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강병삼 전 제주시장의 변론이 내일 재개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안팎에서 강 전 시장의 정치적 역할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 전 시장은 현재 민주당 제주도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강 전 시장은 앞선 지난 2019년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제주시 아라동 일대 농지를 경매로 취득하는 과정에서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 기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강 전 시장은 인사청문회 과정과 이후 SNS를 통해 농지 취득과 관련한 자신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이후 재판 과정에서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판결 논리를 두고 농지법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지난해 11월 법원은 선고 하루 전 기일을 변경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내일(15일) 변론을 재개할 예정이다.
문제는 재판이 진행 중인 당사자가 당내 공직자 평가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시·도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위원장을 외부 인사로 하고, 외부 인사 비율을 50%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다. 평가위원회는 선출직공직자의 도덕성, 공약 정합성과 이행 여부, 의정활동과 지역활동 등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도덕성’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강 전 시장의 위원장직 수행을 둘러싼 당내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A 도의원은 “위원장 당사자가 도덕성 논란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라면 스스로 사퇴했어야 마땅하다”며 “도덕성이 중요한 평가 지표인데, 위원장 스스로 그 역할을 축소시키는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선이 치열한 지역이나 개인적 친분이 없는 정치 지망생들이 불만을 가질 여건이 충분하다는 문제 의식인 셈이다.
B 도의원 역시 회의적 시각이다. “위원장 당사자가 법원의 심판을 받는 입장인데, 과연 누구를 평가할 위치에 있느냐는 불만의 기류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귀띔했다. C 도의원은 “김한규 도당위원장과 개인적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평가 과정에서 도당위원장의 의중이나 세평이 전달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것도 당연할 수 있다”며 “본인이 알아서 맡지 않았어야 할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D 도의원은 “위원장은 평가 위원회 전체 10명의 위원 가운데 한 명일 뿐으로 결정권을 좌우할 위치는 아니다”라며 “제주시장 재직 시절 도의원들과 직간접적으로 겪은 경험이 있어 오히려 현실적인 평가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도당은 강 전 시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법적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무 수행을 제한할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항소심 변론 재개를 앞둔 시점에서,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정치적 책임과 평가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선거 국면에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