS제주의 보도로 촉발된 농협의 도자기 대량 구매 논란과 관련해 지난 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이해충돌방지법 저촉 여부에 대한 서면 질의>를 했고, 7일 회신을 받았다. 권익위 회신은 이번 사안의 위반 여부를 단정하기보다, 법이 요구하는 신고·회피 기준과 판단 쟁점을 안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앞서 KBS제주는 지난 달 29일 농협은행 제주본부가 2024년 7월 오 지사 배우자인 박선희 씨 공방에서 사은품용 도자기(돌항아리)를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구입 물품은 돌항아리 160개로, 개당 2만5천 원씩 총 4백만 원 규모로 확인됐다. KBS는 도자기 구입 시기가 도 금고 선정을 앞둔 때여서 부적절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 이해충돌방지법 제9조 “인지 시 14일 내 신고”

권익위에 따르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하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본인이나 가족 등과 얽힌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돼 공정성이 훼손되는 상황을 예방하고, 특혜 의혹으로 인한 국민 신뢰 훼손을 줄이기 위해 신고·회피 등 사전 장치를 규정한 법이다. 이를 위해 공직자가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무관련자가 가족 등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안 경우 사적 이해관계 신고 및 회피 신청 등의 장치를 두고 있다. 법률이 규정한 정의에 따르면 오영훈 도지사는 ‘고위공직자’, 도 금고 선정을 준비하고 있던 농협 제주본부는 ‘직무관련자’, 박선희 여사는 ‘사적 이해 관계자’로 볼 수 있다.

권익위는 “법 제9조에 공직자는 배우자 등이 공직자 자신의 직무 관련자와 물품, 용역, 공사 등의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다만, 공매, 경매, 입찰을 통한 계약 체결 행위 또는 거래관행상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행하여지는 계약 체결 행위는 제외)를 한다는 것을 안 경우, 안 날부터 14일 이내에 소속기관장에게 그 사실을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 ‘서면 신고’ 미제출…제주도 “불특정다수 반복 거래 예외 판단한 듯”

이에 따라 본지는 제주도청 관련 부서에 오 지사의 서면 신고서 제출 여부를 문의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이 사안과 관련한 서면 신고는 제출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KBS의 보도시점에 오 지사가 해당 내용을 인지했다면 적어도 1월 12일까지 서면 신고를 해야 하는 셈이다. 제주도는 오영훈 지사 측이 ‘거래관행상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계약 체결 행위’ 예외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고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알려왔다. 다만 KBS 보도에서 ‘도자기 사은품 구매’는 농협 계열 내에서 제주본부만 확인됐다고 전해진 만큼, 이번 거래가 ‘반복적’ 거래 관행에 해당한다는 판단과 어떻게 정합성을 갖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박선희 여사 측에 유사한 대량 거래가 실제로 상시, 반복적으로 존재했는지 여부도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

■ 예외 여부가 핵심…농협 내부 문건은 “금고 마케팅 강화”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해충돌방지법 제9조 적용 가능성과, 그 단서가 규정한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KBS 보도에 따르면 농협 내부 문서 제목은 ‘금고 마케팅 강화를 위한 사은품 구매 건의’로, 사은품 구매 목적이 금고 마케팅과 연결돼 있다는 정황이 제시됐다. 특정 공방을 지목해 견적서를 첨부한 사실도 함께 보도되면서 단순 답례품 구매라기보다 금고 지정 국면과 맞물린 대외활동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이번 거래가 공매·경매·입찰 등 공개 경쟁 절차를 통한 계약이었다는 정황도 제시되지 않았다. 농협 계열 기관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사은품 도자기 구매 사례가 제주본부만 확인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관행상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계약이라는 예외 요건에 해당하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직무관련자와의 거래를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에 대해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권익위가 실제로 해당 사안을 들여다볼지 관심이다.

KBS제주 보도내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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